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특실을 찾아서
1박 2일 출장을 다녀오는 길입니다.
모텔이긴 하지만, 나름 ’특실‘에서 잠을 잤습니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쉬고 싶었거든요.
서울로 돌아오는 KTX.
최대한 장거리 기차를 탈 때 사용하려고 아껴두었던, ‘특실 업그레이드 쿠폰’도 사용했습니다.
‘특실 숙박‘에 ’특실 KTX’.
완벽한 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자리 두 사람이 대화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중년의 남성 옆으로 중년의 여성이 탔습니다.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대화 내용을 듣다 보니,
둘의 관계는 부부인지?
아니면 직장 동료인지?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계속 듣다 보면, 둘의 관계를 알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서울역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의 관계를 결론지을 수는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 다른 사람의 대화에 관심을 가졌냐고 묻지는 말아 주세요.
그 두 명이 단 1분도 쉬지 않고, 충분히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덕분에 이야기를 안 들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읽고 있던 책에 집중이 되지 않아,
이어폰을 끼고 음악도 틀었습니다.
그 순간 남자가 말했습니다.
“이것 봐봐. 바로 이 주식이야. 보이지?”
(그 두 사람이 유일하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 대화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저도 모르게 둘의 대회에 집중하기도 했습니다.
쉬지 않고 떠드는 두 사람을 지나쳐 가는 승무원이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냥 조용히 해달라고 말할까?
라는 생각도 하던 찰나..
특실엔 어느덧 빈자리가 많이 생겼고,
저는 다른 빈자리로 옮겨 두 사람의 대화에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편안하려고 탄 특실이지만,
편안한 마음을 갖기는 어려웠습니다.
특실에서의 여운이 컸는지, KTX에서 내리자마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내버스 안에도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이 있네요.
모두가 인상을 찡그리며 그 사람을 바라보는데,
그 사람은 “안 들려! 뭐라고?”라고 되려 인상을 쓰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KTX 특실에서도 시내버스에서도,
제 마음의 평화를 지켜줄 것은 오직 이어폰뿐인 것 같습니다.
이제 곧 집에 도착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이어폰을 빼고 마음의 평화를 얻겠지요.
이틀 동안 특실을 찾고 있었는데,
진정한 특실은 바로 우리 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특실로 퇴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