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인사 Jan 08. 2022

시키지 마라, 하게 하라.

주인의식

팀장이 되니, 아버지가 말했다.

“팀장이 되서 편하겠다. 직원들 시키면 되니깐.”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시켜도 잘 시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팀원들이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은 귀하게 주어야 귀하게 받는다’는 표지 문구를 접하고 단숨에 읽게 된 책. ‘시키지 마라, 하게 하라.’의 중요한 이야기들을 옮겨본다.

[시키지 마라, 하게 하라 _ 박혁종 지음 _ 시대인 출판사]


1) 퇴직사유는 ‘사람’ 때문이다. (P.7)

 많은 후배들이 인사담당자와의 퇴직면담 자리에서 말하는 퇴직사유를 꼽아 보면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진학)’,

‘연봉을 더 받고 싶어서(금전)’ 등의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후배들이 퇴사하면서 친한 동기나 지인들에게만 털어놓는 진실,

진짜 그들이 퇴사하는 이유는 거의 ‘사람’ 때문입니다.


 회사생활 속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두려움, 실망감을 느끼면서 이직을 결심하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회사의 하드웨어적인 요소(네임밸류, 시스템, 환경)을 보고 들어왔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조직문화, 업무 프로세스, 리더십 등)에 환멸을 느끼면서 후배들은 이직을 고려합니다.


2) 완장 (P.18)

 소설가 윤홍길씨가 쓴 ‘완장’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시골 건달인 종술(주인공 이름)에게 저수지 주인이 노란색 완장을 하나 채워주고, 저수지 관리인을 시킨 후 벌어진 상황들을 묘사한 것입니다.


 어수룩한 편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멀쩡했던 사람이 완장을 차자마자 180도 변합니다.

자신의 본분인 저수지 도둑을 방지하는 역할을 넘어서 권력의 이름으로 행패를 부립니다. 그러다가 결국 자신을 임명한 저수지에서 주인까지 몰라보고, 그 자리에서 잘리고 파국을 맞는 내용입니다.


 이 소설에서 ‘완장’은 ‘별 볼일 없는 사람이 자신에게 부여된 알량한 권한을 마구잡이로 행사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깔보는 잘못된 권위의식’을 대표합니다.


3) Transition Time (P.84)

 업무를 본격 수행하기 전에 고민하면서 걸리는 시간을 ‘Transition Time’이라고 부릅니다. Transition Time이 너무 많이 소요되지 않도록 선배가 미리 고민해야 합니다.


 선배가 업무에 대해 미리 고민해준다면 후배에 비해서 고민의 시간이 훨씬 짧게 걸리지만 고민의 깊이는 훨씬 깊을 겁니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질러 주어야 뒤따라 가는 사람이 확신이 생기고, 그래야 회사생활에서 효율이 납니다.


 선배가 일을 시키기 전에 10분만 시간을 쓰면 후배의 일주일이 편해집니다.


4) 삼현일장 (P.92)

 ‘삼현일장’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셋은 드러나고 하나는 감춘다는 말입니다.


 사계절의 진행과정처럼 만물이 활동하는 봄, 여름, 가을이 있다면 성장의 활동을 위해 잠시 멈추고 준비하는 겨울이 있어야 하는 법이고, 하루 24시간 중에 6시간은 자야 건강에 문제가 없는 법이고, 투자를 해도 1/4은 남겨 두어야 하는 법이고, 좋은 업무성과를 위해서도 25%는 더 나은 것을 고민할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후배에게 업무를 시킬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5) 숙련자와 전문가 (P.96)

 영어로 전문가를 뜻하는 ‘Expert’란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의 ‘시도하다, 실험하다’를 의미하는 ‘Experi’입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도와 실험을 통해 얻는 지식과 지혜가 필수라는 것이지요.

숙련자와 전문가는 다릅니다

숙련자는 같은 것을 여러 번 해본 사람이고,

전문가는 다양한 것을 깊이 있게 해 본 사람입니다.


6) 일의 의미 (P.127)

 MZ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의 Meaning(의미)’입니다.


 후배는 왜 자신이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알 때 놀라운 결과로 보답합니다.

즉, Little bit more를 추구합니다.

스스로 업무의 양과 질에 욕심도 내본다는 겁니다.


 바쁘다 바쁜 선배가 가장 놓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그렇지만 선배의 역할 중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부분이 바로 ‘일의 의미’를 짚어 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진행하는 후배와 그렇지 않은 후배는 생산성에 있어 몇 배의 차이가 납니다.


 사람은 자신의 노력이 가치 있는 곳에 쓰인다는 것을 알 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회사와 동료 그리고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을 때에만 몰입해서 즐겁게 일합니다.


요즘 세대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후배는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의 맥락, 배경, 정황을 명확하게 듣게 되면 업무에 대한 배경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피드포워드(Feedforward)가 가능해집니다.


7)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P.144)

 2차 대전 때 일화입니다.

히틀러의 부하들은 모든 지시에 항상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해야 하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죽을 것이 뻔한 전투인데도 장군의 지시를 받으면 그냥 알겠다고 답하고 무턱대고 싸우거나,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척하다가 도망가게 됩니다.


 반면 연합군의 진영에서 처칠의 부하들은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현장의 상황을 잘 아는 실무부대의 장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가미해서 최적의 전투 방향을 찾는 겁니다.


 결과만 봤을 때도 연합군이 승리했지만

그 승리의 과정에는 이러한 상호 소통의 장면이 있었다는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습니까?


8) 위임과 방임 (P.173)

“선배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라고 묻고 싶지만 선배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일은 해나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거야! 직접 부딪히면서 헤쳐나가는 거란 말이지.

항상 야무지게 잘 챙겨, 알았지? 문제 있으면 얘기하고…”


‘나쁜 선배’는 이렇게 하는 행동이

후배들의 역량을 충분히 믿고 있으며

후배들이 직접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 위임,

즉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했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후배 입장에서 이것은 ‘위임’이 아니고 ‘방임’입니다.


‘위임’은 ‘어떤 일을 맡기는 것’이라는 뜻이지만,

그 이면에는 맡기고 나서 적절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어려운 것은 없는지 파악하면서 후방지원을 해주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9) Autopilot의 저주 (P.180)

 업무지시 후 선배가 방치를 하면서 문제없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실행 과정을 외면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제야 선배가 뛰어 들어와서 안달복달, 부랴부랴 급한 문제의 불을 끕니다. 그리고 다시 방치하는 겁니다. 이것을 ‘Autopilot의 저주’라고 부릅니다


 Autopilot의 저주로 인한 유일한 피해자는 버림받은 후배, 업무 주도권이 없는 후배입니다.


 부여받은 업무에 대해 숙고하지도 못하고, 살얼음판 걷듯이 불안해하면서 주먹구구로 일을 처리하다 보니 빨리 일을 끝내는 것이 목적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의 고민은 멀어집니다.


 일을 효율적,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면 후배는 다음번에 유사한 일을 할 때에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결국 같은 일을 다음번에 다시 지시받더라도 성장하지 못한 후배는 똑같은 에너지를 다시 쓰는 겁니다. 선배는 또다시 업무지도를 해야 합니다. 비효율의 악순환입니다.


10) 무불만의 상태를 불만족의 상태로 (P.201)

 우리의 회사 업무도 고정관념에 휩싸이거나 기존 관습에 도취되면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무불만의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이때부터 발전이 없고 과거의 답습이 시작됩니다.


 무불만의 상황에 빠지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착화 또는 관습.관행입니다.


 관습과 관행의 근원을 살펴보면 과거의 선배들이 하던 방식을 아무 고민 없이 후배가 그대로 따라하는 것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혁신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렇게 고착된 관습적 업무 스타일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조직에 새롭게 입사한 사람들의 다른 시각과 관점을 수용하여 현재의 상황을 재해석하는 방식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기존에 이미 존재했던 선배들은 지금이 최선이고 지금이 정답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새로운 사람들은 다른 관점에서 도전(Challenge)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선배들이 못 봤던 사항들을 들춰낼 수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무불만의 상태가 불만족의 상태로 바뀌게 되고, 불만족의 상황은 지속시키고 싶지 않은 성질을 띠기 때문에 서서히 만족의 상태가 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게 됩니다. 개선이 시작되는 거지요.


[책장을 덮으며]

 회사 직원이 말했다.

“책인사님. 항상 직원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국 조직문화가 답이다. 소통이 중요하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조직문화는 수영과도 같다.

내가 떠오르려고 고개를 들면 몸이 가라앉는다.  머리를 숙이면 몸이 뜬다.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리더가 아니다. 팀원 모두가 주인공이 되면 조직은 건강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주인공이 되면, 시키지 않아도 하게 된다.

그것이 핵심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장님의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