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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ul 24. 2023

상상하지 말라

상상하는 것보다, 찾아내고 발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데이터분석가 송길영 작가님의 '그냥 하지 말라'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냥 하지 말라'는 2021년에 출판된 책입니다. 그보다 2년 전에 출판된 '상상하지 말라'라는 책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읽게 된, '상상하지 말라'의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들을 적어 봅니다.


[상상하지 말라 _ 송길영 지음 _ 북스톤 출판사]


1) 휴식의 개념이 바뀌었다 (P.32~33)

 1990년대만 해도 휴식은 기계를 '끄는' 것이었다. 그러던 휴식이 이제는 태블릿 PC와 컴퓨터 그리고 스마트폰 등 온갖 기계를 한꺼번에 '켜놓고' TV 시청과 웹서핑, 카카오톡을 동시에 즐기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 사람들의 생활이 담긴 1년 치 118억여 건의 빅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요즈음 휴식의 양상은 국적을 불문하고 여러 모바일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며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소셜 미디어에 몰입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스마트한 모바일 기기의 등장과 함께 전 세계 휴식의 의미도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2) 가장 편한 마케팅 (P.54)

 <마녀사냥> 프로그램을 기획할 단계에 담당 PD가 내게 자문을 구한 적 있다. 과감한 포맷이니 될 것 같은지 아닌지 의견을 달라는 것이었다. 난 무조건 된다고 했다. 왜 되냐고? 그 프로그램이 현재 20대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케팅이 무엇인가 하면, 이미 있는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부분 없는 것을 억지로 상상해서 만들려다가 실패하는데, 이미 있는 것을 건드려주면 실패하기 어렵다. 특히 현재 사람들이 암암리에 실천도 다 하고 있는데 차마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던 금기를 깨 주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20대 청춘들의 머릿속은 온통 사랑과 연애로 가득하고 열심히 실행에 옮기는데, 그런 이들에게 순결을 강요하면 죄책감을 느낀다. 그런데 '괜찮아, 다 해~'하며 유쾌하게 풀어내니 20대들이 기뻐하며 앞 다퉈 카메라 앞에 서는 것 아닌가.


3) 미래를 말하지 않는 이유 (P.79~80)

 소셜 네트워크를 보면 2011년을 기점으로 '현재'에 대한 대화가 '미래'를 앞질렀다. '카르페 디엠'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부정적이다. 현재를 즐기고자 해서가 아니라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 개발시대에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몇 차례나 하며 버텼다. 그때의 설득 화법은 한마디로 '5년만 참으면 좋아진다'였고, 그때는 온 국민이 그 말을 믿었다. 이제는 이런 약속을 얼마나 믿을까? 안 믿는다. 몇 년만 고생하면 집 살 수 있다. 승진할 수 있다는 말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공약이 되었다. 사회 흐름이 이러하니 연금이나 저축이나 주식 관련 업종은 어려워지고 있다. 미래가 있어야 없는 돈이라도 아껴서 준비를 할 텐데 그게 안 보이니 돈을 모으지 않는다. 그래서 의미 없는 미래 대신 현재의 내 만족에 충실한 것.

 그렇다고 미래를 포기한 채 흥청망청 아무렇게나 현재를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는 주머니가 너무 가볍고, 나는 너무 소중한 존재다. 다만 사람들의 욕망은 억압될지언정 사라지지는 않는 법. 어딘가에서 어떤 식으로든 발현되고야 만다. 최근에는 그것이 '작은 사치'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왜 작은 사치인가? 암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싶지만 돈이 많지 않으니 소소하게 기분을 내는 것이다. 사람이 밥만 먹고살 수는 없고,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기분은 내고 싶지 않겠나.


4)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P.86~87)

 분석 결과를 들은 윤부근 대표이사는 실망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매우 기뻐했다. 첫 번째 이유는 실패할 뻔했던 것을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실 데이터 분석은 성공을 반복하게 하기보다는 실패를 줄이게 하는 효용이 더 크다. 윤 대표가 좋아한 두 번째 이유는 솔직한 직언을 들어서였다. 대개 한국의 기업문화는 상명하복의 정서와 상사에 대한 로열티를 강조하기 때문에 사장이 뭔가 의견을 내면 직원들은 "Yes, Sir!" 하고는 실행전략에 골몰하기 바쁘다. 사장이 말했으니 으레 옳겠거니 하고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조직 분위기가 심각하게 나태한 회사는 설령 잘못돼도 사장이 책임지겠지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니 사장이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 한다. 자신은 그저 의견을 말한 것에 불과한데 밑에서는 그 말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며 앞뒤 없이 뛰어드니 두렵지 않겠는가. 그러다 누군가가 데이터(그것도 잠재고객의 데이터)를 제시하며 하지 말라고 하니까 반가웠던 것이다.

 그냥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도 무섭지만, 사람들에게 가장 골칫거리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를 외치며 돌격하는 사람들이다. 기업에서 손실이 크게 생기면 1000억 도 나는데 개인이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말인가. 애초에 책임질 수 없는 무책임한 말이다.

 그래서 데이터가 필요하다. 내 말을 믿지 않는 상사를 설득하기 위해서도 데이터는 요하고, 내 감이 타당한지 검증하기 위해서도 데이터가 필요하다.


5) 회사에서 일했던 시간은 경력이 아니다 (P.120~121)

 취업이 급하다고 무작정 뛰어 들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특히 지금 당장 좋아 보이는 공무원, 대기업 지원자 무리에 무턱대고 줄을 서서는 안 된다. 우리는 큰 조직에 몸담는 순간 조직이 나의 평생을 보장해 주기를 희망하지만, 조직은 '표준화'라는 미명 아래 '순환보직'이란 수단으로 개인을 무장해제하기 일쑤다. 대기업에서 경력 15년을 쌓았는데 총무 3년, 구매 3년, 회계 3년... 이런 식으로 일했다면 회사를 떠난 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엄밀히 말해 경력이라는 것은 조직과 시스템 없이도 내가 일할 수 있는 업이다. 단순히 회사에서 일했던 시간은 경력이 아니다. 그 회사를 버리는 순간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어떻게 나의 경력인가.


6) 의사결정을 CEO가 하는 것의 위험성 (P.161)

 가장 우려스러운 사실은, 기업의 의사결정이 일반인들의 정서와 유리돼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마케터로서 내가 바라보는 시장의 핵심 타깃은 2049, 젊은 층이다. 반면 적어도 나 같은 마케터가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 계층이 있다. 50대 이상 남성이다. 오죽하면 50세 이상을 겨냥한 프로그램에는 광고도 걸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은 아무것도 사지 않으니까. 소비를 할 뿐, 아내가 사주거나 점원이 권해주는 대로 산다. 마케터는 구매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이나 아이들, 젊은이들의 욕구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원하는지 아는 기업이 성공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다. 기업 구성원들의 밥줄이 걸려 있는 중차대한 의사결정을 CEO가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CEO들 중 상당수는 하필이면 시장의 욕구와 괴리된 그들, 50대 이상 남성이다.


7) 구글의 건강관리 (P.178)

 구글은 직원들의 식습관 데이터를 분석해 건강관리를 한다. 구내식당에 비치한 초콜릿 용기와의 거리 등을 분석해 직원들의 간식 섭취 패턴을 파악한 다음, 초콜릿을 불투명한 용기에 담아 보이지 않게 하고 건강스낵은 투명 용기에 담았다. 냉장고에서 탄산음료는 아래쪽에 두고 눈높이 위치에는 생수를 비치해 집기 쉽게 했다. 이런 사소한 조치만으로 직원들의 생수 소비가 47%나 증가했고, 설탕이 첨가된 음료의 소비는 7%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구글의 뉴욕 사무실 직원들은 7주간 총 310만 칼로리나 섭취를 줄였다.


8) 회장님 리모컨 (P.186~187)

 이 회사는 왜 이런 최첨단 리모컨을 만들었을까.

 시나리오는 대개 이런 식이다. 회장님이 누워서 TV를 보다가 문득 생각한다. '우리 TV가 안 팔리는 이유를 알았어. 리모컨 때문이야.' 그래서 "김 실장!"하고 부르면 회사의 중추적 인재가 뛰어온다. "6개월 시간 줄 테니까 진짜 좋은 거 만들어봐." '회장님 리모컨'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회장님의 교지를 받은 김 실장은 회사 전체에 사발통문을 보낸다. 'TFT를 만들 테니 각 팀은 가장 똑똑한 팀원을 보내시오.' 그러면 각 팀은 가장 존재감 없는 팀원을 보낸다. 팀에 결원이 생겨도 일은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평소 TFT에 자주 들어가는 분이라면 팀 내 자신의 위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셔야 한다.

 어쨌든 그렇게 모인 한 명의 천재와 나머지 범재들은 6개월 동안 리모컨만 고민하고, 그 결과 최첨단 쓰레기가 나온다.  


9) 물성은 보지 말라 (P.188)

 물성은 보지 말라. 물성은 아무것도 아니다. 거기에 부여하는 의미, 즉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 깊게 보아야 한다. 그때부터 답이 보인다. 같은 마케터라도 누구는 기능을 말하고, 누구는 제품을 말하고, 누구는 소비자를 말한다. 이 와중에 소비자도 아닌 인간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도 그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생각의 지평이 그만큼 넓고 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0) 선한 엇갈림 (P.270)

 섣부른 상상과 섣부른 관찰과 섣부른 배려는 선한 엇갈림을 낳는다. 상대가 생각을 갖고 있고, 그 생각이 나보다 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직급의 높고 낮음과 나이의 많고 적음이 결코 우열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그가 지능과 지성을 가지고 있기에, 그리고 그의 진심이 우리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그를 응원하는 따뜻한 배려를 그의 입장에서 펼쳐주자.


[책장을 덮으며]

 이 책의 제목은 ‘상상하지 말라’입니다. 항상 창의력 넘치는 이야기들로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저자가 ‘상상하지 말라‘라고 주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 책이 ’(억지로) 상상하지 말라‘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입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회사의 매우 높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것은 회사 내에서는 인정을 받을지는 몰라도, 결국 소비자들에게는 외면을 받게 됩니다. 즉, 안 되는 것을 상상하지 말고, 이미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되는 것을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상상하는 것보다, 찾아내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저자가 말한 ‘상상하지 말라’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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