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잘 한 다는 것
부산으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부산역에서 호텔로 갈 때에는 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캐리어를 가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부산역으로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막상 택시를 타니 몸은 편했을지 몰라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아이의 멀미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부부는 계속 둘째의 상황을 살폈고,
만에 하나 비상사태를 대비해 휴대용 가방 안을 비워놓고,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했습니다.
운전기사님은 둘째가 멀미하는 것을 인식하고 최대한 안정감 있게 운전하려 했지만, 그래도 기존의 운전습관은 어쩔 수 없어 보였습니다.
되려 빠르게 부산역까지 가려고 하다 보니 급가속, 급감속이 이어졌고,
조금이라도 빠르게 가려고 차선을 요리조리 바꿀 때에는 저도 멀미가 나는 듯했습니다.
신호를 대기하면서 불필요하게 조금씩 앞으로 이동할 때마다 아이의 머리는 흔들렸습니다.
조마조마했던 택시 탑승이 끝나자, 택시기사님이 웃으며 둘째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어디 가서 서울 사람이라고 하믄 안되겄다.”
택시 기사님에게는 아이에 대한 격려와 안도의 이야기일 수 있었겠지만,
저에게는 유쾌하지 않은 탑승 경험이었습니다.
운전을 잘하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성인들은 본인이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사고는 상대방 때문에 나는 것이라 생각하겠지요.
상대방이 느리게 가는 것은 답답하게 운전하는 것이고,
상대방이 빠르게 가는 것은 위험하게 운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운전을 잘한다 또는 못한다의 기준은 본인이 아닌 타인의 평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킷에서는 빠르게 운전하는 것이 좋은 것이고,
일반 도로에서는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운전을 잘한다 못한다의 기준은 동승자가 얼마나 편안함을 느끼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운전자가 멀미를 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입니다.
휴가가 끝날 무렵,
첫째 아이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아빠는 운전 목표가 뭐야?”
제가 대답했습니다.
“지금 10만 km 탄 자동차를 30만 km까지 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전하는 거야.”
학창 시절 제 별명은 ‘나이스 빠따 김기사‘ 였습니다.
저는 티맵 운전점수 100점입니다.
스스로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타인에게 편안한 승차감을 전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