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알게 된 나의 속 좁음
온 가족 동네 나들이.
커피 한 잔 하러 가는 길에 와이프가 말했다.
“여보. 저기 도넛 가게. 맛집이라는데?"
가볍게 나선 동네 산책길이라 주머니에는 신용카드 한 장과 천 원짜리 3장뿐.
우리는 당시 전재산(?)을 주고, 핫도그 1개와 찹쌀 도넛 3개를 샀다.
포장해 주는 것을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폐지 줍는 할머니가 우리 앞에 멈추더니 말했다.
"아이고 애들이 참 예쁘네요."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러던 사이 핫도그와 찹쌀 도넛이 나왔다.
첫째 아들에게 핫도그를 건네 준 순간, 할머니가 말했다.
"나,, 하나만 주면 안 될까? 오늘 박스를 거의 못 주워서 밥을 못 먹었어."
'아,, 그랬구나. 그래서 옆에서 서성이셨구나. 와이프가 먹고 싶어 했는데? 둘째도 먹고 싶을 텐데. 어쩌지.?'
혼자 갑자기 복잡한 생각을 하던 찰나,
와이프가 도넛 3개가 담긴 종이백을 할머니께 건넸다.
"맛있게 드세요~^^"
'어..? 이건 뭐지..?'
약간 화가 났다.
'우리 가족 전재산(?)으로 산 간식인데? 갑자기 울상이 된 둘째는 어쩌지?'
다시 길을 걸으며 와이프가 말했다.
"식사도 못 하셨다잖아. 우리는 다음에 사 먹으면 되니깐."
오~ 와이프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면이 있었다니.
잠깐이나마 화가 난 나의 속 좁음을 부끄러워하며 길을 걸었다.
가끔 그 도넛 가게 앞을 지나면 폐지 줍는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길을 걷다 폐지 줍는 할머니들을 보면, 그때 도넛 가게 앞의 할머니 생각이 난다.
할머니. 날이 많이 추워요.
건강 잘 챙기세요.
혹시라도 할머니 마주치게 되면, 도넛 사면서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