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의 시작점, 40대.
저는 강의를 좋아합니다.
강의를 하는 것도 좋아하고, 강의를 듣는 것도 좋아합니다.
강의를 좋아해서 그런지, 김미경 강사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참 좋아합니다.
김미경 강사님의 강의는 강의라기보다는 하나의 연극과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잘 짜인 각본대로 연기하면서 깊은 울림을 준다고 할까요?
더욱 멋진 40대를 보내기 위해 읽게 된 책,
'김미경의 마흔 수업'의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봅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당장 쓸모도 없고 돈도 안 돼서 실패 창고에 쌓아두었던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 콘텐츠가 사실 소중한 자산이었다는 것을. 이 자산들은 마치 구슬과 같아서 하나씩 들여다보면 뭐가 될지 모르지만, 일단 꿰기 시작하면 너무나 귀한 보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퍼스트 라이프의 핵심 키워드는 '성장'이다. 가족과 사회라는 단체 안에서 어떻게 나답게 성장할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다. 사회 속에서 경쟁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일에 몰입하며 나의 가치를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핵심 키워드가 바뀐다. 치열했던 단체 안에서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개인으로서 어떻게 자존감과 품격을 지키며 살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나는 이것을 '존엄한 삶'이라고 부른다. 자기 결정권을 가진 개인으로서 끝까지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가는 것이 존엄한 삶이다. 삶이 존엄해지려면 꼭 필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 돈과 철학이다. 두 가지가 모두 있어야 두 번째 꿈이 무엇인지 제대로 답할 수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공부만 해."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모든 시간과 공간을 몰아준다. 돈도 마찬가지다. 돈을 버는 부모는 용돈 30만 원으로 한 달을 사는데 열 살 아이는 학원비로 100만 원씩 쓴다. 아버지가 쓰는 돈은 소비이고 아이가 쓰는 돈은 투자다. 이 말은 곧 집안에서 성장할 사람, 투자받아야 할 사람을 아이로 한정했다는 뜻이다. 아이만 키우고 엄마 아빠는 성장을 멈추기로 작정했다는 뜻이다.
시간과 공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렇게 나를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에서 10년 넘게 살다 보면 누구나 저절로 무기력해진다. 대학 때 배운 것도 잊어버리고 새로운 정보도 아이디어도 없으니 당연히 자존감도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성장하면 된다고? 엄밀히 말하면 회사라는 조직이 원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 내 시간을 할애하는 곳일 뿐이다. 어떤 회사도 나의 성장과 미래를 대신 고민해주지 않는다.
더더욱 나를 통제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공간으로서 책상이 필요하다. 집이 좁으면 아예 책상을 사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집 안에 나만의 책상이 없다는 것은 '나는 성장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선언한 것과 같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기억한다. 내가 살아왔던 모든 시간들이 아이들의 몸속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큰딸이 말한 '표준값'이란 엄청나게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모든 부모는 매일매일 아이들의 표준값을 만들고 있다. 싫든 좋든 아이들의 스승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 매일 누적되면서 표준값이 만들어지는데 우리의 나쁜 습관은 한 번에 안 고쳐진다는 사실이다. 평소에 책 한 권 읽지 않고 늘 스마트폰만 보면서 아이들에게 인생에서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얘기해 봤자 먹힐 리 없다. 부부가 매일 싸우면서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양보하라고 말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다. 자녀교육은 '클래스'가 아니라 부모의 태도로 가르치는 것이다. 클래스는 밖에서 전문가에게 배우는 게 훨씬 낫다.
아이 셋을 키운 나에게 자녀교육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마디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What'이 아니라 'How'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What은 자녀교육에 필요한 과목이고, How는 살아가는 태도를 말한다. (중략)
부모가 집중해야 할 것은 How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태도 말이다. How만 잘해도 부모 노릇은 100점이다. 아이들이 부모를 존중하지 않는 이유는 How는 알려주지 않으면서 What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는 책 한 권 안 읽으면서 뭘 안다고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
아이들의 반발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가난한 집안에서 종종 훌륭한 인재가 나오는 것은 부모의 How가 괜찮았기 때문이다. 자녀가 부모의 괜찮은 부분을 자기 인생의 표준값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잘되는 집안을 보면 대부분 부모의 How가 남다르다. 부모의 살아가는 태도가 집안의 기본 실력이 되는 것이다.
습관은 평범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습관을 정복하면 평범한 사람도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무조건 비범해진다. 새벽 기상이든 다이어트든 공부든, 뭐라도 꾸준히 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꾸준함 자체가 브랜딩이 된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지만, 해내는 사람은 1퍼센트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늘 강조한다.
"세상 만만하게 봐도 돼요. 누가 여러분처럼 새벽 5시에 꾸준히 일어나겠어요? 이 시간에 다들 자요. 여러분만큼 자기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매일 키우는 사람들이 없어요. 자기 꿈도 듬성듬성 대충대충 보지, 별 관심도 없어요. 그러니 여러분이 얼마나 대단해요? 자신감을 갖고 뭐든지 시작하세요."
새벽 기상을 괜히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습관은 눈으로 보고 읽으면 아무것도 아닌 단어일 뿐이지만 몸으로 해내면 기적이 된다. 우리에게는 기적을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내가 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끄집어낼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오직 '꾸준함' 뿐이다.
연구결과는 놀랍게도 정반대였다.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이 직장을 그만둔 창업가들보다 실패할 확률이 33퍼센트나 낮았다. 성공한 창업가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극도로 신중을 기해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오히려 성공한 것이다.
실제로 유명한 창업가들 중에는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면서 창업한 이들이 적지 않다.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Larry Page)는 스탠퍼드 대학원을 다니면서 인터넷 검색 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러나 박사과정을 포기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검색엔진을 만든 후에야 대학원을 휴학했다. 혹시라도 일이 생각처럼 안 풀리면 안전하게 돌아갈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베이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다이어(Pierre Omidyar)도 창업 후 9개월 동안의 수입이 월급보다 많아진 뒤에야 직장을 그만뒀다. 그가 이런 보수적인 선택을 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사람이 돈에 쫓기고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한 가지에 모든 것을 걸고 올인했을 때에는 결코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덤 그랜트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바는, 마흔의 퇴사와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도전 정신'이 아니라 '위험 분산'이란 사실이었을 게다. 그러니 생계를 위협하는 퇴사라는 어설픈 시도에 함부로 도전이라는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 나를 먹여 살리는 일만큼 진심으로 성실해야 하는 일은 없다.
나는 예전부터 늘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는 직원들을 곁에 두었다. 내가 강의를 하느라 멈춰있는 동안 직원들이 내 곁에서 콘텐츠를 함께 채워준 것이다. 다른 강사들은 그런 나를 볼 때마다 이런 충고를 했다.
"미경 씨는 돈 벌어서 집에 다 가져가면 빨리 모을 텐데 왜 힘들게 직원을 둬요? 직원 두지 말고 우리처럼 혼자 뛰어요. 그러면 벌써 돈 벌었겠다."
죄송한 말이지만, 그렇게 충고하셨던 분들이 콘텐츠가 떨어져 제일 먼저 집으로 들어가셨다. 내가 번 돈을 내가 다 가져가면 집으로 빨리 가게 된다. 사람은 자기가 돈을 투자한 곳에서 성장하게 되어 있으니까.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 어떤 어려움과 변수에도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연결의 귀재'라는 점이다. 이들은 존 리비처럼 만나고 싶은 사람 혹은 커뮤니티와 어떻게든 자신을 연결해 낸다. 연결을 통해 스스로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연결이 단단할수록 위기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성공은 결코 나 혼자 열심히 해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벌어야 할 돈을 갖고 있는 주체도, 돈을 가진 사람과 연결해 주는 대상도 사람이고, 나를 다음 단계로 밀어 올려주는 것도 사람이다.
그러니 우리는 부지런히 누군가를 만나 씨를 뿌려야 한다. 언제 싹을 틔울지 모르지만 일단 만남을 통해 나라는 씨앗을 상대방의 마음속에 심어두는 것이다.
내가 40대가 되면서 잘 못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40대를 중년이라 생각하고, 이제부터는 언제든지 내려와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을 읽다 보니, 그동안의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40대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100세 시대를 놓고 보더라도, 아직 낮 12시도 지나지 않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삶을 계획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세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나온 것과 같이 '세컨드 라이프'의 시작인 것이지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 제가 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기은퇴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청춘의 마음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뉴스를 보면 회사에서 40대 중후반이면 밀려 나온다는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찾고, 끊임없이 책을 읽으며 자기 성장을 지속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멋진 세컨드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을 읽으며, 보다 성숙한 저의 미래를 그릴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