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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Dec 03. 2023

불편한 좌석이 편안한 좌석으로

불편한 경험에서 시작된 생각의 전환

업무의 특성상 지방 출장을 많이 다닙니다.

주로 기차를 많이 이용하는데,

혹시라도 전화가 오면 받기 편하도록 복도 쪽 좌석을 선택합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장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평상시처럼 서울역에서 따뜻한 꼬치 어묵을 먹고,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예약한 좌석에 도착한 순간,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제가 예약한 좌석은 KTX 가족석,

4명이 서로 마주 보고 가는 좌석이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창가석이었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중년의 아저씨는 의자를 앞으로 쭉 빼고, 다리를 편하게 벌린 채 코를 골며 자고 있었습니다.


저는 벌을 서는 것처럼,

의자는 곧게 세우고, 앞 좌석 아저씨의 다리를 피해 다리를 제 몸으로 밀착해서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앞 좌석 아저씨는,

서울역을 출발한 지 거의 2시간이 지나 동대구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마자 눈을 번쩍 뜨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2시간 동안 벌을 선 것처럼 다리가 저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산역까지 50분간은 4명이 앉는 가족석을 편하게 독차지하고 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부산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이미 저녁 늦은 시간이라 KTX 좌석은 여유가 있었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복도 쪽 좌석을 선택했겠지만,

아침의 기억을 되살려 작은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바로 4명이 마주 보고 타는,

가족석을 예약한 것이지요.


저녁 늦은 시간에 가족석을 일부러 예약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서울역까지 모르는 사람 얼굴을 마주 보며 불편하게 왔을까요? 아니면 4인석을 편하게 독차지하며 올라왔을까요?


2시간 40분 동안 편안하게 가족석 공간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제 쪽으로 다리를 쭉 편 상태로 벌리고 있던 중년의 아저씨보다도 편한 자세로 서울역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는 불편한 좌석이었지만,

저녁에는 편안한 좌석이 되었습니다.

아침 좌석을 잘 못 선택한 경험으로,

저녁에는 기존에 선택하지 않았던 좌석을 선택해서 편하게 기차를 탈 수 있는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번주에도 부산 출장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저녁 늦게 서울로 돌아온다면,

다시 한번 가족석을 선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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