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인사 Dec 24. 2021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나는 역동적인 조직에서 일한다.

동료들 사이의 우수개 소리로는 ‘며칠 휴가를 다녀오면, 전혀 다른 회사가 되어있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나 역시 동의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것은 매일매일이 새롭고 즐겁다.

 반면, 수동적으로만 일하는 사람, 조금이라도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범위를 넘어서면 요지부동인 사람을 보면, ‘공무원 같다’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것을 쉽게 보곤 한다. (맡은 바 본인의 자리에서 열심히 역할을 다하시는 공무원 분들에게는 죄송한 표현이다.)

 이런 수동적인 공무원의 자세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준 칼럼이 있어 옮겨 적어본다.


 ‘공무원의 영혼​’

(중앙일보 조현숙 기자. 2021.12.16)


   없이 의욕만 넘치던 햇병아리 기자 시절. 예산처( 기획재정부) 국장과  한잔하며 마주 앉을 기회가 있었다. 역시나 경험도 없고 예의도 모르던 때라 면전에 대고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더라소리를 해댔다.


 어린 기자의 발칙한 질문에 화가 날 만한 데도 그 국장은 웃으며 여유 있게 답했다. “맞다. 영혼이 없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공무원은 컴퓨터 같은 하드웨어라고 보면 된다. 정권이 바뀌면 하드웨어는 그대로지만 소프트웨어가 바뀌는 거다. 어떤 요구가 있어도 훌륭하게 수행해내는 고성능 컴퓨터 역할을 해내는 게 공무원이 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혼이 없다는 말이 맞다.”


 우문현답이란 말은 이런 때 쓰는 거겠다. 막힘 없이 현답을 해냈던 그 국장은 정무직에도 오르고 공기업 사장도 하고 이후에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대답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이 칼럼을 통해 2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째, 공무원에 대한 다른 시각.

 나도 수동적이고 자기 방어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보면, ‘공무원 같이 일한다’며 공무원 집단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위의 칼럼을 읽고 나니, 공무원이 수동적인 이유는 조직의 목표와 운영환경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환경이 그러한데, 되려 이를 헤아리지 못하고 공무원 집단을 폄하한 내 사고를 반성한다.


 둘째,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도 웃으며 답변할 수 있는 여유와 품격.

나도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상황에서 비난을 받게 된다. 그 비난은 정말 내가 잘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억울하게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 동안의 나는 싸움닭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비난하고 싸웠다. 물러서는 것은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칼럼에서 나온. 국장님과 같이 상대방의 날 선 공격에도 웃으며 대답할 수 있는 여유와 기풍. 상대방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자세. 그 넓은 안목과 포용력이 느껴졌다.


 모두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 내 조직, 내 자신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존중은 겸손을 낳는다. 존중은 이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문가(Specialis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