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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an 16. 2023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의 공부​'를 읽고 나니, 최재천 교수님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읽게 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의 교훈적인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_ 최재천 지음 _ 효형출판]

1) 박쥐의 헌혈

 박쥐는 신진대사가 유난히 활발한 동물이다. 그래서 박쥐는 다룰 줄 아는 사람만이 다뤄야 한다. 너무 오래 손에 쥐고 있으면 에너지 소모가 심하여 까딱하면 죽는다. 흡혈박쥐도 예외가 아니라서 하루 이틀 피 식사를 하지 못하면 기진맥진하여 죽고 만다. 밤이면 밤마다 피를 빨 수 있는 큰 동물들이 언제나 주변에 있는 것도 아닌지라 상당수의 박쥐들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귀가한다. 그러다 보니 이들 흡혈박쥐 사회에서는 피를 배불리 먹고 돌아온 박쥐들이 배고픈 동료들에게 피를 나눠 주는 헌혈 풍습이 생겼다.


 동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서로 피를 게워 내고 받아먹는 흡혈박쥐의 행동을 관찰하며 광견병 바이러스가 들끓는 피 세례를 얼굴 가득 받곤 했던 어느 동물 행동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흡혈박쥐들은 대체로 자기 가족이나 친척끼리 피를 주고받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꼭 친척이 아니더라도 가까이 매달려 있는 이웃들에게 종종 피를 나눠 주기도 한다. 이렇게 피를 받아먹은 박쥐는 그 고마움을 기억하고 훗날 은혜를 갚을 줄 알기 때문에 이 진기한 풍습이 유지되는 것이다.


2) 고래의 우정

 고래는 비록 물속에 살지만 엄연히 허파로 숨을 쉬는 젖먹이동물이다. 그래서 부상을 당해 움직이지 못하면 무엇보다도 물 위로 올라와 숨을 쉴 수 없게 되므로 쉽사리 목숨을 잃는다. 그런 친구를 혼자 등에 업고 그가 충분히 기력을 되찾을 때까지 떠받치고 있는 고래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고래들은 또 많은 경우 직접적으로 육체적인 도움을 주지 않더라도 무언가로 괴로워하는 친구 곁에 그냥 오랫동안 있기도 한다.


3) 코끼리의 뼈에 대한 관심

 코끼리들은 다른 동물들의 뼈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코끼리의 뼈를 발견할 때면 언제나 그들의 긴 코로 뼈 냄새를 맡으며, 뼈를 이리저리 굴려 보기도 하고, 때로는 오랫동안 들고 다니기도 한다. 코끼리들이 그들의 뼈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큰가 하면 야생 동물 사진작가들이 그 모습을 찍으려 할 때 그들이 다니는 길목에 코끼리 뼈 하나를 놓아둔다는 것이다. 코끼리들은 늘 신선한 물과 풀을 찾아 이동하며 살지만, 그렇게 이동하는 중에도 자기 어머니의 두개골이 놓여 있는 곳을 늘 잊지 않고 들러 한참 동안 그 뼈를 굴리며 시간을 보낸다.


4) 개미와 인류

 기계 문명사회의 주인이 우리인 것은 말할 나위가 없지만 문명사회를 한 발짝만 나서서 자연계로 들어서면 그곳의 주인은 곤충들, 그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곤충인 개미들의 세상이다. 개미는 한 마리씩 놓고 보면 평균 5밀리그램밖에 안 되는 미물이지만 수적으로 워낙 우세한 동물이라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개미들의 전체 중량은 전 인류의 체중과 맞먹는다.


5) 까치가 전봇대에 집을 짓는 이유

 "솔개가 까치집 빼앗듯 한다"더니 누가 누구를 탓하는 것인지 참으로 어이가 없다. 까치들이 최근 들어 자주 전봇대에 집을 짓는 것은 그들이 둥지를 틀기에 알맞은 나무들을 우리가 모두 베어 버렸기 때문이다. 까치의 둥지는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와는 달리 실제로 올라가 보면 상당히 크다.

 그래서 까치들은 그 큰 둥지를 안전하게 받쳐 줄 수 있도록 튼튼한 가지들이 한꺼번에 여러 방향으로 뻗어 있는 나무를 선택한다. 그리곤 되도록 주변에 가지들이 무성하여 아늑하게 감싸 줄 곳에 둥지를 튼다. 까치들이 전봇대가 좋아서 그곳에 집을 짓는 것은 결코 아니다.


6) 세습을 하지 않는 개미

 정성스레 키운 여왕개미들도 혼인 비행을 떠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아무도 어머니의 왕국으로 돌아와 권좌를 탐하지 않는다. 중남미 열대에서 나뭇잎을 끊어다 버섯을 경작하는 잎꾼개미의 경우 혼인 비행을 떠나는 어린 여왕개미들에게 씨버섯을 조금씩 지참금처럼 쥐어 주기만 할 뿐 다시 집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없다. 혼자 자립할 수 있도록 키워 줄 뿐 평생 뒤를 돌보는 무모한 일은 하지 않는다. 아마 개미들이 우리네 재벌들처럼 눈먼 세습을 했더라면 오늘날 이렇게 성공적인 자연계의 지배자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7) 갈매기 부부의 금실

 새들 중에서도 갈매기만큼이나 암수가 공평하게 자식 양육에 동참하는 예는 그리 흔치 않다. 조류학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갈매기 부부는 거의 완벽하게 열두 시간씩 둥지에 앉아 서로 알을 품는다. 그리고 나머지 열두 시간은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들이는 바깥일을 본다. 바깥양반이나 집사람의 개념이 전혀 없는 사회다. 남녀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갈매기가 우리 인간보다 훨씬 앞선 동물들이다.


 갈매기 부부의 금실은 실로 탄복할 만하다. 갈매기 부부는 비번기인 겨울에는 서로 헤어져 살지만 해마다 번식기가 되면 어김없이 같은 장소로 날아와 지난 여름 함께 신방을 꾸몄던 짝을 찾는다. 물론 지난해의 결혼 생활이 그리 순탄치 않았다면, 다시 말해서 자식들을 제대로 키워 내지 못한 경우에는 미련 없이 서로 갈라서기도 한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자식들을 기른 부부는 애써 서로를 찾는다. 겨우내 또는 먼바다로의 긴 여정에 둘 중 누구에게라도 불행이 닥쳐 돌아올 수 없게 되었을 때 며칠씩 짝을 찾아 우는 소리는 우리 인간의 귀에도 마치 사랑하는 임을 그리며 통곡하는 절규처럼 들린다.


8) 제비가 찾지 않는 나라

 우리나라는 어쩌다 제비도 찾지 않는 나라가 되었을까. 새끼들이 한창 먹이 달라고 보챌 때면 제비 부부는 2~3분에 한 번 꼴로 벌레를 잡아들여야 한다. 하루에 줄잡아 오륙백 번을 드나드는 셈이다. 전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일본 다음으로 많은 양의 농약을 쏟아붓는 이 땅에 그만큼 많은 곤충이 남아 있을 리 없으니 이것을 알아차린 제비들이 우릴 포기한 것이다. 행운의 박씨를 받을 자격도 없는 놀부의 나라가 염치도 없지, 뭘 그리 바랄 수 있겠는가.


9) 자연계에서 전쟁을 일으킬 줄 아는 동물

 자연계에서 이처럼 대규모의 전쟁을 일으킬 줄 아는 동물은 인간과 개미 그리고 꿀벌뿐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동물들이다. 모여 사는 이점이 큰 것은 사실이나 때론 전쟁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인간은 참 별난 이유로 전쟁을 한다. 물이나 소금을 차지하려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단순히 종교와 이념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씨를 말리려 한다.

 반면 개미들은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전쟁을 일으킨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남의 집 자식들을 훔치기 위해서도 개미들이 우리 인간처럼 자식을 낳지 못해 남의 자식이라도 길러 보려 하는 것은 아니다. 모자라는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남의 나라로부터 노예를 잡아들이려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10) 비버가 일하는 시간

 서양 사람들은 부지런한 동물로 비버와 개미를 든다. 비버(Beaver)라는 단어는 명사로도 쓰이지만 때론 동사로도 쓰인다. 동사로 쓰일 때는 '부지런히 일하다'라는 뜻을 지닌다. 비버의 근면함은 그 이름에 이미 담겨 있다. 북미 대륙에 사는 비버는 튼튼한 이로 상당히 굵은 나무들을 베어다 둑을 만들어 강물을 막는다. 그들이 벌이는 토목 사업은 그 규모로 보나 기술로 보나 인간을 뺨칠 수준이다. 그러나 그렇게 부지런해 보이는 비버도 사실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다.


[책장을 덮으며]

 이 책을 읽고 나니, 책 제목처럼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도 있지만,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갈 줄 아는 동식물들을 보면, 오로지 자연을 개척하고 지배하면서 살아가려고 하는 인류가 얼마나 단편적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인간은 자신 또는 가족만을 생각합니다. 이기적입니다. 하지만 박쥐는 주변의 동료들과 함께 나누며 살아갈 줄 압니다.

인간은 남을 돕는 행위를 봉사활동이라고 하며 칭송합니다. 하지만 고래는 부상당한 동료를 함께 보살핍니다. 그리고 함께 머물러주며 위로를 건넬 줄 압니다.

인간은 가족 간에도 서로를 돌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코끼리는 이미 세상을 떠난 어미의 뼈를 찾아와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인간은 상속과 세습을 합니다. 하지만 개미는 세습이 아닌 자립을 통해 더욱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 나갑니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강인합니다.

우리 인간도 자연 속의 동식물들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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