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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May 16. 2020

마흔에 시작하는 은퇴 공부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는 준비

직장동료가 물었다.

“책인사님. 아직 30대시죠?”

“네, 아직(?) 39살입니다.”


법적으로는 60세 정년 시대이지만,

40대 정년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현실.


제목이 눈에 띄어 읽게 된,

‘마흔에 시작하는 은퇴 공부’의 내용을 적어 본다.

[마흔에 시작하는. 은퇴공부_백만기 지음_비전코리아 출판사]



1)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세 가지

 노르비트는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 먹고사는 일이다. 돈이 많은 부자라고 해서 모두 행복할 수는 없지만 먹고살기가 어렵다면 그것도 행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둘째, 목숨을 바칠 정도로 재미있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 평소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개의 경우 없다고 한다. 그래서는 곤란하다.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셋째, 의미 있는 일이다. 사람들은 내심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자신도 이 땅 위에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먹고살기에 급급해 흔히 그 일을 뒤로 미룬다. 은퇴는 바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다.


2) 할머니의 장수 비결

 미국의 어느 의사가 들려준 이야기다. 평소 자신의 단골 고객인 중년의 여인이 노모를 모시고 병원에 찾아왔다. 그녀는 어머니의 나이가 92세라고 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깔끔한 외모를 지닌 할머니는 건강이 좋아 보였다. 의사는 할머니의 혈압을 재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니, 장수 비결이 뭐예요?"


 의사의 얼굴을 잠시 가만히 쳐다보던 할머니는 깔깔 웃으며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의사를 가급적 멀리했지."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그는 할머니야말로 솔로몬의 지혜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3) 인생 2막

 인생 전반기가 가족 부양에 필요한 일을 해야만 했던 시기라면, 인생 2막은 그런 의무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기다.


4) 블로그를 만든 이유

 블로그를 만든 이유는 내가 쓴 글을 보관하고 관리하기 위함이었다.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려놓으면 나중에 언제 어디서든 다시 수정할 수 있고, 주제별로 나누어 보관해 놓으면 찾기도 좋았다. 처음에는 내가 쓴 글만 올렸는데 나중에는 글 쓸 때 참고할 만한 정보나 기사도 올렸다.


 자신이 글을 남들과 공유하는 블로그의 특성 때문인지 글을 쓰면 하루에 몇 사람씩 나의 블로그를 방문하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블로그 방문객이 조금씩 늘어났다. 특히 <중앙일보>는 블로그 글들 중 일부를 자사의 인터넷판에 게재했는데, 그런 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나의 블로그를 찾아왔다.


 어느 날은 나의 블로그를 방문한 사람이 2만 명을 넘었다. 깜짝 놀라 웬일인가 살펴보니 내가 썼던 글 하나가 <중앙일보> 인터넷판에 실려 있었다.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내 글을 클릭해서 읽은 것이다. 댓글들 중엔 나의 글을 보고 본인의 진로를 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감사인사를 한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방문객 수가 늘어나니까 책임감이 생기고, 글을 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5) 스토리코어스(StoryCorps) 방송

 어느 날 우연히 본 책에서 나처럼 지역 주민을 초청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송이 미국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반가웠다. '스토리코어스(StoryCorps)'라는 방송이다. 그 프로젝트는 2003년 10월 23일,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 91세였던 세계적인 구술 전문가 스터즈 터겔이 시카고에서 날아와 첫 테이프를 끊었다.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오늘 이 순간부터 주모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삶을 세상에 알릴 것입니다. 우리는 그랜드 센트럴 역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 건물을 지은 건축가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누가 여기 철근을 박았습니까? 누가 벽돌을 쌓았지요? 바닥을 닦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오랫동안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던 이 땅의 사람들, 바로 여러분입니다. 이 부스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해 말할 것입니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말할 수도 있고, 아이가 삼촌에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웃끼리 얘기를 나눌 수도 있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바로 역사를 만들어 가는 주인공임을!”


6) 9.11의 진정한 영웅

 우리 가운데 자신은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삶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며, 언젠가 사람들이 자신을 완전히 잊을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이 있다. 그런데 자신의 이야기가 실린 한 권의 책이 그에게 어떤 충만한 존재감을 불어넣어준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놀랄 만큼 풍부하고 다양한 삶의 감동을 전해준다. 특히 9.11 테러 때 세계무역센터  건물에서 빠져나온 한 남자의 이야기는 영화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9.11 테러 현장에서 한 사내가 건물을 빠져나가다가 동료의 구조 요청을 듣고 다시 사지로 돌아갔다. 그 사람을 보고 옆 사람이 대체 뭘 하려는 거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나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친구를 도와주러 가야 해요.”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 참된 역사는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영웅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채 살다가 이웃을 위해 죽어간 보통 사람들 중에서 나온다. 내가 진행했던 커뮤니티 라디오 방송도 중앙 방송처럼 화려한 쇼나 유명한 사람이 나오는 건 아니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데 충분했다.


7) 혼자 할 수 있는 취미

 나는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 배우라고 권한다. 예를 들면 악기 연주, 사진 찍기, 그림 그리기 같은 것들이다. 사실 어렸을 적엔 이런 것에 관심이 있었지만 학교에 들어가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사회에 진출하여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어릴 적 꿈은 잊고 만다. 자신이 좋아했던 건 내면 깊숙이 가라앉고 남들이 원하는 걸 자신이 좋아하는 걸로 착각하고 살아간다.

 호스피스 현장에서 보니까 임종 환자들이 후회하는 일 1순위가 남들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그걸 임종 직전에 깨닫는다면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그런데 이런저런 취미활동에 관심을 갖다 보면 자신이 원했던 것이 다시 바깥으로 돌출된다. 은퇴는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 해야만 하는 일에 치우쳐 뒤로 미루어두었던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8) 인생의 중요한 날

 우리 인생에는 중요한 두 날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신이 태어난 날, 또 하나는 자신이 왜 이 땅에 태어났는지 이유를 아는 날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두 번째 날의 의미는 깨닫지 못하고 운명을 한다. 직장생활을 하며 두 번째 날의 의미를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은퇴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9)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영국의 일간지 <런던타임스>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적이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3위는 섬세한 공예품을 완성하고 휘파람을 부는 목공, 2위는 깨끗하게 목욕시킨 아기 몸에 분을 발라주며 웃는 어머니였다. 1위는 모래성을 막 완성한 어린아이였다. 사람들은 뜻밖의 결과에 놀랐다. 그들이 생각했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세계적인 부호나 권력가들이었던 것이다.

 왜 1위가 ‘모래성을 완성한 어린아이’였을까? 어린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분명히 알고, 그것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교육을 받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인이 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남들이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착각하며 살게 된다.


10)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도 나이 들은 사람의 특징이다. 지난 일들을 돌아보면 5,6년 전의 일 같은데 10년이 훌쩍 지났다. 직장 다닐 때는 일주일도 길더니만, 지금은 금방 지나간다. 왜 나이가 들수록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질까?

 심리학자의 전언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기억에 남을 만한 새로운 경험이 줄어들기 때문이란다. 10대는 지난 시간이 흥미로운 기억으로 가득한 반면, 나이를 먹을수록 일상이 반복돼 시간이 공허한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책장을 덮으며>

 인사업무를 하며 적어도 수백 명의 퇴직 면담을 했었다.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떠나가는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도 언젠가는 내가 떠나는 입장이 되어 퇴직 면담을 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 직장에서는 이른바 로열패밀리가 아닌, 신입 공채 출신으로 가장 높게 올라갈 수 있는 부사장으로 35년간 그 회사를 다니는 것이 목표였다. 두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회사가 성장하는 것과 별개로 나는 나만의 경쟁력, 혹은 자립심을 쌓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은 일을 한참 할 30대 후반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행복한 은퇴준비는 바로 지금부터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를 실현할 수 있는 준비.

마흔 혹은 바로 지금부터 은퇴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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