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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ul 06. 2021

내부 고발자를 향한 불편한 시선

당신은 잘못이 전혀 없나요?

내가 그렇게 맷집이 좋은지,

그때 처음 알았다.


2018년 내 생일 하루 전,

나는 그 사람과 함께 있었다.


당시 나는 좀 잘 나갔다.

회사 내 주변 동료들보다 일찍 승진했다.

누군가는 “밤낮없이 일하시더니 보상받으셨어요~!”라고 축하해 주었고,

다른 한 편에서는

“맨날 현장 직원들과 술만 먹고도 승진했네요?”라며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비아냥의 중심에 그 사람이 있었다.


본인이 승진하고 바로 뒤이어 내가 승진을 하자,

나에 대한 소리 없는 시기와 질투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되려 내가 희생양이 되었다.


그날 나는 엄청 맞았다.


다음날 임원분께서 말씀하셨다.

“어제 술을 얼마나 먹였으면, 그 사람이 떡이 되어 버렸어?”

“제가 되려 떡이 되도록 맞았는데요?”

임원분의 놀란 모습이 생각난다.


그렇게 나는 직장 내 괴롭힘.

정확하게는 직장 내 폭행의 피해자가 되었다.

(+직장 선임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이때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사무실에서는 알 수 없는 정적이 감돌았다.

평소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던 직원들도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대기발령 통보를 받기 전까지,

과장될 정도로 더 크게 웃고,

더 크게 이야기하며 사무실 분위기를 주도했다.


매일 저녁마다 주변 사람들을 불러내며,

술자리를 이어갔다.

나에 대한 뒷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가랑비에 옷이 젖고 있었다.


그 사람이 해고 처분까지 받게 되자,

그 사람과 제일 친한 후배가 나에게 말했다.


“책인사님 너무해요.

남자끼리 그럴 수도 있지.

같이 애 키우는 입장에서 그쪽 식구들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요? 책인사님 나빠요.”


하마터면 미안할 뻔했다.

아니, 실제로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결국 나만 참으면 되는 것인데.

일을 크게 만들었나?

아는 생각도 들었다.


당시 나를 위로하기 위해 읽은 책,

윤태호 작가님의 ‘미생’에서 이 문구를 접했다.

우리 팀은 내부고발로 인한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었다.
왜 조용히 처리하지 못했느냐.
동료를 버리고 이익을 취했느냐,
너희는 깨끗하냐.
(5권_P.59)
-미생 (윤태호 저)-
[미생 _ 5권 중에서 _ 윤태호 저]


하지만 그 길은 옳은 길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그 사람의 폭주를 막아야 했다.


맷집이 제일 좋았던 내가 그 역할을 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신나게 패 놓고,

다음날 힘들다고 출근을 못한 것은 그 사람이었다.

나는 얼굴에 멍 하나도 생기지 않았다.


아무래도 격투기에 재능이 있거나,

스파링 아르바이트를 알아봐도 될 것 같다.




시간은 충분히 지났고,

나는 그 일을 이겨냈다.


독서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 당시에는 위로에 대한 책을 참 많이 읽었다.

나를 위로해 주려 읽었던 책들에서,

나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미꾸라지가 되었나 보다.

갈등이 발생하기 전에 요리조리 잘 빠져나간다.

대립 상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노련함도 생겼다.


독서는 날 유연하게 만들어 주었다.

독서가 날 일으켜 세워주었다.

독서가 내면의 나를 강인하게 해 주었다.


혹시 맷집으로도 정 안되면,

책 모서리로 때리고 36계 줄행랑을 하는 것도

독서만이 가능한 호신술이다.


독서는 무기다.

나를 살리는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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