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려 준다는 것.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자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항상 크고 작은 상처를 접하게 됩니다.
어떤 날은 무릎이 까져 있고, 어떤 날은 손바닥이 쓸려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다고 엉엉 울기라도 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를 우선 씻깁니다.
상처에 붙은 흙먼지를 샤워기의 약한 물줄기로 씻어 냅니다.
상처에 물이 닿은 아이는 따끔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지 더 서럽게 웁니다.
우여곡절 끝에 연고를 바릅니다.
연고를 바르면서 모든 부모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딱지가 질 때까지 건들면 안 된다.”
상처가 빨리 나으라고 뭔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저 약을 바르고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최근 회사에서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과거에도 회사에서 많은 상처를 받아보긴 했지만,
최근에 받았던 마음의 상처는 생각보다 저를 많이 흔들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겨우겨우 붙잡고 있던 도중,
계절이 바뀌었고 철이 지난 옷들의 세탁을 맡겼습니다.
세탁을 맡긴 옷들은 대부분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은 날 입었던 옷이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힘들게 업무를 하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음식물 같은 것들이 묻었던 옷들입니다.
이틀 뒤 세탁을 마친 옷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회사에서 입었던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세탁물에 붙어있는 안내문은 저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얼룩을 말끔히 지우기 위해 밀착케어를 진행했지만 남은 곳이 있습니다.
추가 작업 시 탈색 발생 등 의류 손상이 우려되어 작업을 마무리합니다.
아이의 상처는 나을 때까지 약을 발라주고 기다려 주었듯이,
세탁물의 얼룩을 너무 세게 지우려고 하면 옷감이 상하듯이,
제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입었던 상처를 잊으려 너무 발버둥 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예전의 힘들었던 경험들도 결국 시간이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과거의 힘듦도 새로운 일들로 잊혀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너무 힘든 상처도 결국은 과거의 기억이 될 것이고,
그 상처를 지우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되려 세탁물의 얼룩을 지우려다 옷감이 손상되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시 긴 옷을 입게 되면, 약간의 얼룩이 남아 있는 저 옷을 꺼내 입겠지만
저 얼룩이 생겼을 때의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극복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각자의 힘든 사정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상처를 너무 지우려고만 하지 마시라고. 상처를 지우려다가 내 마음이 더 크게 다칠 수 있다고.’
혹시라도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내 마음에 독서나 휴식 같이 나에게 맞는 연고를 발라주시고,
상처가 아물 때까지 조금 기다려 보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렸던 것처럼 말이지요.
세상에 상처받은 모든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상처는 아물 겁니다. 그러니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