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을 당했지만 후회하지 않는 이유
2018년 10월.
많은 직장인들이 안타까움을 느낀 사건이 발생했다.
양진호 회장의 폭행사건.
그 사건이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양진호 회장 폭행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기 바로 며칠 전에
나 또한 직장 선임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은 그 해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함께 일하던 선임은 다른 후임을 지독히도 싫어했다.
정말 인간적으로 싫어했다.
말 그대로 온갖 갈굼을 통해 후임 스스로 퇴직하도록 엄청난 압박을 가했다.
결국 후임 직원은 두 손 두 발을 들고 백기투항.
그 중간에 있던 나에게 '퇴직 결심'을 알리게 되었다.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남성인 선임이 여성인 후임 직원을 그렇게 못살게 구는 것을 방관하는 것도
그 괴롭힘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인간적인 죄책감이 밀려왔다.
우선 임원분께 이 사실을 알렸다.
바로 며칠 뒤, 선임이 나를 회의실로 불렀다.
"야, 니가 찔렀냐?"
그렇게 타깃은 나로 바뀌었다.
그는 그날부터는 나를 지독하게 괴롭혔다.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내 험담과
나에 대한 잘못된 소문들을 양산해 흘렸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나에 대한 괴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렇게 3~4개월이 지났다.
예전에 모시던 팀장님께서 마련해 주신 회식자리에서
결국엔 일이 터졌다.
그는 술의 기운을 빌려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넌 인마, 재수 없어."
"싸가지 없는 xx가."
"나이도 어린 좀만한 xx가."
우리 둘만 있던 시간에
결국은 그의 주먹이 수차례 내 면상으로 들이닥쳤다.
인생을 살면서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맞아본 적은 없다.
맞아볼 짓을 한 적도 없다.
그 누구를 속인 적도 없고,
내가 잘 되자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적도 없다.
이로 인한 법률적 사건이 마무리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며
마음고생은 많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 후임 직원은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나와 함께 잘 다니고 있다.
얼마 전에는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도 일궈냈다.
내가 그 후임 직원의 목숨을 구해준 것은 아니지만,
그날 내가 폭행당하지 않았다면,
그 후임 직원이 당했을 수도 있었다.
더 큰 시련이 다른 직원들에게까지 퍼졌을 수도 있었다.
지난 2019년에는 바로 전의 일인 것만 같아,
참으로 마음이 무거웠었다.
그런데 어느덧 해가 한 번 더 바뀌어,
숫자로만 보았을 때는 2년 전 사건이 되었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는 것이라 그런가.
2020년이 되니,
그때의 사건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진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진작에 시행했어야 할 제도였다.
앞으로 나와 같은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누구도 다른 누군가를 인격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괴롭혀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는 그 자체로 소중한 인격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