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에게 항상 따뜻한 리더였을까?
“여보, 예전 팀장님 때문에도 힘들어했던 거 기억나?”
아내의 말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 내가 모시는, 아니 그분 입장에서는 나를 모시는 것 같은,
그런 상황이 몇 달째 이어지자, 나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나는 이른 새벽 시간에 일어나 리클라이너 소파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침 출근길부터 쏟아지는 메신저로부터 나를 방어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게 되었다.
새벽 3~4시부터 열심히 보고서를 만들어 출근 전에 메일을 보낸 날은 출근길 메신저 폭탄을 피할 수 있었다.(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새벽녘 나만의 독서시간은 점차 줄어들게 되었고, 나의 정서는 메말라 갔다.
불면증과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한 번 마시기 시작한 술은 내가 그날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릴 때까지 끊임없이 마셔 버리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나의 심신은 피폐해져 갔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아내의 안타까운 마음은 커져갔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팀장님을 만났다.
지금 팀장 때문에 힘든 점을 마구 쏟아냈다.
그리곤 또다시 너덜너덜해진 육신을 이끌고 집에 왔다.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팀장 때문에 너무 힘들어. 다른 자리를 알아봐야 할까 봐. 내가 좋아하던 예전 팀장님은 당신 밑으로 오라고 하시더라고.”
아내가 답했다.
“여보. 예전 팀장님 때문에도 힘들어했던 거 기억나?”
아내의 한마디는 그렇게 나의 머릿속에서 한참을 맴돌았다.
그렇다.
생각해 보면 난 언제나 나의 리더 때문에 힘들어했다.
군대에서는 새로 온 중대장이 선임 소대장인 나의 의견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남들은 가고 싶어도 못 간다는 후방 교육부대를 버리고 전방으로 가야겠다고 고집을 부린 적도 있었다.
전 직장에서는 부장님과 코드가 맞지 않다며, 지방 현장을 지원해서 가기도 하였다.
내가 한풀이를 털어놓은 예전 팀장님은 중요한 일만 생기면 장기간 휴가를 간다고 싫어한 적도 있었다.
되돌아보면 어떠한가?
당시 내가 정말 미칠 듯이 싫어했던 리더일 지라도,
세월 앞에서는 그저 좋은 추억을 함께 했었던 사람들일 뿐이었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 리더를 다시 만나도 같이 지내긴 어려울 것 같아?’라고 내게 묻는다면,
‘당연히 잘 지낼 수 있지. 그 무슨 어려운 일이라고?’ 답할 것 같다.
나의 어려움을 나의 리더를 향해 책임을 돌리던 비난의 화살은
어느새 나를 향해 묻고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항상 따뜻한 리더였을까?”
내가 너무 많이 갈궈서 퇴사한, 나보다 한살이 더 많았던 직장 후배.
내가 싫은 티를 팍팍 내서 나한테 일도 제대로 시키기 어려웠던 직장 선배.
나 또한 전혀 알지 못하는 나와의 일로 상처 받았을 많은 사람들.
내가 누구를 탓할 자격은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그리고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배려라는 글자가 적어진 종이를 받아 들며, 혼자 손 베이고 울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나의 마음이 그 리더로 인해 힘들었기에, 나에게도 한 번 되물어 본다.
“나는 누군가에게 항상 따뜻한 리더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