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게 떳떳하기로 했다.
“책인사님. C를 퇴직시켜요.”
난 인사노무 담당자다.
직원들의 퇴직 면담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고 통지를 직접 하기도 한다.
이번 경우는 달랐다.
C를 퇴직시키라는 팀장의 지시에 조건이 붙었다.
“C를 퇴직시키면, 인사평가 최고등급을 줄게요.”
난 팀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기로 했다.
몇 달 뒤, 난 그 팀에서 쫓겨났다.
나쁜 상사의 말을 듣는 당신도 유죄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을 대학살 한 주범으로 독일 나치 친위대 중령 칼 아돌프 아이히만(Karl Adolf Eichhmann)이 잡혀 법정에 섰다. 아돌프는 자신은 단지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에 충실’했을 뿐이라도 주장했다.
아무리 나쁜 상사라 해도, 아무리 힘센 권력을 휘두른다 해도 혼자 힘으로 수백 명을 죽일 수는 없다. 추종하고 앞장서 충성심을 보이고 납작 엎드려 복종하는 부하들이 없으면 말이다.
명령에 의한 복종이라 해도 유죄는 유죄다.
- 직장인의 감정수업 (이주희 저) -
후회는 없다.
내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동료를 버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나쁜 일에 동참할 수 없었다.
내 삶이 중요한 것처럼,
주변 사람들의 삶도 중요하다.
나쁜 일은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나쁜 일을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나는 당당하게 살기로 했다.
나 자신에게 떳떳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