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3
중국이 아편에 무너진 이유와 현대 사회에 주는 시사점
전 세계 경제는 달러를 통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즉 우리 모두는 달러가 기축통화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미국의 달러가 어떻게 현재의 기축통화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달러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결함인 채무화폐의 명암을 다룬 것이 '화폐전쟁1'이라면, '화폐전쟁2'에서는 유렵 화폐경제의 역사와 근현대사에서 화폐와 경제가 어떻게 세계의 역사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다루었습니다. 특히 소련의 이스라엘 건국 지원과 같이 돈 앞에서는 영원한 우방도 적국도 없는 경제의 논리를 명확하게 대변해 준 것은 물론, 진정한 부호들은 어떻게 세금과 제도권의 제재를 벗어나 그들만의 영향력을 행사해 나가는지를 재단을 통한 기부와 같은 방법들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폐전쟁3에서는 화폐전쟁1에서의 미국의 역사, 화폐전쟁2에서의 유럽의 역사에서 아시아로 그 배경을 옮겼습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성공했고, 중국의 양무운동은 왜 실패했는지? 화폐는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영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로 인한 은 유출을 해결하기 위한 아편전쟁, 중국이 서구의 금융 공격에 무너지게 된 이유인 양매판을 통해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화폐전쟁3 _ 쑹훙빙 지음 _ RHK출판사]ㅈㅓ1) 물건은 적을수록 귀하다.
"물건은 적을수록 귀하다"라는 말은 투자에 있어서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이 진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이 바로 은이다. 은이 갈수록 희소해짐에 따라 은의 가치는 향후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이고, 일반 서민들의 장기 투자를 위한 최우선 품목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2) 주화발행자유화법
대량의 황금이 영국에 유입된 후, 영국 은행가들은 거액의 뇌물을 바쳐 1666년에 '주화발행자유화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세계 화폐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 법안의 가장 뚜렷한 효과는 국왕의 독점권이었던 화폐 발행권을 민간에 이양했다는 사실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누구나 금괴를 화폐 주조 공장에 가져가 무료로 법정 금화를 주조할 수 있었다.
이 법안은 금괴 은행가(Bullion Bankers)와 상업 자본가들에게 유리하게 제정된 것으로, 화폐 공급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이 이들에게 넘어갔다. 이들은 보유하고 있는 대량의 금 실물을 무기로 자신의 이익에 따라 화폐 공급량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이들은 본인이 채권자인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금화 주조량을 줄여 디플레이션을 조성해 본인이 보유한 채권의 실제 가치를 높였다. 반면 본인이 채무자인 경우에는 시중의 화폐 공급량을 늘림으로써 의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조성해 채무를 탕감했다.
3) 식민지화가 두려운 이유
과거부터 지금까지 세계 어느 곳의 식민지 모두 예외가 아니었다.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등 식민 제국은 식민지를 통치할 때, 예외 없이 먼저 식민지 국가의 문자를 말살했다. 그 결과 피통치 민족은 집단적으로 모든 기억을 깡그리 상실한 상태에서 식민 제국의 정신과 감정을 고스란히 주입받게 돼 장기간 안정되고 태평하게 통치할 수 있었다. 과거의 식민지 국가들이 지금까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식민지화의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 괴롭기 때문이다. 식민지화가 두려운 이유는 물질적 부를 약탈당하기 때문이 아니라 문자가 말살됨으로써 국민의 정신세계가 극도로 피폐해지고 신앙 체계가 철저히 붕괴되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문명과 그 문명에 대한 자긍심을 되찾는 일은 경제를 발전시키고 물질적 부를 축적하는 것처럼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4) 물자본위제
마쓰카타 마사요시는 금과 은의 보유량을 늘려 지폐의 신용 위기를 완화한 반면, 마오쩌민은 화폐의 또 다른 속성, "금과 은이 화폐 신용의 유일한 기반은 아니다."라는 법칙을 이용해 금화와 은화 대신 상품으로 화폐 신용을 뒷받침했다.
사람들에게 화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각종 물자를 바꿔 소유하는 것이다. 사실이 이렇다면 금본위제나 은본위제가 아니더라도 물자본위제를 통해서 지폐의 신용을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
5) 화폐 발행권력
화폐 발행권은 인류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력의 하나였다. 그리고 이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느냐는 화폐 발행자에게 닥친 중요한 시련이었다. 인민의 이익을 위하느냐 아니면 소수 사람의 이익을 위하느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라는 말이 있다. 인민은 총명하고 슬기롭다. 인민의 눈은 예리하다. 인민은 화폐 발행자가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분명히 안다.
6) 메이지 유신의 성공, 양무운동의 실패 원인
화폐 통일은 정권을 튼튼히 하는 선결 조건이다. 화폐를 통일하지 않고는 재정을 통일할 수 없고, 통일된 정치 판도를 실현하기 어려우며, 통일된 군사력을 확보할 수 없다. 일본 메이지 유신이 성공하고 중국의 양무운동이 실패한 근본 원인은 다른 데에 있지 않다. 바로 일본에는 통일 화폐가 있었고 청나라에는 통일 화폐가 없었기 때문에 희비가 갈렸다.
7) 태생적으로 정해진 미국의 무역적자
사실 미국 무역적자의 근원은 달러화 기축 통화 체제에 존재하는 치명적인 선천적 결함 때문으로, 미국의 주권 신용 화폐는 세계 화폐로서의 기능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이는 어떤 주권 신용 화폐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화폐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국제 무역에서 결제 화폐로 사용되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장기간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면, 수출이 수입보다 월등히 많아 전 세계의 달러화가 미국으로 다시 흘러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국제 시장에 결제 화폐가 부족해 무역이 위축되고 각국 경제도 침체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제 무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미국이 화폐를 수출하고 상품을 수입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의 무역적자는 태생적으로 정해진 것이다. 다만 무역적자 대상국이 그때그때 바뀔 뿐이다.
8) 역사의 반복
역사는 놀랄 만큼 똑같이 반복된다. 미합중국은 200년 동안의 고통스러운 노동을 통해 거대한 부를 창조한 후에 스페인과 영국처럼 점차 부의 창조 능력을 상실해갔다. 하지만 미국은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 폐지를 선언한 뒤 과거 스페인과 영국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거대한 금융 패권을 장악했다. 바로 달러화가 세계의 기축 통화가 된 것이다. 과거에 스페인은 부를 얻기 위해 바다 건너 멀리 신대륙을 개척해 금과 은을 약탈했다. 영국도 자본 투자를 통해 안락한 금리 생활자의 삶을 영위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손쉽게 세계 각국의 저가 천연자원과 노동 성과를 얻고 있다.
9) 화폐의 4대 기능
부란 무엇일까? 부의 실질적 의미는 인류가 노동을 통해 창조해낸 각종 상품을 가리킨다. 화폐는 이런 노동 성과에 대한 '청구권'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노동 성과를 팔아 다른 사람의 노동 성과에 대한 청구권을 획득해야 한다. 이런 청구권이 이전될 때 '지불 수단'이 된다. 또 이런 청구권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때 '거래 매개'가 된다. 청구권을 보유한 사람이 태환 시기를 늦출 때는 '부의 저축 기능'이 실현된다. 이 청구권이 태환 요구를 받았을 때 아무 손실 없이 다른 사람의 같은 가격의 노동 성과를 얻었다면 이 청구권은 우수한 '가치 척도'를 가지게 된다. 위의 네 가지 요소는 공동으로 화폐와 부의 완벽한 대응 관계를 구축한다. 이것을 이른바 화폐의 4대 기능이라고 부르며, 그중의 가장 핵심은 '부의 저축 기능'이다.
10) 은의 투자가치
은은 정말이지 대단히 기묘한 투자 상품이다. 통화 긴축이나 인플레이션 같은 경제 위기 때는 금과 함께 달러화의 평가절하로 가치가 올라간다. 경제가 회복된 뒤에는 대량의 산업 수요로 인해 이번에는 산업 원료의 특성을 발휘해 가치가 상승한다. 이는 다른 투자 상품들이 갖추지 못한 정말 절묘한 이중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책장을 덮으며]
1800년대 중국은 세계 무역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중국의 향신료와 비단, 도자기 등 각종 생산품은 서구의 다양한 국가로 수출되었고, 서구의 은이 중국으로 유입되었습니다. 서구의 은이 지속적으로 중국으로 유출되어 서구사회에 은 부족 현상이 일어나자 영국은 중국의 은을 다시 회수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바로 아편을 통해 중국인들을 아편에 중독시킨 것입니다. 중국인들은 아편에 중독되어 그동안 축척한 은을 서구에 넘겨주게 됩니다. 중국 사회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고, 서구인들은 양매판을 통해 중국의 물류와 상업을 점차 장악해 나가게 됩니다. 중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희생시키는 양매판과, 통일되지 않은 화폐제도로 인해 서구에게 금융경제를 장악당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중국은 일본에게까지 산업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되고, 일본에게 수출한 철강재로 각종 무기를 만든 일본에게 침략을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됩니다.
세계 각국은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국채를 바탕으로 달러를 발행하여 세계의 기축통화 자리를 유지합니다.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공산품을 수출하여 달러를 벌어들입니다. 문제는 달러가 지불수단으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하고 있지만, 채무화폐의 특성상 부의 저축기능을 언제까지고 안정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책은 중국뿐만 아니라 수출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한국과 같은 국가, 그리고 수출주도형 국가에서 경제생활을 하는 우리들에게 경제활동을 통해 획득한 수익을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처럼 '은'이 부의 저축수단으로 좋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 모두는 각자의 주어진 상황과 경제성향에 맞는 부의 저축수단을 찾는 노력을 부단히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달러로 형성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는 인사이트라고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