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의 반 타의 반으로 20년간 일본과 얽혀 산 사람입니다. 대학에서 일본을 전공하고, 일본 관련 일을 해왔으며, 도쿄에 2번 주재했습니다.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일본과 일본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일본하면 스시. 스시하면 참치죠. 오늘은 참치 이야기를 해볼려고 합니다.
1. 눈이 까매 마구로?
참치를 일본어로 마구로(まぐろ)라고 합니다. 맛이 있는 생선이라고 해서 물고기 어(魚)자에 있을 유(有)자를 붙여서 鮪, 참다랑어 유라고 씁니다. 왜 마구로라고 불렀는지 설이 많은데 몇개만 소개를 드리지요. 옛날 일본에서는 눈(目)을 '마'라고 했답니다. 구로(黒)는 검다는 의미구요. 눈이 크고 검은 물고기라고 마구로란 설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설은 맛쿠로(真っ黒), 매우 검다에서 유래했다는 설입니다. 참치가 까맣나요? 그렇진 않죠. 참치가 기름기가 많다 보니 부패하기 십상이고, 그래서 새까맣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매우 검다는 의미의 맛쿠로로 불렀다는 이야기입니다.
2. 참치는 고양이도 안 먹는다?
지금은 스시의 왕이고, 대표적인 고급어종이지만, 수송로가 잘 발달되지 못하고 냉동기술(참치는 지방이 많아 잡자마자 영하 60도 이하로 급속냉동)이 발달하지 못했던 에도 시대에는 동경에서 가장 가깝고 참치가 많이 잡히는 사가미하라(相模原)에서 참치를 잡아서 동경에 가져오면 새까맣게 썩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름기가 적은 빨간살(아까미, 赤身)만 간장에 절여 먹었고, 요즘 최고로 치는 대뱃살(오오토로, 大トロ)은 밭에 비료로 썼다네요. 그래서 마구로의 별명이 고양이도 안 먹는 생선, 네꼬마다끼(猫魔炊き)였습니다. 매년 정월 초하루에 도쿄 어판장인 쯔끼지(築地)에서 열리는 마구로 첫 경매에서 참치 한마리에 7,420만엔(2017년), 우리돈으로 8억원 넘게 팔리는 시대에는 마구로를 비료로 썼다는 이야기는 믿기 어렵긴 하네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마구로는 맛없는 싼 물고기라 서민들이나 지방에서 올라온 고학생들이 즐겨 먹었고, 지방 유학생들은 그중에서도 거의 먹지 않는 뱃살(トロ)을 먹었는데 유학생들이 학업을 마치고, 지방으로 내려가 직장에 다니면서도 어려운 시절에 먹었던 참치 뱃살이 생각나서 찾기 시작하면서 뱃살이 일본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4. 급전이 필요하면 참치잡이 배를 타라?
이렇게 마구로가 인기를 끌고 일본인의 식탁에 오르고 수요가 많아지면서 참치는 고양이도 안 먹는 생선에서 돈 되는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참치가 많이 잡히는 어촌마을은 부촌이 되었고, 대저택이 들어서게 되었지요. 제일 유명한 곳이 동일본대지진 피해를 입었던 미야기현(宮城県)키센누마(気仙沼)의 가라쿠와(唐桑)였고 이 지역 어부들의 주택을 왕궁(어전, 御殿)과 같이 화려하단 의미로 가라쿠와고텐(唐桑御殿)이라고 불렀습니다. 동경에서 급전이 필요하면 참치잡이 배를 탔다고 합니다. 참치란 녀석 업앤다운 굴곡이 많네요. 비료에서 스시의 왕으로...
참치집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가본 모든 이자까야중 최고인 타누키치. 5년 전쯤에 처음으로 가기 시작해서 귀국하기 전까지 정말 많이 다녔던 곳입니다. 추천메뉴는 마구로브라꾸(black)와 아사히수파엑스트라코루도(super extra cold) 웬지 일본식 영어로 해야 맛이 제대로 전달되는 느낌. 마구로브라꾸는 참치를 튀긴겁니다. 맥주. 특히 정말 차가운 맥주와 어울리죠. 더운 여름날 강추. 젤 좋아하는 조합이자 이 집의 대표메뉴. 다음은 타누키치 사라다(salad)로 입가심(볼륨 만점. 이것도 마구로예요). 그리고 생맥주(나마비루) 한잔 더 시키고 두번째 대표메뉴인 마구로 카츠(참치까스). 마지막은 마구로미소나베(매운 탕 비슷)에 백년의고독(보리소주) 1병. 백년의 고독은 보리로 만든 프리미엄급 소주인데 일본 황태자(명칭에 대해 논란이 있으나 편의상 일본어를 따름)가 가끔 마신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술이지요. 구하기 어려운 술이고 비싼 술인데 이 집은 소매가 수준(칠천엔?)에서 파니 정말 고맙더라구요. 킵핑도 됩니다.
(한달이었던듯). 사장님 친절하고 단골되면 없는 자리도 만들어주시고 그렇니다. 아직까지 많이 안 알려진 곳이죠. 일본 친구들도 이런 곳이 있었냐며 좋아하더라구요. 가격도 합리적인 편. 이 집은 참 할말이 많은데 오늘은 여기까지. 이 집 마스코트는 너구리예요. 타누키가 일본말로 너구리. 그래서 젓가락 받침도 너구리. 당장이라도 한잔하러 가고 싶네요. 아자부의 밤. 타누키치에서 나마비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