오늘자 난중일기 (아버지의 기일)
2022.12.8일, 음력 11.15일(1회차)
* 읽기 어려운 난중일기, 1회독을 목표로, 오늘자에 해당하는 일기만 발췌하여 소개하고, 짧은 생각을 덧붙여 연재 하고 있습니다. 매일 이순신과 하루를 함께 하고 싶으신 분들은 팔로우 또는 구독 바랍니다.
1594년 11월 15일
맑음. 따뜻하기가 봄날 같았다. 음양의 조화가 질서를 잃은 것 같으니 그야말로 재난이라고 할만하다. 오늘은 아버님의 제삿날이라 나가지 않고 홀로 방에 앉아 있으니, 슬픈 회포를 어찌 다 말하리오. 저물녘에 탐후선이 들어왔다. 순천의 교생이 교서의 등본을 가지고 왔다. 또 아들 울의 편지를 보니 어머님의 체후가 예전처럼 평안하시다고 한다. 매우 다행이다. 상주의 사촌 누이 편지를 가지고 그 아들 윤엽이 본영에 이르렀다. 보내온 편지를 읽어보니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수가 없었다. 영의정의 편지도 왔다.
1595년 11월 15일
맑음. 아버지 제삿날이라 공무를 보러 나가지 않았다. 혼자 앉아서 그리워하니 떠오르는 온갖 생각을 달랠길 없다.
1597년 11월 15일
맑음. 따뜻하기가 봄날 같다. 식사 후에 새 집에 올라갔다. 늦게 임환과 윤영현이 와서 만났다. 저녁에 송한이 서울에서 이곳에 들어왔다. (11월 14일 일기, 내일은 아버님의 제삿날이라 나가지 않겠다.)
1598년 11월 15일
이른 아침에 도독에게 가보고 잠시 이야기하고 돌아왔다. 왜선 2척이 강화하자고 두 번, 세 번 도독의 진중으로 드나들었다.
1. 오늘은 이순신 아버지 이정의 기일이다.
* 참고: 이순신의 부친인 이정은 벼슬을 하지 않고 평민으로 지냈는데, 이로 인해 집안 형편이 점차 기울어져 갔다. 한편 이정이 하급 무관인 교위(校尉)를 지냈다는 기록도 있으나 이는 정규관리가 아닌 군대 동원시의 임시 벼슬이나 명예직이었던 것 같다. 이정은 이순신이 함경도 건원보(乾源堡)의 군관으로 있던 1583년 11월, 향년 7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하지만 이순신에게 부친의 부고는 다음 해인 1584년 1월에 전해졌고, 뒤늦게 고향으로 내려간 이순신은 3년 상을 치렀다.
2. 난중일기에 오늘자 일기는 4번인데, 이중 3번은 아버님 기일이라 나가지 않거나, 혼자 있으며, 슬프다는 내용이다.
3. 아버님 기일 이야기가 없는 1598년은 노량해전 직전으로, 순천성에 갖혀있던 고니시 유키나가가 명 도독 진린에게 접근하여 살 궁리를 하던 시기다. 이날만은 기일 이야기는 없고 대신 진린을 찾아갔다고 적혀있다. 이순신은 큰 싸움을 앞두고 아버지 기일을 잊은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