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가 어려운 이유

by 이순신서점

1. 일본어와 한국어는 비슷합니다. 주어 목적어 동사 순으로 문장을 구성하고 은, 는, 이, 가 같은 조사를 사용합니다. 단어도 비슷한게 많지요. 고대에 한국에서 일본으로 흘러간 말, 현대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말.


2. 널리 알려진 예를 몇개 들겠습니다. 먼저 쿠다라나이. 쿠다라는 백제입니다. 쿠다라나이는 백제가 아니다. 뛰어난 백제의 것이 아니니 변변찮은 것. 그래서 쿠다라나이는 변변찮다라는 뜻이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게 한국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설명인데 그게 아니라는 일본 사람도 있더군요. 쿠다라는 백제가 아니라 내려보내다라는 쿠다루(下る)가 어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물산이 풍부한 간사이에서 좋은 물건만 골라 쇼군이 사는 관동으로 내려 보냈다(쿠다루)고 합니다. 내려보내지지 못한. 즉 쿠다라나이는 그래서 변변치못한거라는 설명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알 도리는 없습니다.


3.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일본어는 웃고 들어와 울고 나온다고도 합니다. 그만큼 고급 일본어 하기가 어렵다는 말이겠죠. 특히, 한자 읽기가 어렵습니다. 가나자와에 놀러갔을때 근처에 近江시장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보통 때려맞추는 감각으로 읽으면 킨에 정도 될텐데 사실은 우오미였어요. 한번도 못 들어본 읽는 방법이었습니다.


4. 게다가 겸양어와 존경어가 큰 난관입니다. 오죽하면 일본 대학생들이 취직하면서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말을 다시 배우는 경우도 있다고 하겠습니까? 또 축사나 연설문에서 쓰는 말은 완전히 다르더군요. 바쁘신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를 바쁘신데 어려운 걸음을 해주시데 대해 마음으로부터 감사의 예를 표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해야 됩니다.


5. 이 모든 것보다 제일 큰 난관이 비슷한듯 다른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뉘앙스의 차이 일텐데요. 일본은 비슷하니깐 이라고 생각하다 정 반대로 서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습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사세테구다사이(させてください). 동경에 근무하던 주재원께서 일본 거래처분께 거래물량을 좀 늘려달라는 부탁을 했답니다. 그에 대한 대답이 검토시켜 받게해 주십시오였답니다. (일본어로는 겐토 사세테구다사이.) 검토를 하겠다는건지. 나한테 검토를 다시 하란건지 헷갈렸다고 하더군요. 검토하겠단 얘기입니다. 돌려이야기하는 거죠. 당신이 검토하라고 하셨으니 따르겠습니다. 분부 받잡겠습니다 정도라 해야 되나요? 여튼 일본어 생각보다 쉽진 않아요. 그렇다고 못할것도 없습니다.


6. 일본어 공부하는 법도 이야기해볼께요. 첫째, 한자를 많이 아신다는 전제하에 한자 음을 읽는 연습은 안 하셔도 됩니다. 한국식 한자를 알면 일본식 한자 읽는 법은 시간이 되면 알게 됩니다.


7. 둘째, 영어는 한 텍스트를 여러번 반복해서 듣는게 중요하다고 합니다만, 일본어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번 듣고 모르는거 찾아보고 그냥 넘어가세요. 영어는 발음이 달라 아예 안들리는 경우가 많고 하니 여러번 들으란 건데 일부 미세한 차이를 빼고는(예를 들어 쯔?즈?) 한국사람들에게 일본어 발음 자체를 듣는건 어렵지 않기 때문이죠.


8. 셋째, 단어를 엮어가면서 날줄과 씨줄처럼 틀을 짜면서 확장해보십시오. 예를 들면 품격(品格)은 힌가꾸죠. 품이 들어간 지명중에 시나가와(品川)가 있습니다. 같은 품자인데 하나는 힌, 하나는 시나네요. 음독과 훈독입니다. 품이란 단어가 나오면 여기서 파생해 나가세요. 품질은 힌시쯔가 될테고, 물건을 갖춰놓는걸 시나조로에라고 하고, 품목은 힌모꾸 등등으로요.


9. 넷째, 지명이나 이름 등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것들을 잘 활용하세요. 생각보다 많은 일본어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홋카이도는 북해도죠. 바다 해(海)를 카이라고 하는군요. 그럼 해군(海軍)은요. 카이군이 되겠네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豊臣) 히데요시, 풍신수길이라고 하지요. 풍요로울 풍자를 도요라고 하는군요. 豊田(풍전)은 뭐라고 읽니요. 토요타네요. 차 브랜드 토요타요. 이렇게 우리가 아는 것만 묶어도 일본어가 훨씬 빨리 늘겠죠?


11. 다섯째, 관심있는 주제를 하나 정하세요. 여행이면 여행, 쇼핑이면 쇼핑, 경제면 경제. 어차피 언어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죠. 그리고 외국인으로서 할수 있는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본인이 필요한 분야로 폭을 좁혀줘야죠. 일본어 수업 첫 시간에 일본인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여러분 모두 이미 성인이기 때문에 일본어 네이티브가 될수 없다. 노력의 문제가 아니고, 뇌과학적으로 이미 제1언어로서 일본어가 될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는 말. 이걸 인정하고 이제 일본어 시작을 해봅시다.


12. 여섯째, 장단음과 악센트가 중요합니다. 앞서 말한 일본어 교수님이 두달동안 매일 매일 훈련을 시킨게 바로 장음입니다. 장단으로 뜻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죠. 한국말도 장음이 있긴 하지만 역할이 많이 제한적인 편이죠. 예를 들어 도쿄. 우리말로는 두음절이나. 일본어 발음은 도오쿄오로 4음절?에 가깝죠. 사실 토~쿄~에 가깝죠. 악센트는 쿄쪽이네요. 그래서 영어로는 토키오(tokio)로 들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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