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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Sep 18. 2020

90년생이 온다

합리성이 핵심이다

몇 달 뒤면 나도 40대가 된다.


나름 의식이 깨어있는 30대라고 자부했다.

그래서 작년에 ‘90년생이 온다’를 처음 읽었을 때는, ‘다 아는 내용이잖아?’라고 생각했다.


최근 회사의 젊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대화의 벽이 느껴진다.


기존에는 쉽게 설명하고 설득했던 내용이었더라도, 최근에 입사한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에서는 무엇인가 막히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래서 다시 꺼내 읽게 되었다.


‘90년대 생이 온다’를 통해 이해하게 된,

젊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적어본다.

[90년생이 온다 _ 임홍택 지음 _Whale books 출판사]

1) 꼰대

사전에서 꼰대란 은어로 ‘늙은이’를 지칭하거나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아거가 2017년 쓴 <꼰대의 발견>에 따르면 오늘날에 꼰대라는 단어는 특정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어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를 지칭한다.

 꼰대들은 본인의 과거 경험에 비춰 현재를 마음대로 판단한다. 그들에게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요즘 세대는 세상의 힘든 일들은  하기도 전에 포기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나 패기도 없으며, 근성 따위는 없고, 편한 직업만 찾는 이들로 비친다.  


 90년대생들은 지금까지 수많은 ‘꼰대질’ 속에서 살아왔다. 문제는 그동안은 꼰대들을 피할 수 있었지만, 성인이 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2017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유형(23퍼센트)을 가장 전형적인 꼰대로 꼽았다. 이어 “까라면 까”라고 말하는 상명하복 유형(20퍼센트), “내가 해


2)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어린이를 포함한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은 그 시대의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화상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의 틀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를 향해 정진하게 된다. 작가로도 활동 중인 문유석 부장판사는 ‘변한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라는 말을 통해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여건하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요즘의 젊은이들 또한 저성장 시대에 맞는 생존 전략, 행복 전략을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와 같이 인간 또한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고, 이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한다. 변해버린 시대에 적응하려는 선택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3) 드립력

 ‘드립’ 혹은 ‘개드립’이란 단어에 익숙한가? 이 말은 주로 임기응변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애드리브(ad lib)가 변형된 인터넷 은어다. 본래 이 단어도 ‘자유롭게’를 의미하는 라틴어 아드 리비툼(ad libitum)을 줄인 단어다. 드립 역시 디시인사이드에서 나온 단어로서, 부정적인 의미의 즉흥적 발언을 뜻한다.

  드립이라는 표현은 이제 더 확장되어 ‘특정한 상황이나 행동에 대한 발언’이라는 의미로 접미사처럼 쓰인다. 어떤 대상에 대해 하는 헛소리나 실언, 막말이라는  뜻까지 포함한다. 이 말의 효용은 계속 넓어져 많은 90년대생들은 실생활에서도 이 단어를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드립력’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드립을 치는 능력’을 뜻한다. 이는 일종의 개그 능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기존의 개그 능력이란 것이 단순히 남을 웃기는 능력을 뜻했다면, 드립력은 그 상황에 어울리는 짧은 말이나 글로써 촌철살인의 웃음을 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4) 믿음

 알리바바를 탄생시킨 마원이 생각하는 성공이 비결은 중국과 인터넷 비즈니스의 미래, 그리고 청년 세대에 대한 신뢰였다. 마윈은 “알리바바는 믿음을 바탕으로 성장한 회사”라고 말했다. 마윈은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 누구도 생면부지 사람에게 돈을 보내, 한 번 보지도 못한 물건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사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라며 “하지만 지금의 중국에는 신뢰가 있다. 타오바오에서 하루 수천만 건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은 수천만 건의 믿음이 흐른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5) 시간 끌기

 조직학의 대가 아미타이 에치오니(Amital Etzioni)가 지적했듯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의사결정을 방어적으로 회피하거나 필요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며 시간을 끄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의도적인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책임 회피를 위해 꼭 필요한 의사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대안을 검토하는 하급자는 보고서를 만들고 회의를 거듭하며 불확실성이 사라지길 기다린다. 필요 이상의 복잡한 결재 단계에서 시간을 끌기도 한다. 이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급자도 마찬가지다. 결단이 필요한 순간 보고서의 사소한 오류나 정보 부족을 탓하며 재작업을 지시해 시간을 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라는 격언이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의사결정은 없다’라는 격언을 압도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쉬는 것은 아니다. 모두 정보를 수집하며 바쁘게 뛰고 있다. 보고서 버전은 끝없이 올라간다. 그렇게 돌다리를 두드리던 순간 경쟁사는 이미 그 돌다리를 건너 신제품을 내놓는다. 남은 완벽한, 그러나 이미 쓸모없는 보고서와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씁쓸한 자위뿐이다.


6) 80년대생과 90년대생의 차이점

 80년대생까지도 어찌 보면 기존 세대들과 같이 ‘본인의 이익’에 따라 움직였다. 장기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강압적인 신입 사원 교육 과정을 인내하고, 권리는 잠시 유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90년대생들은 강압적인 요구에 그들의 권리를 잃으려 하지 않고, 전체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관리 시스템은 적절히 조절하면 80년대생들의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90년대생들은 권리를 지키고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과감한 사고와 행동의 자유를 누리고자 한다. 복종이나 권위를 통한 강압적 통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다.


7) 인정과 참여

 중요한 것은 90년대생들은 숙련공이 되기  전에도 자신의 회사나 팀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길 원하며,  직접 참여를 통해 주목받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직이 본인을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회사 업무에의 참여는 이들에게 일종의 ‘인정’의 의미이고, 이는 그들의 직무와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의 하나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한정되거나 보조적인 역할을 부여받게 되고,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를 겪게 된다.


 회사에서의 참여는 90년대생들에게 성장이나 성취만큼이나 중요하다. 참여는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자 가장 얻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줘야 할 것은 권력이 아니라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권리다.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주목을 받고, 성과를 내게 해주는 것이다. 참여도가 높을수록 90년대생 직원들은 더 빨리 기업에 적응하며, 그들의 의견이 더 많은 주목을 받을수록 그들의 책임감도  더욱 커진다. 그에 따른 성과를 끊임없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동기부여 방안이다.


8) 즐거운 회사

 80년대와 그 이전의 출생 세대들은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설정하는, 소위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 그러나 90년대생들은 지금의 인생이 어떤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 이와 함께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도 오로지 ‘흥미’에서 나온다.


 얼마 전까지 회사에서 즐겁게 지내고 싶다는 말은 임금을 받고 근무하는 회사원의 입장에서 일종의 반동과 같은 것이었다. 즐거움은 돈을 내고 사는 것이고, 이와 반대로 돈을 받는 곳은 절대 즐거움의 장소가 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물론 90년대생들에게도 회사란 노동을 하러 오는 곳이다. 다만 그들은 어디에서라도 ‘유희’를 즐기고 싶을 뿐이다. 유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회사는 일터로서의 매력을 잃게 된다.

 기존 세대들이 직장 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가장 흔한 이유는 사람 문제와 업무량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수록 회사 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이유는 흥미와 연관되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 하는 일에서 흥미를 느낄  없다면 권태를 느끼는 것이다.


9) 세스코 게시판

 무엇보다 세스코 게시판의 매력은 답변의 성실함이다. 아무리 질문이 엉뚱해도 일일이 답을 단다. 그렇다고 대충 얼버무리는 게 아니다.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준다. 웃음도 있고 정보도 있다. 질문한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 쿵짝을 맞춰 주는 것도 기본이다. 이 회사는 이러한 진솔하고 위트 있는 소통으로 아시아 최대의 해충방제 분야 히든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


10) 비아그라

 1986년 미국의 한 제약회사는 심장병과 협심증 치료용 약물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PDE-5라는효소를 억제하면 혈관 저항과 혈소판 응집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한 연구진은 3년간 수백 가지의 화합물을 시험했다. 마침내 1989년 12월 PDE-5 효소를 강력히 억제하는 유망 물질인 ‘실데나필’이란 성분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연구진은 이 실데나필을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실험에 착수했다.

 하지만 1992년 임상실험 과정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발견됐는데, 실데나필을 투여한 환자 중에서 ‘발기’라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해당 부작용으로 인해서 협심증 치료제 개발은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부작용으로 인해서 해당 신약 개발을 중단하기보다는 꾸준히 부작용 자체를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관찰하던 연구원은 점차 연구 방향을 발기부전으로 맞추기 시작했다. 마침내 1998년 세계 최초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출시되었다. 이는 바로 ‘비아그라’이고, 이 회사는 세계 최대의 제약회사로 성장한 화이자이다.


[책장을 덮으며]

 30대 후반 또는 그 이상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노래가 있다.

캔(배기성)의 ‘오늘도 내가 참는다’

노래 중 이런 가사가 있다.

“화나도 참아야 해. 슬퍼도 참아야 해.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잖아. 오늘도 내가 참는다.”


그렇다.

기성세대는 화가 나도 참았고,

슬퍼도 참았다.

참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고,

참는 게 이기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참는 게 미덕’이라는 대전제가 맞는 것인지부터 합리적 의심을 한다.

화가 나는 이 상황이 정당한지?

나를 슬프게 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는지를 분석해 본다.


어린아이들이 말을 하게 되면,

가장 많이 말하는 단어는 “엄마”와 “왜?”라고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기존의 권위적인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물어본다.

“왜 그래야 하는데요?”


젊은 세대의 합리적인 궁금증에

논리적인 답변을 해줄 수 있어야 미래의 주인공인 젊은 세대와 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양방향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꼰대’가 되는 것이다.


미래의 주인공들과 논리적인 양방향 소통을 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성심성의껏 듣는 마음가짐이라도 가져야 할 것이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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