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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May 15. 2022

이 강아지는 무슨 종인가요?

품종보다 중요한 그것은?

가까운 친척이 유기견을 입양받았습니다.

갈색과 검은색 털이 잘 어울리는 이 강아지의 이름은 ‘모카’입니다.

모카는 순합니다.

사람을 잘 따릅니다.

머리도 똑똑해서, 주인의 이야기도 잘 알아듣습니다.

날씬하고 다리도 길고, 건강합니다.


모카와 함께 온 가족이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물었습니다.

“이 강아지는 무슨 종인가요?”

“Mix견입니다.”




쓸데없는 조언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합니다.

상대방은 조언을 요청한 적도 없는데,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내 아들 딸 같아서 하는 말이야~”

라며 타인의 인생에 충고하려 하고, 간섭하려 합니다.

타인의 인생을 지적하고 정의하는 꼰대도 있고,

관심을 가장한 질문을 통해 타인의 인생에 프레임을 씌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소 '나쁜 질문은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려견의 종을 물어보던 질문을 듣고,

어떤 질문은 의도와는 다르게 나쁜 질문도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동네에 사세요?”

“어느 학교 나오셨어요?”

“어떤 차를 타세요?”

“지금 사시는 집은 자가인가요? 임대인가요?”

질문처럼 보이지만, 상대방의 상황을 통해 상대방을 평가하는 인식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의 환경을 통해 상대방을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반려견의 품종조차 인간의 잣대로 구분해 놓은 정의일 뿐입니다.

정작 반려견은 본인의 품종을 모릅니다.

반려견은 서로를 품종으로 구분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품종으로 반려견을 평가하려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동네에 사는지? 어떤 학교를 졸업했는지? 사회적 지위가 높은지?를 평가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진면목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는 그 존재 자체로 소중합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강아지 품종을 물어보는 것보다는,

강아지 이름을 물어보는 문화가 생겼었으면 좋겠습니다.


(+족보없는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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