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인사 May 24. 2020

퇴사학교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첫걸음. ‘퇴사’

내 주변만 그런지는 모르겠다.

다들 “이 놈의 회사 그만두고 싶다”라고 한다.

(나도 그렇다)


서점 직장인 자기 개발서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것이 신기한 책.

‘퇴사학교’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퇴사학교_장수한 외 지음_RHK출판사]


1) 사람들은 말합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한쪽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라 하고

한쪽은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라 합니다.

한쪽은 이게 다 개인의 노력 탓이라 하고

한쪽은 사회 구조 탓이라 합니다.

한쪽은 취업만 하면 좋겠다고 하고

한쪽은 퇴사만 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한쪽은 이게 다라고 하고

한쪽은 이게 다가 아니라고 합니다.


2) 퇴사의 진실

퇴사의 시대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퇴사 그 자체가 아니다.

퇴사는 단지 상징적이고 표면적인 화두일 뿐,

이 현상은 행복한  일과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세대적 갈망을 대변한다.


3) 30%를 위해 70%를 저당 잡힌 인생

어느 날 나는 태어났다.

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최선을 다해 울었다.

최선을 다해 밥을 먹고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하고

최선을 다해 대학에 갔다.

최선을 다해 취업을 하고

최선을 다해 회사를 다니던 어느 날,

나는 문득 깨달았다.

최선을 다했지만,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평일은 회사의 것 주말만 나의 일상의 반복. 나는 주말 2일을 위해  평일 5일을 희생하며 살고 있었다. 인생의 30%를 위해 70%를 저당 잡힌 것이다. 전 국민이 일요일 저녁이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웃음을 터뜨리지만, 결코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웃으면서도 우울해지는 ‘희극적인 비극’의 시대를 살고 있다. 최선을 다했지만 행복하지 않은 삶을 태연하게 살아가는 모순의 시대에서 나는 생각했다.

 과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4) 잃어버린 20년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앞만 보며 달리도록 교육받았다. 초등학교와 중고교 12년이라는 시간을 오로지 수능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달려왔다.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4년간 오직 취업만을 위해 전력 질주했다. 평균 1~2년의 휴학과 남자의 경우는 군대 2년까지 합하면 장장 20년이라는 시간을 ‘수능’과 ‘취업’이라는 두 가지 목표만을 위해 달려온 것이다.

 그렇게 10대와 20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나는 30대가 된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이게 아닌데...’ 분명 뭔가가 잘못되었다. 지난 20년간 죽기 살기로 달려왔는데, 막상 최종 목표인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는 더 이상의 목표를 잃은 것이다. 사회에서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지난 20년간의 교육이 맹점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사회에서 정해준 목표가 나 자신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점,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니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 그리고 여전히 무언가 또 다른 목표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우리를 행복하지 않게 만들고 있었다.


 우리 시대의 교육을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하면 ‘안정성’이다. 모두가 안정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학교에 입학해 안정적인 점수를 받아야 한다. 오늘 나의 시험 점수가 미래를 규정하고 시험 점수의 하락은 나의 인생이자 실존의 하락으로 연결된다.


 한국 아이들은 학교에서부터 기존 제도에서 낙오되면 끝이라는 생각에 소위 말하는 ‘남들 다 하는 안정적인 목표’만을 추구하게끔 배우게 되었다. 그것이 좌절될 경우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포기, 체념, 냉소주의의 패배감으로 번지는 과정을 겪었다. 시험 문제는 잘 풀지만, 현실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초합리적 바보, 학교에서의 이러한 경험은 직장의 경험을 통해 악순환되고 재강화된다.


5) 퇴사의 시대

 자의든 타의든 누구나 언젠가는 퇴사에 직면한다. 퇴사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직장인의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옥죄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제 퇴사가 특정 소수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화두라는 점이다. 고용 사회의 종말은 곧 퇴사의 시대를 의미한다. 고용 사회의 종말이 가속화될수록 퇴사의 대상은 점점 많아지고 그 시점 역시 점점 짧아지고 있다.


6) 회사 생활이 힘든 이유

 지금까지 퇴사학교를 운영하면서 발견한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회사 생활이 힘든 이유는 크게 다음의 일곱 가지 때문이다.


1. 적성 :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다.

2. 성장 : 회사에서 배우는 게 없다.

3. 시간 : 야근에 쩔어 있다.

4. 관계 : 사람이 힘들다.

5. 공허 : 아무리 노력해도 허무하다.

6. 안주 : 회사 안에서 정체된다.

7. 문화 : 군대식 문화가 괴롭다.


7) 군대식 문화

 군대식 조직 문화는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조직 문화의 고질병 중 끝판왕이다. 우리나라 군대식 조직 문화의 핵심은 ‘폭력’이다. 폭력의 사전적 정의란 상대방을 공격하고 고의로 혐오스러운 자극을 주는 행동을 의미한다. 여기서 폭력은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도 해당된다. 오늘날 사무실에서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폭력이 매일같이 자행된다.


8) 꼰대

 군대 문화의 요체는 꼰대다. 꼰대가 사라지지 않으면 군대 문화는 개선되지 않는다.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꼰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부분 꼰대는 조직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꼰대가 그 위치에 있다는 것은 조직이 그 꼰대를 용인한다는 의미다. 설령 그 꼰대가 떠난다고 해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또 다른 꼰대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유독 꼰대가 많은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 때문이다.


 첫째, 권위주의가 강하다.

 부모님 공경과 어르신 존중이라는 유교적 예의범절이 잘못된 형태로 발전하였다. ‘내가 어른이고 너는 어린애야, 내가 상사고 너는 부하여 내가 갑이고 너는 을이야’하는 행태가 지금의 꼰대들에게 만연해 있다.


 둘째, 집단주의가 강하다.

 예부터  우리나라에는 두레, 품앗이 등 아름다운 공동체 의식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변질되어 회사에서 뭐든지 다 같이 해야 한다는 그릇된 집단주의가 형성되었다. 남들 하는 대로 똑같이 하지 않으면 이단아로 찍히는 눈치보니즘의 사회는 꼰대의 힘을 더 강화시킨다.


 셋째, 보상심리다.

 나는 저런 꼰대가 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던 주니어가 직급이 올라가면 똑같은 꼰대가 된다. 그렇게 싫어했던 꼰대의 모습을 나도 모르게 서서히 닮아가고 있다.

 꼰대는 확대 재생산된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어딜 가나 또라이는 있다. 그런데 그 조직에 또라이가 없다면 그건 당신이 또라이라는 것이다. 군대식 문화가 해결되는 방법은 꼰대가 사라지는 것뿐이다. 조직 문화는 결국 리더의 손에 달려 있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난다. 훌륭한 리더로부터 좋은 문화가 나오고 꼰대로부터 나쁜 문화가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떠나든지 참든지. 좋은 리더가 있는 곳을 찾아 떠나거나 지금 조직에서 꼰대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참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거라면 나머지는 쓸데없는 기력의 낭비와 감정 소모에 불과하다.


9) 블루 스웨터

 군대에서 우연히 <블루 스웨터>라는 책을 읽었다. 월스트리트의 잘 나가던 엘리트인 저자가 어느 날 우연히 아프리카 여행에서 블루 스웨터를 입은 꼬마를 만나게 된다. 알고 보니 그 옷은 어린 시절 자신이 기부한 바로 그 옷이었다. 옷 뒷면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저자는 세계가 운명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프리카 미자립 여성들을 위한 소액금융 사업을 시작한다. 글로벌 사회적 기업으로 유명한 재클린 노보그라츠(Jacqueline  Novoogratz)의 아큐먼 펀드 이야기였다.  그때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그 책에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


 만약 당신이 세상을 향해 나갈 때 ‘지식(Intelligence)’만 갖고 간다면 한 발로 걷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세상을 향해 나갈 때 ‘자선(Mercy)’만 갖고 간다면 한 발로 걷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지식(Intelligence)’과 ‘자선(Mercy)’을 모두 갖고 간다면 당신은 지혜(Wisdom)’를 갖게 될 것이다.

- 재클린 노보그라츠 <블루 스웨터>


10) 퇴사학교

 퇴사학교는 꿈을 찾는 어른들의 학교라는 모토로 설립되었다. 무분별한 퇴사가 아닌 개인의 일과 삶에 대한 의미와 현실적인 대안에 대한 탐색을 추구한다. 퇴사학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퇴사 없는 삶’이다. 퇴사 없는 삶이란 무엇일까? 퇴사를 하든 하지 않든 자유롭고 행복한 먹고사니즘을 실현하고 인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원하는 꿈을 찾아, 퇴사와 취업, 창업 등 다양한 활동을 유연하게 경험하는 삶을 의미한다.


[책장을 덮으며]

치열하게 준비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사를 했다.

최고의 회사에 입사하면, 최고가 될 줄 알았다.

현실은 반대다.

삶이 정체를 넘어, 후퇴를 하는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일을 찾은 것이 아니라,

남들이 원하는 것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직장인들은 오늘도 퇴직만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면 퇴직만이 답일까?

준비되지 않은 퇴직은 또 다른 어려움을 가져온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내가 원하는 것을 찾자.

회사에서는 회사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자.

회사를 떠나면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자.


모든 직장인은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되어 있다.

떠나는 그날까지 회사가 나에게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회사를 떠난 이후의 나에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갈 곳을 몰라 헤매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것은,

퇴사가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에서 글을 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