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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an 09. 2022

영화 ‘남한산성’

사람이 먼저다

 회사에서 다소 굴욕스러운 상황이 있었다.

내가 굴욕스러웠다기 보다는,

회사 전체가 굴욕스러운 일이었다.


 수많은 직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말했다가,

단 몇 사람만을 위한 의사결정이 내려졌다.

그것도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과 함께.


 이 일을 대표했던 나를 모두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내 마음도 아팠지만, 웃으며 돌아섰다. 그리고 나보다 더 실망하고, 울분을 토하는 직원들을 달래주었다.

‘지금은 우리가 힘이 없어서 이런 일이 있었지만, 힘을 길러서 다음번에는 다른 직원들이 똑같은 일을 당하는 것은 꼭 막아보자고.’


 이렇게 씁쓸하게 주말을 맞이하니, 갑자기 영화 ‘남한산성’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삼전도의 굴욕’이라 일컬어지는 상황에서, 당시 조선 조정은 어떻게 이를 극복했는지? 그 지혜를 찾아보고자, 영화 ‘남한산성’을 다시 보았다.


 적과 내통한 역적이라는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끝내 사직을 보전한,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현 )   대사에서  감명을 받았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청나라의 침략으로 남한산성에 갇힌 인조와 조정.

식량난으로 말먹이까지 떨어지자, 말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병사들에게 지급한 가마니를 거두어 말을 먹이자는 의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임금의 질문에, 이조판서 최명길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나누어 주기는 쉬우나,

도로 빼앗기는 쉽지 않사옵니다.


말은 짐승인지라 그 마음을 다치지 않으나

군병은 사람인지라 가진 것을 빼앗기면 그 마음을 다칠까 염려되옵니다.”

[영화 남한산성 중]


맞는 말이다.

주는 것은 쉽다.

하지만 주는 것을 없애는 것은 어렵다.

인심을 잃게 된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명령으로 지시할 수는 있지만,

동기부여할 수는 없다.

진정으로 대해주어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언제나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회사에서 굴욕을 당했지만, 다행인 것은 사람은 잃지 않았다. 되려 많은 직원들이 더욱 힘을 하나로 합쳐,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안 자고 의기투합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조직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 믿는다.


과하지욕이다.

힘을 하나로 합치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과하지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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