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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May 30. 2022

개런티(Guarantee) 할 수 있는 직원입니까?

사람을 보증한다는 것의 무게감.

첫 번째 직장에서는 '인보증'이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직원이 고의나 과실로 인해 회사에 손해를 주었을 경우,

보증인이 회사에 손실액을 배상하는 것이지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무서운 제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보증을 설 일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도 보증서는 것을 꺼려하고,

굳이 보증이 필요한 경우라면 보험증권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금전적인 보증과는 달리, 사람에 대한 보증의 말은 조금 더 관대하게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추천을 받아야 할 때, "누구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시켜줘."라고 말하곤 합니다.

추천을 해주는 입장에서도 "내가 보증할 수 있는 사람이야" 또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말을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최근 회사에서 있었던 일은 조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다른 팀 상사는 직원을 '업무지시 불이행'으로 징계 요청을 했습니다.

직원은 상사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려 했습니다.

둘 사이의 갈등은 그 상처를 봉합하기에 너무 골이 깊었습니다.

상사는 직원을 다른 팀으로 인사발령 조치하며, 소통의 문을 닫았고,

직원은 '부당한 인사발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업무지시 불이행' 또는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당사자 간의 소통의 부재로 인식했습니다.

상사의 적극적인 주장으로 인해 해당 직원은

조직 내에서 무능하고, 상사의 업무지시에도 따르지 않는

조직 내에 불필요한 직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저의 상위 조직장과 해당 건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보고 받던 조직장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해당 직원을 개런티(Guarantee) 할 수 있습니까?"




순간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해당 직원을 보증하지 않으면, 저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 있었습니다.

그냥 해당 직원만 상사의 업무지시에 따르지 않은,

나쁜 직원으로 인식되고 끝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직원은 회사 생활을 계속하기 힘들어질 것이 예상되었습니다.


해당 직원이 정말 '업무지시를 불이행한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았습니다.

상사의 업무지시가 매끄럽지 못했고,

상사의 리더십이 공격받자, 직원을 징계 요청하는 모습에서

이른바 '꼬리 자르기'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상위 조직장이 저에게 물었던,

"해당 직원을 개런티(Guarantee) 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네, 물론입니다. 정말 우수한 직원입니다.

현재 조직장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훌륭한 업무성과를 내고 있는 훌륭한 인재입니다.

제가 개런티(Guarantee)할 수 있는 직원입니다."


나의 답변에 상위 조직장이 말했습니다.

"해당 직원이 현재 조직장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으니,

제 직속의 다른 조직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알아보겠습니다.

솔직한 의견을 주어서 고맙습니다. 제가 해당 직원을 오해할 뻔했습니다."




해당 직원이 다른 조직으로 변경되어,

전화위복이 될지는 아직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다른 조직을 가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Performance)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상위 조직장의 "해당 직원을 개런티(Guarantee) 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네, 물론입니다. 제가 개런티(Guarantee)할 수 있는 직원입니다."라고 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성장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나를 지켜준 한 마디, "제가 보냈습니다.")


어느덧 저도 누군가를 추천하고, 믿어줄 수 있는 자리에 올라온 것 같습니다.


나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책임질 말은 하지 않을 것인지?

나와 함께하는 직원들을 위해, 책임질 줄 아는 리더가 될 것인지?

너무나 쉽게 생각했던 주제였지만, 생각보다 선택과 실천은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책임지는 리더가 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사진출처: http://naver.me/F55HsY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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