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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Apr 15. 2022

젊은 꼰대가 온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말할 때는 말을 끊지 않고 들어줍니다. 앉아서 대화를 나눌 때에는 되도록이면 상석 자리를 피합니다. 단체 채팅방에서는 가끔씩 내가 망가지는 농담도 종종 하곤 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모습이 꼰대가 될 수도 있을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적당히 들었으면 당신의 의견을 말해주기를 바라는데, 끝까지 듣고 있는 모습에 답답하지 않을까? 이 사람은 왜 자꾸 상석을 권하는 것인가? 다른 사람들 보기 민망하게. 뜬금없이 하는 유머는 한두 번이라면 웃고 넘겨줄 텐데, 웃어주니깐 자꾸 하는 것인가? 핵노잼인데?

 꼰대를 지양하지만,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항상 꼰대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 스스로는 젊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과연 젊은 꼰대가 아닌지? 점검해보고 싶은 마음에 읽어본 책, '젊은 꼰대가 온다'에서 도움이 된 이야기들을 적어 봅니다.

[젊은 꼰대가 온다 _ 이민영 지음 _ 크레타 출판사]


1) 꼰대의 정의

 2019년 9월에 영국의 국영방송 BBC에서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갑질(Gapjil) 이후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인 양 해외에 소개되는 모습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BBC에서는 꼰대를 "An older person who believes they are always right(and you are always wrong)"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자신은 늘 맞고, 다른 사람은 늘 틀리다고 하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표현에 대해서 많은 이들은 "꼰대는 나이와 상관없다"고 반박한다. 그렇다. 꼰대는 나이와 상관없다.


2) 해마의 퇴화

 우리는 왠지 꽉 막혀 보이는 사람들에게 꼰대라고 한다. 꼰대가 되는 이유를 다양하게 분석하지만, 새로운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뇌의 노화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의 뇌에는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담당하는 '해마'라는 기관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해마의 크기는 연간 0.5퍼센트씩 줄어든다고 한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예전 같지 않아. 기억이 잘 안 나네'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해마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3) 다임러의 부재중 메일

 독일의 자동차 회사 다임러는 휴가 중인 직원에게 메일을 보냈을 경우 부재중 메일이 자동 회신된다. "담당자는 현재 휴가 중입니다. 0월 0일에 돌아올 예정입니다. 그 일정 이후에 메일을 다시 주세요. 본 메일은 삭제될 예정입니다." 중요한 부분은, 이 메일이 담당자 메일함에서 삭제된다는 것이다. 휴가에서 복귀한 직원이 쌓여 있는 이메일을 보지 않기 위한 배려다.


4) 오프라 윈프리의 감사일기

 미국의 명 MC 오프라 윈프리는 10여 년째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고 한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당신의 주파수가 변하고 부정적 에너지가 긍정적 에너지로 바뀐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한 줄이라도 좋으니 매일 쓰기를 권하고 있다. 실제 그녀의 감사일기는 "햇빛을 받으며 벤치에 앉아 멜론을 먹어 감사하다"처럼 아주 일상적이다. 긍정적인 사람은 긍정적 정서가 뇌에 깊이 각인되어 습관이 된 사람이다. 감사 거리를 찾는 것 또한 습관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읽을 책이 있고, 독서를 통해 나에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생겼음도 감사한 일이다.


5) 자기객관화 작업

 세계적인 체스 선수 카스파로프는 21세에 최연소 세계챔피언 자리에 올랐을 뿐 아니라, 21년 동안 챔피언의 자리에 있었던 선수다. 본인이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매번 플레이를 분석하면서 장점과 약점을 찾아 본인의 경기 스타일을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이 작업이 바로 자기객관화 작업이다. 이런 최고의 선수도 매 순간 본인의 경기를 분석하며 본인의 역량을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다수의 경험이나 감으로 경기를 진행한 것이 아니다.


6) 따뜻한 꼰대가 되어라

 젊은 꼰대임을 인정하라. 같은 업무를 봄 여름 가을 겨울 경험하면 꽤 익숙해진다. 이 순간에 주의하라.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르게 된다. 내가 익숙해진 만큼 누군가의 업무에 부족한 부분이 발견된다. 그 순간 우리는 꼰대가 된다. 상대의 부족함이 보일 때, 내가 뭔가 조언을 해주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그 순간 말이다. "내가 왜 이러지? 내가 왜 후배에게 잔소리하고 있지?"라고 스스로 자책이 드는 순간이 올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냥 젊은 꼰대임을 쿨하게 인정하라. 젊은 꼰대도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대신에 업무 피드백을 친절하고 객관적으로 해주면 된다. 따뜻한 꼰대가 되기로 마음먹어라. 리더십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꼰대질을 마음껏 해보는 것도 좋다. 단, 따뜻하게 말이다.


7) 지식의 저주

 제시어가 주어지면 상대에게 설명하고 알아맞히는 퀴즈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정답을 알고 있으니 틀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니, 저걸 왜 몰라"라고 반응한다. 또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게임을 마치고 제시어를 보는 순간 "왜 그렇게 설명을 해?" 또는 "왜 못 알아들어?"라는 장면들이 나오고, 시청자는 재미있어한다.

 이 같은 상황은 왜 벌어질까? 내가 알고 있는 상황을 상대방도 똑같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정도 이야기하면 상대도 알겠지"라고 말이다. 여기에는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는 재미있는 현상이 숨어 있다. 사람들이 일단 무언가를 알고 나면, 모른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잊게 되는 현상이다. 한마디로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8) 권력이 뇌에 미치는 영향

 미국의 역사가 겸 소설가인 헨리 애덤스는 "권력은 인간의 공감 능력을 죽이는 종양의 일종"이라고 했다. 캐나다 맥매스터대학교 신경과학과의 수크빈더 오비 교수는 권력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실험을 진행했다. 권력자와 일반인의 뇌에 자기장을 공급해서 관찰했더니 서로 다른 반응을 하더라는 것이다. 권력자는 신경회로의 '미러링' 기능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러링은 상대방의 행동을 보고 감정을 추측하는 능력이다. 바로 공감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9) 오만 & 토홀더

 영국에는 '오만학회'가 있다. 이 '오만'은 경영학계에선 비교적 새로운 주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포브스 코리아 주최로 '제1회 오만 포험'이 개최된 적이 있다. 영국 서리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오만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유진 새들러 스미스 교수는 "잘된 기업을 망치는 유일한 원인이 바로 오만"이라고 했다. 오만은 리더가 스스로 과대평가하고, 자신의 권력과 성공에 취해서 타인의 비판이나 충고를 무시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 권력을 가진 자가 오만에 빠지는 이유는 바로 '추종자의 찬사'다.


 오만을 통제할 방법으로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빌 조지 교수는 '직언모임(True North Group)'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솔직한 피드백을 해줄 지인으로 이뤄진 비공식적인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접촉하길 당부한다. 나도 많은 지인에게 다양한 분야의 비공식 네트워크를 통해 본인의 오만을 통제할 장치를 두는 것을 추천한다. 자신의 오만함을 통제할 조력자를 두는 것은 공감 능력을 상실하지 않게 하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나의 오만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나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토홀더(Toe Holder), '발가락을 잡는 사람'이라는 뜻의 조력자를 두라고 제안한다. 처음에는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토홀더에게 감사함을 표현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내가 탈꼰대가 되었다는 방증이다.


10) OK, Boomer

 꼰대라는 단어가 불편한가. 미국에도 선배가 잔소리를 많이 하면 "그만해"라는 의미로 "OK, Boomer"라는 표현을 쓴다. 베이비부머 세대나 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나오는 행동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표현대로라면 꼰대 같은 행동이 보이면 사용하는 단어라는데, 이 앞에는 꼭 "OK"라는 말이 들어가야 느낌이 산다고 한다. "그래, 당신은 꼰대니까."


[책장을 덮으며]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표지부터 저의 방법은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MZ 세대와 회식 없이 친해지는 법' 저는 직원들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같이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회식도 하면 좋다.라고 생각하는 영락없는 구세대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 자신의 퇴화를 인정해야 합니다. 인류는 항상 발전했습니다. 그 이유는 신세대가 기존 세대보다 항상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내 자신의 퇴화를 인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세대의 뛰어남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물론 기존의 업무방식에 비추어보면, 분명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업무방식이 정답은 아닙니다. 회사에서도 일을 하다 보면, 젊은 직원들은 기존 관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 효율적인 방법으로 개선해 냅니다.

 기계도 신형의 성능이 좋듯이, 사람도 새로운 사람들의 퍼포먼스가 뛰어납니다. 우리는 이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도 젊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단, 따뜻하게 하면 됩니다. 상대방을 향한 따뜻한 마음만 있다면, 그 마음은 누구에게나 전해질 것입니다. 저는 젊게 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기로 했습니다. 저는 따뜻한 젊은 꼰대가 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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