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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an 21. 2020

족보 없는 가문

가문의 역사에 대한 생각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물었다.

"아빠, 나는 몇 대 손이야?"


나도 30여 년 전 부모님께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

부모님께서 답하셨다.

"인사야, 너는 우리 집안 3대손이야."

(응? 친구는 76대손 이라던데?)


꽤 오래전 읽은 <탈무드>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용은 이렇다.


옛날에 가문이 좋은 여우와

천한 집안에서 태어난 여우가 길을 가다가 서로 마주쳤다.

여기서 가문이 좋은 여우와 나쁜 여우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서는 안 된다.

진짜로 혈통이 좋은 인간이나 그렇지 않은 인간도 없을 테니까.

어찌 되었건 가문이 좋은 여우가 그렇지 않은 다른 여우에게 자기의 집안을 자랑하였다.

그러자 그 천한 여우가 말하였다.

"너의 집안은 너로 끝나겠지만 우리 집안은 나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중략)




뼈대 없는 가문의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우리 집안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나름 야심 찬 목표를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물론 현재 진행형이다.


곧 설날이다.

올해부터는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부모님께서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은 잠시나마 갖을 것이다.


나의 뿌리는 찾아갈 수는 없지만,

괜찮다.

과거 우리 집안의 역사는

오늘날 나의 인생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적어도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역사를

성실하게 쌓아가는 그 노력보다는.


세상의 모든 뿌리는 씨앗에서 시작되었고,

그 씨앗은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그 보다 앞선 뿌리에서 시작되었다.


기억과 기록의 차이일 뿐이다.


참, 부모님께서

"인사, 너는 우리 집안 3대손이야."

라고 말씀하시곤 덧붙이신 말씀이 있었다.

"인사야. 네가 역사에 남는 큰 사람이 되면, 네가 우리 집안의 시작이 될 거야."

부모님의 말씀에 탈무드의 지혜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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