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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Sep 10. 2022

화폐전쟁4

부채로 성장하는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화폐전쟁 1권을 읽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화폐전쟁 4권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미국 달러화의 역사를 알려주었던 '화폐전쟁1', 유럽 화폐경제의 역사를 알려주었던 '화폐전쟁2', 아시아 화폐경제의 역사를 알려주었던 '화폐전쟁3'을 이어, 화폐전쟁4에서는 지난 200여 년의 전 세계 각 화폐 간의 각축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의 전 세계 화폐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예상해 보고 있습니다. 최고 안전자산이라고 인식되는 달러화의 태생적 한계는 무엇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미국의 아이디어. 그리고 각국의 대응방안을 찾아보는 저자의 안목을 살펴보겠습니다.


[화폐전쟁4 _ 쑹훙빙 지음 _ RHK출판사]

1) 달러화 자산을 선호하는 이유

 전 세계 투자자들이 달러화 자산을 선호하는 이유는 미국에 특별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달러화 자산의 가치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달러화 자산 가격이 상승할수록 이 자산에 투입하는 달러 규모는 증가한다. 따라서 세계 달러 수요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2) 남유럽 국가의 자산 팽창형 경제 성장 모델

 유로화 탄생 이후, 유로존 역내의 독일과 네덜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가맹국들은 낮은 인플레이션, 저금리 정책 환경을 충분히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크게 강화했다. 채무 주도형 성장 방식을 고집하는 남유럽 가맹국들은 자국 통화를 평가 절하할 수 없기 때문에 북유럽 가맹국들과의 산업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이 유리한 기회를 꽉 움켜쥔 독일은 값싸고 질 좋은 공산품으로 남유럽 시장을 공략해  거액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더불어 경제 활성화와 양호한 재정 상태를 유지했다. 이에 반해 북유럽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패한 남유럽 국가들의 실물 경제는 점차 만신창이가 됐다. 그러나 그 대신 유로존의 저금리 환경을 이용해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 냈다. 나아가 자산 버블로 소비를 진작해 경제 번영을 이끌었다. 이로써 실물 경제 기반의 성장 모델은 점차 자산 팽창형 경제 성장 모델로 대체되었다.


3)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파운드화의 몰락

 영국의 상업어음 시장은 일찍이 형성됐다. 그 규모도 상당히 컸다. 다른 국가에 비해 원화와 신용 우위도 뚜렷했다. 그 때문에 파운드화는 국제 결제통화라는 위치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의 반발로 인해 이 같은 구도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유럽 주요 국가의 공업과 농업 시스템은 전쟁 때문에 심각하게 파괴되었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공업과 농업 시스템은 전쟁 때문에 심각하게 파괴되었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미국 공산품과 농산품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더불어 전쟁 수요로 인해 유럽 각 교전국의 금융 자본은 대대적으로 군수 산업에 집중되었다. 무역 신용은 갈수록 떨어졌다. 그 결과 유럽 각국은 상업어음을 할인하기 위해 자금이 비교적 충분한 뉴욕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때부터 달러화 표시 상업어음이 금융시장에 등장했다.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 때문에 1915년 이후부터 파운드화 가치가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에 반해 엄청난 금 보유량을 담보로 한 달러화는 점점 안정되어갔다. 화폐 가치의 변동을 극도로 싫어하는 무역상들은 점차 파운드화 대신 달러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4) 이상, 꿈, 환상

 능력 있는 사람이 제정한 계획은 '이상()'이다. 반면 능력 부족한 사람이 세운 계획은 '꿈'이다. 또 아무런 능력도 없는 사람이 세운 계획은 그냥 '환상'일뿐이다. 


5) 달러 본위제와 금본위제의 가장 큰 차이점

 달러 본위제와 금본위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일련의 본위화폐 유출입 유동 과정을 거친 후의 최종 결제 방식에 있다. 금본위제 아래에서 달러화 유출은 바로 금의 유출을 의미한다. 따라서 달러화가 과잉 유출될 경우 미국의 준비통화 규모는 줄어들고 신용창조도 억제된다. 그러나 달러 본위제 아래에서는 달러화 유출이 미국 내의 신용 창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또 달러화 유입국은 외화준비금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 화폐 공급을 늘리기 때문에 이중 신용 창조 문제가 발생한다.


6) 소련의 시베리아 유전 발견은 행운이었을까?

 1960년 소련은 우연히 시베리아에서 대형 유전을 발견했다. 정말 예기치 않은 행운이었다. 소련으로서는 식량난 해결과 정치 안정의 단꿈을 꾸기에 충분했다. 1970년대 전반 내내 시베리아에서는 석유가 샘솟듯 솟아 나왔다. 소련의 국고에도 돈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러던 중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와 더불어 달러와 금의 연결 고리가 끊어졌다. 이 사건은 국제 시장을 크게 뒤흔들었다. 달러 가치가 폭락하면서 금과 석유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두 차례의 오일 쇼크를 거치면서 석유 가격은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끝없이 올라갔다. 소련은 순식간에 졸부가 되었다. 국고에는 돈이 넘쳐났다. 사람들은 부귀영화를 꿈꾸기 시작했다. 소련이 보유한 오일달러는 식량 수입에 의한 경상 수지 적자를 충분히 보전하고도 남았다. 소련은 국제 유가가 앞으로도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급기야 미국과 본격적인 핵무기 경쟁에 돌입했다. 군비도 대대적으로 확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아프간과의 장기적인 소모전에 휘말려 들었다.


7) 미국의 국채가 국제 준비 자산이 된 과정

 1976년까지 세계 각국 정부가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900억 달러에 달했다. 이 거액의 부채를 어떻게 무효화할 것인가? 미국 앞에 새로운 전략적 과제가 대두했다. 미국이 생각해낸 방법은 이 부채를 각국의 국제 준비통화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었다.

 1974년 6월 미국은 IMF에 이른바 '대체 계정(Substitution Account)'을 창설할 것을 제안했다. 이 대체 계정의 주요 기능은 각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IMF 특별 인출권, 즉 SDR로 바꾸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 방법을 통해 미국 국채를 국제 준비 자산으로 탈바꿈시킬 생각이었다. 이렇게 되면 각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미국의 국가 채무에서 주요 국제 준비 자산으로 바뀔 수 있을 터였다. 또 국제 통화 시스템에 깊숙하게 침투하는 것도 가능했다. 미국으로서는 이 부분의 채무를 영원히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8) 달러 본위제로 인한 경제 성장의 원동력 변화

 1971년 달러 본위제가 확립된 후 달러 배후의 주요 자산은 금이 아닌 미국 국채로 바뀌었다. 이로써 달러의 이동은 단순히 미국 국채 자산의 이전만을 의미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미국 국채가 상품과 서비스 국제 거래의 최종 지불 수단이 된 것이다.

 통화 제도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경제 성장 모델의 변화를 초래했다.

 금본위제 아래에서는 국민 저축에 의해 형성된 투자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달러 부채 본위제'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점차 투자에서 부채로 바뀌었다. 또 자본과 신용 창조 수단 역시 저축이 아닌 채무로 바뀌었다.


9) 미국이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되는 이유

 사실 미국의 속셈은 뻔했다. 표면적으로는 달러에 대한 전 세계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달러의 기축 통화 지위를 폐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달러 채무 제국'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계속 장악하겠다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었다. 사실 과거에는 각국이 달러 준비금을 미국 국채 말고 다른 곳에 투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SDR로 달러를 대체한 후에는 IMF가 각국으로부터 흡수한 달러 전부를 미국 국채에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결국 SDR는 미국 국채의 허울일 뿐이다. 이름만 번듯하게 '달러 본위제'에서 'SDR본위제'로 바뀔 뿐 화폐 발행 담보물은 여전히 미국 국채인 것이다. 요컨대 미국 국채는 향후에 세계 단일 통화 배후의 담보 자산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은 채무를 갚을 필요가 없다.


10) 채무 중심 경제 성장시대

 영국은 채무국으로 전락한 후 쇠퇴 일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최대 채무국이 된 이후 오히려 패권을 더 공고히 했다. 이는 채무가 채권을 대체해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도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더불어 부채가 투자를 대체해 경제 성장의 주요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미국이 위험한 채무 중심 경제 성장 시대에 진입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책장을 덮으며]

 자산은 자본과 부채의 합입니다. 즉 자산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자본(현금)을 축적하거나 부채를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키면 됩니다. 저금리 시대에는 부채를 통해 자산을 키우는 것이 부의 증가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자산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부채를 통한 자산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이자비용을 수반하게 됩니다. 결국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계층부터 이자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수 있으며, 또한 이와 같은 파산 상황은 금융권에도 큰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금융사는 부채를 회수하게 됩니다. 부채를 회수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이자를 올리면 됩니다. 이자를 올리면 부실채권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채를 통해 자산을 키우고 늘어난 자산으로 소비를 하던 경제주체들은 곧 추운 겨울을 맞이하게 됩니다. 

 세계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산업활동을 통해 쌓은 부인 자본을 통해 사회가 성장을 했습니다. 즉 실물경제를 바탕으로 한 튼실한 성장이었습니다. 현대의 금융사회는 다릅니다. 금융 자체는 부채와 이자를 통해 발전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융이 주도하는 현대사회는 부채를 통해 성장한다는 역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달러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러는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난 뒤에, 세계 금융의 근간을 금에서 미국의 국채로 바꾸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미국의 적자는 날이갈 수록 불어나지만 미국의 적자는 필연적으로 미국의 국채 발행으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이 미국의 국채는 전 세계 금융자본의 가장 안전한 투자처이자, 각 국가의 외환 준비금으로 누적됩니다. 예전에는 금을 바탕으로 화폐를 발행하던 전 세계 국가들은 이제는 미국의 국채를 바탕으로 화폐를 발항합니다. 결국 미국은 국채를 상환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누군가는 미국 국채의 이자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미래 세대의 세금을 기본으로 하는 현재 사회에는 실체가 없는 국채는 결국 부채의 일환이기에 언젠가는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은 과연 달러의 위기를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할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되려 위기를 기회로 새로운 금융 체계를 만들어낼 확률이 클 것입니다. 어떻게 펼쳐지지 아직은 알기 어려운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 금융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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