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는 조직장(leader)의 문화다.
리더가 수평적이면, 조직문화도 수평적이다.
리더가 권위주의적이면, 조직문화는 수직적이다.
조직이 이해되지 않는 리더가 있다면,
리더가 이해되지 않는 조직이 있다면,
서로에게 권해보고 싶은 글이 있어 옮겨 적어본다.
(동아일보. 2021.12.10. 김창덕 DBR 교육컨벤션팀장)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임상심리학자 사이먼 베런코언 교수가. 개발한 ‘눈으로 마음 읽기 테스트(RMET. Reading the Mind in the Eyes Test)’라는 게 있다. 사진 속 인물의 눈만 보고 감정 상태를 맞히는 것으로 인지적 공감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도구다. 한 연구팀이 참가자들을 모아놓고 A그룹에는 ‘가장 유명하고 부유한 사람’을, B그룹에는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떠올리라고 했다. 이후 사회적 계층 사다리에서 자신의 위치를 묻자 A그룹은 상대적으로 하단을, B그룹은 상단을 선택했다고 한다.
두 그룹의 RMET 결과는 어땠을까. 자신을 강자로 인식한 B그룹의 정확도가 A그룹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즉, 스스로 권력자라 여기면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우리는 권력자들이 주변이나 타인의 감정을 전략적으로 모른 체하는 게 아니라 정말 읽지 못하거나 관심 자체가 없을 수 있다. 겨우 몇 분간의 실험 결과가 이럴진대 수년간 조직을 이끈 리더들은 어떻겠는가라는 연구팀의 추정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다.
조직문화 및 리더십 전문 컨설팅업체 나발렌트의 론 카루치 공동 설립자는 지난달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온라인판에 ‘리더의 단점이 회사를 망치지 않게 하려면’이란 글을 썼다. 제목부터가 직설적인데 내용도 꽤 흥미롭다.
카루치는 조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리더의 성격적 결함 유형 네 가지를 제시했다. 지나친 자신감과 만성적 확신에 찬 리더, 충동적인 리더, 엄격하게 통제하는 리더, 불안해하는 리더다. 모든 리더들은 어느 정도의 성격적 결함이 있으니 지금 이 순간 자연스럽게 떠오른 누군가에게 특별히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불행한 건 정작 그 리더들은 자신의 성격적 결함을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카루치는 네 부류의 리더 각각에게 실질적 조언을 건넸는데,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 어차피 ‘남 얘기’로 흘릴 게 뻔하니까.
그 대신 많은 리더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카루치의 주문이 있다. “경쟁 환경과 회사. 안에서 당신의 열정을 실현하는 데는 많은 장애물이 있죠. 당신 자신이 장애물 중 하나가 되지 않도록 하세요.”
기업들이 연말 인사 시즌이 한창이다. 인사는 곧 리더십 교체를 의미한다. 임원이 돼 대규모 사업을 총괄하게 된 이도 있고, 승진의 기쁨을 누리며 처음 팀장 자리에 오른 이도 있다. 자리를 이동해 구성원들과 새롭게 합을 맞추게 된 리더들도 많다. 시간이 된다면 HBR 11-12월호에 실린 ‘권력이 당신을 망치지 않게 하라’는 아티클을 꼭 일독할 것을 권한다. 줄리 배틸라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티지아나 카시아로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 교수가 공동. 집필한 이 글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리드할 수는 없다. 권력의 덫에 걸리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오만 대신 겸손이, 자기 중심성 대신 공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