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인사 Aug 24. 2020

직장인의 감정수업

난 직장생활 14년 차다.

나름 직장생활에 대해서 잘 안다고 자부했다.

14년 차의 시야에서는 느끼지 못한,

21년 차 저자의 안목을 적어본다.


[직장인의 감정수업 _ 이주희 지음 _ RHK코리아 출판사]


1) 나쁜 부하

 상사들이 생각하는 나쁜 부하를 알아보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아래의 상자를 잘 살펴보자. 이 중에서 일 못하는 부하가 있는가? 실력이나 능력이 아닌 온통 인간됨, 태도에 관한 지적뿐이다. 사람의 마음을 가장 거슬리게 하는 것은 바로 ‘태도’다. 옳지 않은 태도는 나쁘게 인식된다.


상사들이 생각하는 나쁜 부하


-. 자기 이익만 챙기는 뺀질이형

-. 뒤에서 구시렁대는 투덜이형

-. 자기 공을 앞세우는 떠벌이형

-. 매사에 부정적인 안티(anti)형

-. 핑계거리만 찾는 면피형

-.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좀비형

-. 윗사람에 줄 대려는 폴리티션형


*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엠브레인이 직장인 7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경제>, 2008년 12월


2) 쉬운 부하

 상사와 가까워지기 위해 쉬운 부하가 되는 길을 택하지는 마라. 상사는 편한 부하와 쉬운 부하를 용도에 맞게 활용하고 이용 가치가 떨어지면 매몰차게 버린다. 만만해 보이는 순간 덥석 낚아채는 게 나쁜 자들의 본능이다. 나쁜 상사들의 먹잇감, 표적이 되면 직장 생활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상사의 마음을 얻으려는 급한 마음에 엘리베이터부터 누르고 달려가기 시작하면 “그 친구, 몸 한번 빠르네”라는 칭찬으로 시작해서 “그 녀석은 머리보다는 몸 쓰는 일 시켜야지”로 결론 난다.

 같이 일을 하는 부하가 될 것인지 그저 상사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부하가 될 것인지는 나에게 달렸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처럼 누구에게나 무조건 달려가지 마라. 달려간 속도로 버려진다.

 판부터 읽어라. 읽기도 전에 쫓아가기 시작하면 이미 진 싸움이다. 기술이나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내가 무게 중심이 되려면 추가 어디에 달려 있는지, 얼마만큼을 옮겨야 하는지 세를 읽어야 한다. 카리스마는 그렇게 시작하고 결국 아우라가 된다.


3) 질투

 보통의 사람에게 질투는 더할 수 없는 ‘지옥’이다. 처음에는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보다 그 찬란함을  미워하고 어느새 모략의 단계에 이른다. 제3자가 개입해 불을 붙이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인간의 본능이라지만 매우 위험한 결과의 씨앗이 된다.

 남을 향한 화살이 그것이다. 질투는 상대보다 높이 올라가려는 노력보다 남을 끌어내리는 손쉬운 선택을 하도록 부추긴다.

 또 질투는 자칫 나를 찌르는 칼이 될 수도 있다.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내는 동료를 보면 부러움의 감정을 넘어  상대적으로  부족한 나의 능력이 언젠가는 만천하에 들통날 것 같은 불안감, 즉 ‘가면 증후군’에  시달린다. 결국 깊은 열등의식으로 발전하고 나의 재능, 능력조차 부정하고 의심하게 된다. 스스로를 더 작은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남을 끌어내리고 나의 부족함을 후벼 판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알면서도 감정의 회오리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제한된 자리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 순간 비교의 도마에 올라 칼질을 당해야 하니 부러워하고 미워하는 감정의 산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4) give and take

 ‘족발’하면 누구나 장충동을 떠올린다. 모두  원조라고 떠들며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지만 그렇다고 장충동을 떠나지는 않는다. 경쟁자와 가가이 지내야 한다. 옆에 두고 봐야 경쟁자들의 노하우를 흉내 낼 수 있고 어떤 쓸 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경쟁자는 무찔러야 하는 적이 아니라 넘어야 할 산이다. 그 산을 넘으려면 내 곳간부터 열어야 한다. 손톱만한 정보도 주지 않고 보물단지처럼 끌어안고 있으면 푹 익어서 결국에는 쓸모없는 물건이 된다. 정보를 혼자만 쥐고 있어서는 경쟁자를 이길 수 없다. 정보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데서 가치가 발생한다. 나부터 문을 열자.

 남의 것을 얻으려면 내 것부터 내놓는 게 바로 거래의 이치다. 교환을 하면 이익이라는 게 생기는 법이다.


5) 뒷담화


뒷담화는 다 들린다.

 

 사람에게는 위험한 순간 작동하는 방어 본능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뒷담화’다. 상대를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제3자에게 지지를 호소한다. 뒷담화는 당초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심리적 지지, 위로, 안정감, 존재감 확인의 성격이 더 크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좋은 말도 변질이 되는 마당에 나쁜 말은 확대 재생산되고 날개를 단다. 결국 누군가에게 칼이 된다.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심리적 위안으로 시작한 뒷담화는 활이 되고 총이 되어 어느새 마녀 사냥 중이다.

 전봇대에 포스터  한 장이 붙었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라는 제목의 이 포스터는 전봇대 기둥에 둥글게 감겨 있다. 군인이 겨눈 총구는 다시 그 자신을 향하고 전투기에서 나온 미사일 역시 전투기로, 수류탄 역시 다시 나에게, 탱크의 총부리 역시 탱크로 향한다. 이 반전 포스터는 우리나라 광고인이 만든 작품으로 10여 개의 국제광고 공모전을 휩쓸었다.

 뒷담화와 전쟁은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 한 번 시작하면 서로를 무섭게 쏘아대기 시작하고 끝나고 나면 누구랄 것도 없이 상처를 입는다. 직접 총부리를 겨누든, 말로 도마 위에 올리든 결국 되돌아와 자신도 피해자가 된다.


조용히 들어라.


 어디에나 기가 막히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모든 사건을 자신의 입장에 맞게 축소하거나 부풀린다. 과도한 감정 표현과 불필요한 의견 개입으로 마녀사냥의 연출가가 되지 마라. 뒷담화가 직장  생활의 윤활유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초대받지 마라


 뒷담화는 편 가르기의 시작이다. 대개 뒷담화는 공적인 자리가 아닌 사적인 모임에서 이뤄지는데 그런 자리에서 나온 얘기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만의 비밀스러운 약속이 된다. 나쁜 정보를 공유하면 무언의 동질의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뒷담화는 정보가 아니다. 뒷담화 모임은 인맥이 아니다. 따돌림당한다고 느껴져도 개의치 마라. 그 모임에 초대받지 않은 것을 고마워할 때가 반드시 온다.


진심으로 해결하라.


 뒷담화의 시작은 갈등에서 시작한다. 갈등은 둘 사이의 객관적인 차이와 그에 따른 주관적인 감정 때문에 생긴다. 대립하는 둘의 차이가 너무 크거나 가치관 때문에 감정이 너무 벌어져 있는 경우, 갈등은 고조된다.


6) 공동악


나쁜 상사의 말을 듣는 당신도 유죄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을 대학살 한 주범으로 독일 나치 친위대 중령 칼 아돌프 아이히만(Karl Adolf Eichhmann)이 잡혀 법정에 섰다. 아돌프는 자신은 단지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나쁜 상사라 해도, 아무리 힘센 권력을 휘두른다 해도 혼자 힘으로 수백 명을 죽일 수는 없다. 추종하고 앞장서 충성심을 보이고 납작 엎드려 복종하는 부하들이 없으면 말이다.

 그러나 부하들은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라고 우긴다.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리더조차도 자신은 부하일 뿐이라고,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리더는 누가 있겠는가? 조직의 운명을 구원할 진정한 리더가 사라진 이유가 이런 리더들의 말도 안 되는 겸손 때문이 아니겠는가.

 권한을 행사할 때는 리더이고 책임을 져야 할 때는 부하로 변신하는 편리함부터 배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그렇게 사람들은 죽고, 나쁜 일은 반복된다. 명령에 의한 복종이라 해도 유죄는 유죄다.


7) 모멸감

 인간에게 가장 깊은 상처는 모멸감이다. 모멸감은 남에게 직접적인 무시를 받았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스스로 빠지는 자괴감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간해서 치유되기도 힘들고 때론 복수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곱씹을수록 그 진국이 우러나는 막말은 모멸감을 주는데 더없이 좋은 흉기다. 원하는 부분만 편집해서 듣거나 내 기준으로 번역할 경우, 들어도 듣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이 생긴다. 불필요한 오해를 만든다.


8) Generlist


두루두루 거쳐라.


 고창 수박, 충주 사과, 기장 미역.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익숙한 특산물이다. 고창 사람들도 콩, 배, 인삼, 사과를 모두 시도해 봤을 것이고 토양이나 기후, 수익성 면에서 수박이 가장 적합함을 알아냈을 것이다.

 부서의 모든 업무, 회사의 많은 부서를 거치는 것이 좋다.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쓸 수 있다는 장점 이외에 여러 경험을 통해 내가 진짜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주야장천 한 부서, 한 업무만 고집하면 전문가의 길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고집 센, 편견 가득한 민폐 상사가 된다. 어쩌다 맡게 된 일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면 그 일을 제일 잘해서가 아니라 그 일 밖에 할 게 없어 그 일을 하게 된다. 명품이 되려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은 다음 그 일에서 장인이 되는 순서로 가야 한다.


9) 개미와 베짱이

 열심히 일하면 겨울에 식량 걱정하지 안하도 되는 개미처럼 살 수 있다는 말은 옛말이다. 요즘은 다르다. 개미가 열심히 일을 할 동안 베짱이는 노래와 기타를 치며 마을 사람들을 모아 정보를 교류했고 공연 장소를 위해 이웃 마을을 기웃거렸다. 그러다 보니 우리 마을에 없는 곡식이 이웃 마을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베짱이는 부동산과 무역에서 엄청난 이익을 보았다. 반면 개미는 겨울 식량 걱정은 없었지만 여름 내내 열심히 일만 한 탓에 골병이 났고 엄청난 병원비로 결국 생활고를 겪었다. 베짱이가 성공하는 시대다.


10) 월급의 중독성


월급에 안주하지 마라


 회사를 감옥 같은 우물로 만드는 건 바로 ‘월급’이다. 월급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치에 대한 대가’지만 주는 입장에서는 ‘노동의 대가’다. 그래서 주는 쪽은 유연할 수 있어도 받는 쪽은 쿨할 수 없다. “내 가치가 이것밖에 안 돼?”라고 물어도 회사는 “너는 10시간 일했으니 이만큼이면 돼”라고 답하는 것이 월급이다.

 더군다나 월급은 늘 부족하다. 카드값, 할부금 등을 빼고 나면 한 달 고생한 보람보다는 앞으로 한 달을 더 견뎌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선다. 그래서 직장인들의 시간은 월급날에 맞춰 흘러간다.

 이 험난한 세상에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이 고마울 따름이지만 현재의 일, 세상의 변화, 나의 미래 등 미래지향적 고민을 하지 않으면 월급에 길들여져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날이 오게 된다. 월급은 마약보다 끊기 힘든 중독성이 있다.

 회사는 직장의 사춘기에 맞춰 비타민 주사를 처방하기도 한다. 사원에서 대리로, 대리에서 과장으로 호칭과 대우를 바꿔준다. 무기력을 느낄 즈음, 회사는 다시 최면을 건다.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던져주고 더 큰 능력을 보여 달라고, 너는 잘할 수 있다고 속삭인다. 그래서 다시 힘을 내고 열심히 바퀴를 돌리게 된다. 이런 순환구조에 익숙해지면 안주하고 길들여지게 된다. 세상과 담을 쌓고, 집안일에 안달복달하고, 세상일에 뒤처진다.


<책장을 덮으며>

 이 책은 직장인으로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본성을 충실하게 담아냈다. 그리고 직장생활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상황에서 내가 유지해야 하는 선택의 기준을 알려주고 있다.


 직장 생활의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에 비추어 복기를 해보면,

‘동료의 질투에서 뒷담화가 시작되었고, 쉬운 부하의 공동악에 의해, 모멸감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다 지난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혼자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내성도 생겼다.


 최근의 관심은 개미 같은 일벌레가 아닌,

베짱이와 같이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월급의 중독성에서 벗어난 내가 되는 것이다.


 회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다. 그렇다 보니 문제 해결을 위한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이해하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주체가 되도록 노력해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무작정 퇴사하지 않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