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받는 사람이 의전 받는지 모르게 하는 것
"죄송합니다만,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 주실 수 있나요?"
사장님께서 타실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던 동료 직원이 같은 건물 다른 회사 직원들에게 말했다.
다른 회사 직원들은 일부러 들으라는 듯,
"지네한테만 사장이지. 왜 저래?"
라며 계단을 이용했다.
내가 다닌 회사는 매우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
같은 건물에는 매우 개방적인 분위기의 외국계 회사가 있었다.
왠지 불편한 동거 같은 느낌.
그 건물에서 회사 로고가 박힌 잠바를 입고 있으면 우리 직원.
슬리퍼에 머리를 질끈 묶고, 찢어진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으면 다른 회사 직원이었다.
그런 분위기에 엘리베이터도 못 타게 하니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인사총무팀에 근무하며 참 다양한 의전을 해 보았다.
스포츠 행사장에서, 전 임직원이 다 같이 영화를 보는 곳에서, 그룹사 체육대회에서.
행사는 즐기지 못하고, 항상 남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서 있었다.
사장님께서 엘리베이터를 타실 것 같으면,
기다리시지 않게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살짝 눌러놓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피해 있었다.
차를 타고 가실 것 같으면,
기사님께 얼른 신호를 보내서 차를 대기시켰다.
준비되지 않은 물건을 비서에게 부탁하시면,
어떻게든 만들어서 바로 가져다 드렸다.
그렇게 의전을 하면서 느낀 최고의 의전 방법은
의전을 받는 사람이 의전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덧붙이기>
의전을 잘하는 사람은 회사 생활도 잘할 확률이 높다.
상사가 필요한 것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고,
상사가 궁금해하실 내용을 미리 보고하는 등
한 걸음 앞을 내다보고 준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