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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Dec 21. 2019

젊은이. 일어나. 내려야지.

라떼는 말이야 - #4. 지하철 같은 시간 같은 자리.

“젊은이. 일어나. 내려야지.”

지하철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아저씨께서 나를 깨워 주셨다.


“어?? (어리둥절) 감사합니다”


인사팀 근무 시절 매년 겨울만 되면,

몇 개월에 걸친 야근이 시작되었다.


10월에는 저녁 10시 퇴근.

11월에는 저녁 11시 퇴근.

12월에는 저녁 12시 퇴근.

1월에는 새벽 1시 퇴근.

2월 1일부 정기 승진 인사발령이 게시판에 올라가면

장장 4개월에 걸친 야근이 끝났다.


1월의 어느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새벽 1시까지 야근을 하고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 새벽 2시.

(함께 야근하던 대리님은 대중교통이 끊겨서 회사 비용으로 택시를 타고 갈 수 있었지만, 나는 버스가 있어서 버스를 타고 집에 가야만 했다. ㅠㅠ)


눈을 감기가 무섭게 임원실 아침 신문 배달의 시간이 다가왔고,

https://brunch.co.kr/@azafa/29

어떤 날은 마음은 이미 회사를 향하고 있지만,

도저히 눈이 떠지지 않아서

바닥에 머리를 쿵 찧으면서 잠을 깨본 적도 있었다.


너무 이른 새벽시간.

분명 뉴스에서는 출퇴근 시간 전철 혼잡도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데,

내가 타는 전철은 항상 한산했다.

늘 앉아서 다닐 수 있었다.


그날도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자리에 앉아

똑같은 자세로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있었다.


내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했는데도

일어나지를 못하자,

옆에 계신 아저씨가 나를 흔들어 깨우셨다.


“젊은이. 일어나. 내려야지.”

“어?? (어리둥절) 감사합니다.”




요즘은 아침에 애들을 어린이집, 초등학교까지 데려다주고 출근을 한다.

예전 직장을 계속 다녔다면 애들 케어는 어떻게 했을까?


추운 겨울이 되면,

지하철에서 날 깨워주신 아저씨가 생각이 난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덕분에 그날 임원실 신문배달 잘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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