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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ul 08. 2021

과하지욕(袴下之辱)

독서를 통해 참는 법을 배웠다.

아무 말 없이 J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눈을 ‘후~’하고 불어주고 싶었다.


“책인사. 따라와요.”

창고 같은 골방으로 따라갔다.

“내가 말할 때, 귀에 손대는 버릇(?) 어디서 배웠어요? 그리고 내 부하 직원 부를 때, ‘~님’이라고 정확하게 호칭해요.”


기분이 편안하지 않았다.

일단 님이라는 호칭을 지적받는데,

나한테는 님을 붙여주지 않았다.

내로남불이었다.


몇 년 전까지는 나의 영향력이 더 컸다.

지금 이 순간에는 나보다 먼저 승진한 J가,

온몸으로 본인의 우월한 지위를 만끽하고 있었다.

나의 태도(Attitude)가 잘 못 되었다며.




짜증이 났다.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거만함의 끝을 향해 달리는 그 모습에

경종을 울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참아야 할 수밖에 없었다.


곁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본 동료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괜찮다고 했다.

한신도 이런 일을 견뎌내고,

더 크게 성장하지 않았던가?

가난해서 끼니를 얻어먹던 한신은 가난뱅이에 무능력한 인물로 무시당했다. 한신은 시비를 거는 불량배를 만나 과하지욕(바짓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는 치욕)을 겪고도 한나라 초대 황제 유방 밑에서 대장군이 되었다. <초한지>를 보면 한신은 훗날 고향 초나라의 왕이 된 후 자신에게 치욕을 줬던 불량배를 찾아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그 치욕 덕분에 왕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Keep Going, 주언규(신사임당) 저 -


상대가 강하면 기다려야 한다.

힘없는 의협심과 자존심보다는

차가운 머리와 냉정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독서를 통해 참는 법을 배웠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상대방보다 더 강한 나보다는,

어제의 나보다 더 발전한 나를 추구한다.


독서를 통해 내면이 성장했다.

독서를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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