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비난하기에 앞서
성탄절 주말.
시내로 외출할 일이 있었다.
꼬리물기가 자주 발생하는 동대문 사거리.
신호가 바뀌었지만,
꼬리물기를 한 차량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꼬리를 물고 있는 상대 차량을 비난하며,
교차로를 빠져나왔다.
외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내에 어둠이 깔리자, 시내 곳곳 크리스마스트리 명소마다 차량 정체가 심해졌다.
명동 인근에서 좌회전을 했다. 교차로 진입 후 신호가 바뀌었고, 반대편 직진 차들이 맹렬한 기세로 경적을 울렸다. 방금 전까지 꼬리물기 차량을 비난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 비난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멘탈이 털려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길 건너편에 꼬리물기로 경적이 울리는 현장을 발견했다. 원래라면 꼬리물기를 한 차량에게 뭐라고 했을 테지만, 본의 아니게 꼬리물기를 해보고 나니 꼬리물기를 한 운전자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아.. 앞에 저 차가 멈추지만 않았어도.. 옆 차선은 비었는데.. 옆으로 가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지사지’와 ‘내로남불’은 한 끗 차이다.
내 잘못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다. 다만 다른 사람의 잘 못을 비난하기에 앞서, 나는 정말 그러지 않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차로 앞 막힘 제어감지’, ‘교차로 신호바뀜 시간 알림’과 같은 능동적인 예방대책이 중요하다. ‘카메라 단속’과 같은 사후적 처벌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다른 사람들의 잘못에 조금 더 관대한 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