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퇴직한 임원의 이야기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신사임당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의, 그리고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라는 책으로 직장인의 삶으로 부를 일구어 낼 수 있는 과정을 설명해 주신, 정선용 작가님의 이야기가 부에 대한 저의 인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정선용 작가님은 말합니다. "본인은 직장생활만 했을 뿐이고, 근검절약하며 저축하고, 저축한 돈을 투자한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 퇴직한 이후에도 경제적 자유를 달성할 수 있었다."라고 말입니다. 저 또한 정선용 작가님의 아내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저와 같은 많은 독자들의 열망이 전해졌는지, 정선용 작가님과 아내이신 안창순 작가님께서 함께 책을 집필하셨습니다. 책 제목부터 저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들아, 부동산 공부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40대 팀장이자, 집에서는 두 아들의 아빠인 저에게 들려주는 듯한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조언을 적어봅니다.
아들아, 직장 생활은 끝이 있는 게임이다. 올해 살아남았다고 영원히 살아남은 것은 아니다. 결국 직장 생활의 마지막엔 퇴직이 있다.
그 후배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나는 전작에서 직업은 자(者)의 직업과 가(家)의 직업 둘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자의 직업은 근로자, 기술자 등 노동력으로 돈을 버는 직업이고, 가의 직업은 자본가와 사업가 등 생산수단과 자본으로 돈을 버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후배는 그 책을 언급하며 '자의 삶'에서 '가의 삶'으로 변신한 지금의 내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나는 명함이 마치 나 자신의 신분증명서나 되는 듯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명함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의 존재 가치인데, 회사에 다닐 때는 그걸 미처 몰랐다. 자신만의 가치, 그것은 나만의 고유한 능력, 경력, 브랜드, 자본이 될 수 있고, SNS 파워가 될 수도 있다. 아들아, 너는 회사에 몸담는 동안 회사 밖에서도 너의 존재가 가치를 세울 방법을 늘 고민하길 바란다.
퇴직 후 아버지가 처절하게 느낀 것은 나를 지켜줄 최후의 보루는 가족과 돈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 외 대부분은 회사를 나가는 순간 언제든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들이다. 아들아, 가족과 돈의 소중함을 명심해라. 아버지가 퇴직하고서 맞은 사회적 죽음을 너에게 들려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그 소중한 가족을 지키는 것은 역시 돈이다. 인간 관계도 돈의 토대 위에 있다. 아내와 관계도 돈이고, 자식과 관계도 돈이고, 친구와 관계도 돈이다. 세상사는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난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라고 했다. 세상은 정말 그 말대로다. 부자가 되려거든 네가 일하지 않아도 너를 대신해 일해줄 자산을 일궈야 한다.
영화 <관상>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난 사람의 관상만 보았지, 시대를 보진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것이지.
파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인데 말이요."
나무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숲을 흔드는 바람을 읽어내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개인의 삶의 흐름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 흐름도 보아야 한다.
바람을 보아야 파도를 읽을 수 있다.
한국 유명 기업의 A회장이 어느 날 정부가 주관하는 개발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A회장은 그 자리에서 한강에 댐을 건설한다는 개발 정보를 들었다고 한다. 그 회장은 바로 돌아와서 개발 담당 B임원에게 홍수로 자주 침수되었던 한강 변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B임원은 댐 공사에 필요한 공사 장비와 건설자재가 아니라 침수지역을 파악하라고 하니 무슨 뜻인지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상습 침수 지역에 관한 정보가 왜 필요한지 회장에게 물었다고 한다. A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댐이 건설되면 홍수로 인한 한강의 범람은 사라질 거 아닌가. 그러면 그동안 홍수 때문에 자주 침수되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그 땅의 가격이 엄청나게 뛸 거야. 땅값이 폭등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그 땅을 사라는 뜻일세."
농부의 강점이 성실하게 수행하는 능력이라면, 포수의 강점은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다. 농부의 삶은 직원의 삶이라고 할 수 있으며, 포수의 삶은 사업가의 삶이라 할 수 있다. 아버지는 25년간 성실한 농부로 살아왔다. 아버지는 삶에 누구보다 충실했다고 자부한다. 누구보다 먼저 새벽부터 회사로 달려갔고, 주말도 마다하지 않고 일했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25년간 정해진대로 성실하게 일해왔다는 것이 아버지의 삶에 무엇을 남겼는지는 알 수 없다.
아버지는 지난해 퇴직하면서 다짐했다. 이제 농부로서 살지 않고 포수로서 살아가겠다고. 직장을 퇴직하고 나니 세상은 농지가 아니라 세렝게티 초원이었다. 매일 성실하게 일어나서 가야 할 곳이 없었고, 매일 성실하게 일해온 것만으로는 무엇을 사냥할 수도 없었다. 사냥은 기회였고, 아버지에게는 기회를 보는 눈이나 최적의 타이밍을 알아차릴 능력이 미흡했다. 퇴직하고 보니 25년간 농부처럼 살며 익힌 것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는 퇴직하고 너에게 '직원으로 시작해라. 그러나 직원으로 살지 마라.'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이 말을 반복한 이유는 회사에서 직원이 차지하는 지분 때문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회사는 네 것이 아니다. 직원이 만들어낸 퍼포먼스의 소유권은 직원에게 없다는 말이다. 오직 월급과 경력 정도만 직원의 소유가 될 뿐이다. 직원들의 노력과 시간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회사의 것이다. 그러니 직원으로 시작해서 소득과 사회적 경험을 쌓되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사업가와 자본가가 될 준비를 하라고 했다.
아버지는 50억이라는 자산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어떻게 50억 자산가가 되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가장 평범한 대답을 한다. 돈은 네 가지 기본 통로를 따라가면 반드시 쌓인다고 말한다. 돈이 들어오는 소득, 돈이 나가는 지출, 돈이 쌓이는 저축, 돈이 불어나는 투자다. 많이 벌고 적게 쓰고 꾸준하게 쌓아서 안전하게 불리면, 큰 부자는 못 되어도 50억 정도 자산은 벌 수 있다고 가장 원론적인 답변을 한다. 나는 월급쟁이가 돈을 벌려면 이렇게 단순히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복잡하게 생각하다가 본질을 놓치게 되니, 되도록 단순하게 바라보라고 말해준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저는 불효자입니다.
저는 아버지 생전에 좋은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단 한 번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원망만 했습니다.
아버지의 산소에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아들이었던 나를 뒤돌아볼 수 있었다. 이제야 겨우 불효자인 아들은 아버지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은 채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지난날을 반성했다. 우리 형제들은 연약한 아버지를 우리의 아버지로, 한 집안의 가장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우리 형제는 아버지에게 늘 불효자였다. 아버지의 삶은 세상에도 지고, 가족에게도 늘 지기만 하는 삶이었다.
올해 초, 승진을 했습니다. 주변 동료들에 비해서 승진도 빠른 편이고 연봉도 높아졌습니다. 연봉이 오르면 많이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삶이 윤택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지는 연봉은, 이 회사를 떠나는 순간 무의미해지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내 명함도, 내 자리도, 내 연봉도 결국에는 내 것이 아닌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소유권이 있어야 진정으로 내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일을 할 수 없으면, 연봉도 없을 것입니다. 정선용 작가님 말씀처럼 직원으로 시작하되, 직원으로 살지 않아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저는 40대 초반입니다. 아직 이른 걱정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시간은 금방 흘러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선용 작가님이 직장생활을 25년 하셨다고 했으니, 올해로 직장생활 15년 차인 저와는 10년 차이입니다. 저는 직장 생활을 25년 동안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저에게 남은 시간은 몇 년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괜한 걱정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문제를 회피하는 것보다는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연봉이 올랐다고 잠시 씀씀이가 헤퍼진 것 같기도 합니다. 정선용 작가님 말씀처럼 돈의 4가지 통로 중, 소득은 어찌 되었던 높아졌으니, 지출을 계획적으로 관리해야겠습니다. 저축을 늘리고, 차분하게 투자에 대한 공부를 하겠습니다. 미리 안목을 키워놓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투자하여 자본가의 반열에 들어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부자 아빠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