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인사 Jun 15. 2023

냉장고 뒷면을 전시한다고?

매장을 방문한 고객만큼, 외부 고객의 시선도 중요합니다.

동네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동네 대로변에는 2개의 매장이 마주 보고 있습니다.

2개의 매장 모두 방문고객이 거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제 눈에는 너무나 극명한 차이점이 보였습니다.

우선 2개 매장의 사진부터 보실까요?

[왼쪽은 슈퍼카 람보*기니 매장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전자제품 하*마트 매장의 모습입니다] 


슈퍼카 매장에는 거의 방문고객이 없습니다. 

하지만 매장에 전시된 슈퍼카 자체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매장 바깥에서는 멋진 슈퍼카에 눈길이 가고,

매장 안쪽에서는 더욱 멋진 슈퍼카이 내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길 건너편 전자제품 매장에도 고객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1층에서는 직원들끼리 핸드폰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매장 정리를 한다거나 전자제품에 대해 공부를 하는 직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 매장에 들어가면 1층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직원들이 동시에 쳐다볼 것 같아서, 생각만으로도 불편합니다.

냉장고, 에어컨과 같은 제품을 보기 위해서는 2층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구경만 하고 내려오기에는 심리적으로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들어가서 구경하고 나올 수 있는 백화점 매장을 선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 눈에 결정적으로 들어온 것은,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제품을 사용하면서 거의 볼 일이 없는 제품의 뒷면이 외부 창가로 전시(Display)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제품의 앞면을 보고 구매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전자제품의 앞면은 하루가 다르게 멋진 디자인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전자제품의 뒷면을 커다란 통유리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바로 길 건너편에는 원색의 멋진 슈퍼카가 통유리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데 말이지요.


같은 전자제품 매장이라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인근의 다른 매장에서는 통유리를 없애는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전자제품 뒷면이 보이는 통유리보다는 좋은 것 같지만, 이렇게 바꾸기 위해서는 건물 외벽공사를 해야 하니, 통유리로 보이는 전자제품 뒷면(=정확히는 유리창에)에 "에어컨 120만원 / 75인치 TV 150만원 / 공기청정기 30만원" 이런 홍보문구를 붙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식료품을 파는 마트에서도 이른바 미끼상품이라고 해서, 고객들을 일단 마트로 찾아오게 만드는 특가상품을 홍보하듯이, 전자제품 매장에서도 일단 저렴한 상품의 가격을 노출한다거나, 아니면 멋진 상품의 앞면을 인쇄하여 통유리에도 붙여놓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책을 많이 읽고 많이 걷다 보니,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새롭게 생각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아마 이번 전자제품 매장 통유리에 보인 전자제품들의 뒷면도 그래서 제 눈에 보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 산책에서는 어떤 것들이 제 눈길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처를 무리하게 지우면 더 큰 상처가 남을 수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