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인사 Feb 21. 2020

탈무드

유대인의 지혜를 찾아서

약 한 달 전.

아들의 질문을 받고 오랜만에 탈무드를 꺼내 들었다.


https://brunch.co.kr/@azafa/59


보통 책을 읽고 나면,

기억해 두고 싶은 문구를 10개 정도 추려서

'책인사의 책추천'을 적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10개의 문구를 선정하기 쉽지 않았던,

탈무드의 소중한 표현들을 나눠본다.


[탈무드_마빈 토케이어 지음. 강영희 엮음_브라운 힐 출판사]



1) 탈무드란?

-. <탈무드>는 '위대한 학문' 또는 '위대한 연구'란 의미로서, 5천 년의 역사를 가진 유대인의 지주로 존재하는 총체적인 생활 규범서이다.

-. <탈무드>는 모두 20권으로 1만 2천여 페이지에 이르며, 그 속에 250만 개 이상의 낱말이 있고, 무게는 75kg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이다.

-. <탈무드>는 책이 아니라 위대한 문학이다. 기원전 5백 년에서 기원후 5백 년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것을, 1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2천 명에 달하는 학자들이 힘을 합쳐 편찬해 낸 것이 바로 이 1만 2천여 페이지에 이르는 <탈무드>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의 우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시 말해, 5천 년 유대인의 지혜이고 총괄된 정보의 저장고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탈무드>는 기원후 5백 년 바빌로니아에서 편찬되기 시작했다. 현존하고 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된 <탈무드>는 1334년에 손으로 쓰인 것이다. 처음 인쇄된 건 1520년, 베니스에서였다.

-. <탈무드>는 <구약성경>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유대인의 사고라기보다는 <구약성경> 가운데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해 넣고 한층 광범위하게 확대시켜 놓은 것이다.

-. 새로운 판의 <탈무드> 마지막 한 페이지가 어김없이 여백으로 비워져 있는 것은 <탈무드>가 항시 덧붙여 쓸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는 상징적인 표시이기도 하다.


2) 유실수

한 노인이 정원에 나무를 심고 있었다.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나그네가 물었다.

"도대체 노인께선 언제 그 나무에서 열매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노인은 70년쯤 지난 뒤에야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그네가 다시 물었다.

"노인께서 그토록 오래 사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노인이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그렇지 않아. 그러나 내가 태어났을 때 과수원에 있는 많은 유실수엔 열매들이 풍성히 달려 있었다네. 이는 아버님께서 채 태어나지도 않은 나를 위해 나무를 심어 놓으셨기 때문이지. 그와 똑같은 일이라네."


3) 일곱째 사람

한 랍비가 내일 아침 여섯 사람을 모아 놓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다음 날 모인 사람은 일곱 명이었다. 불청객이 한 사람 끼어 있었던 것이다. 불청객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자, 랍비는 "이 자리에 참석할 필요가 없는 한 사람은 빨리 돌아가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모인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저명한 인물이며 어느 누가 생각해 봐도 부름을 받았을 만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밖으로 나갔다.


어째서 그 인물이 그렇게 행동했겠는가?


혹시라도 부름을 받지 않았거나, 어떤 착오로 인해 나왔던 사람이 굴욕감을 느끼게 될 것이 염려되어 스스로 물러났던 것이다.


4) 두 시간의 길이

국왕의 포도원에서 여러 일꾼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다른 일꾼들보다 월등하게 일을 잘하는 매우 능력 있는 일꾼이 한 명 있었다.

어느 날 포도원을 둘러보러 나온 왕은 그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일꾼과 둘이서 포도원을 산책했다.


유대 풍속엔 품삿을 그날그날 지불하는 전통이 있다. 그날도 일이 끝나자 일꾼들은 품삯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섰고, 그들 모두가 똑같은 액수의 품삯을 받았다. 그러나 뛰어난 일꾼이 똑같은 품삯을 받았다. 그러나 뛰어난 일꾼이 똑같은 품삯을 받는 것을 본 다른 일꾼들이 화를 내며 항의했다.


"저 사람은 두 시간밖에 일하지 않고 나머지 시간 동안 폐하와 함께 놀기만 했는데 어째서 우리와 똑같은 액수의 품삯을 주시는 겁니까? 이건 공평치 못한 처사입니다."


그러자 국왕이 말했다.


"이 사람은 너희들이 하루 종일 걸려 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일을 두 시간 안에 해냈다."

인간으로서 중요한 것은 몇 년 살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의 업적을 쌓아 올렸느냐 하는 것이다.


5) 방문

환자에게 병문안을 가면 그 환자의 병세가 60분의 1만큼 호전되지만,

60명이 동시에 몰려간다고 해서 환자가 완쾌되는 것은 아니다.

죽은 사람의 묘지를 찾아가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행위이다.

환자의 병문안은 완쾌된 환자로부터 감사의 인사라도 받을 수 있지만 죽은 사람은 어떤 인사도 없다.

감사를 바라지 않고 취하는 행위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6) 강자

이 세상에는 강한 것이 두려워하는 약한 것 네 가지가 존재한다.

사자는 모기를, 코끼리는 거머리를, 전갈은 파리를, 매는 거미를 두려워한다.


제 아무리 크고 힘이 강한 것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최강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가장 약한 것도 어떤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강한 것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7) 촛불

촛불 한 자루로 여러 자루의 초에 불을 붙이다 해도 애초의 촛불 빛은 흐려지지 않는다.


8) 유대인의 교육

유대인에게는 공부한다는 일이 인생의 최대 목적이다.


유대인의 어머니들은 아이에게 "선생님께 되도록 자주 질문하라."라고 일러 학교에 보낸다. 유대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건 암기가 아니고 근본적인 이해력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문제를 주면 학생은 그것을 풀며 모르는 일은 묻고 또 물어 뿌리까지 캐어서 결국은 이해하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자식의 장래에 대해서 아무런 환상도 갖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아이들에게 '커서 훌륭한 의사가 되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학문에 정진하는 것, 공부하는 것은 장려하지만 그 목적은 '무엇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학문 자체가 목적이지 수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아버지의 흉내를 내며 성장하여 세계 최고의 외교가로 명성을 드날린 사람이 있다. 유대인으로선 최초로 미 국무장관의 지위에 오른 헨리 키신저가 바로 그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자기가 어렸을 때 매주 아버지와 함께 공부를 했었다고 밝혔다. 그의 아버지 루이는 과거 독일에서 여고 교사를 했던 사람인데, 가족들이 살던 방 다섯 개짜리 아파트는 책으로 미어터질 지경이었다고 한다.


화려한 키신저 외교의 배경에는 19세기 유럽 외교사에 대한 그의 깊은 조예가 깃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어렸을 적에 늘 대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를 학문의 세계로 이끈 계기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배운다는 말속에는 흉내 낸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데, 배움이 흉내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그건 유대인의 생각과도 같다.


9) 유머

유대인 몇 명이 모이면 거의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유머가 오간다. 그들에게 있어 유머란 지혜의 산물이며 생활의 일부분이다. 히브리어로 '호프마'란 단어는 '유머'와 '영특한 지혜'를 동시에 의미한다. 유머를 적절히 구사할 줄 알고 또 이해하는 사람은 지적인 두뇌가 뛰어나게 발달한 사람이다. 실상 유머처럼 폭넓은 창조력과 번득이는 기지가 요구되는 것도 드물다. 또한 그것은 매우 교육적인 것이기도 하다. 어떤 사물이든 한편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잽싸게 그 둘레를 빙그르 돌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유대가 배출한 위대한 학자인 아인슈타인이나 프로이트도 유머 감각이 뛰어난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늘 주위 사람들을 웃음의 정원으로 이끌어 즐겁게 했다. 우리의 감각으로는 잘 납득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들 유대인들에겐 세계적으로 저명한 물리학자나 심리학자가 마치 직업적인 코미디언처럼 틈틈이 주위 사람들을 웃기는 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다시 말해 그만큼 유머 자체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유대인들은 해학을 지적이며 고상한 것으로 받들기에 주저치 않는다. 만물의 영장이라 일컬어지는 인간과 동물과의 큰 차이 중 하나가 인간은 웃을 줄 안다는 것이며, 인간의 교양의 척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 또한 바로 웃음인 것이다.


10) 아인슈타인

'상대성원리'를 발견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어렸을 적 말을 잘 못하여 네 살까지도 그의 부모는 그를 저능아로 생각했었다고 한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열등아로서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기 때문에 1학년 때의 담당교사는 '이 아이에게는 아무런 지적 능력도 기대할 수 없으며 오히려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 뿐이니, 될 수 있으면 학교에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부모에게 통보할 정도였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 따위를 잘하는 교사들로부터 멍청하다고 도외시되었으나 15세가 되었을 무렵엔 이미 유클리드, 뉴턴, 스피노자, 데카르트를 독파했다. 훗날 그는 그때의 자신은 강한 지식욕을 가졌었다고 술회했는데, 당시엔 아무도 그 사실을 발견치 못했던 것이다. 만일 그때 그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되라는 강요로 계속 억눌렸다면 뛰어난 재능의 꽃은 피우지 못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책장을 덮으며>

지금까지 탈무드란 책을 수차례 읽어왔다.

다만, 이번처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그 속 뜻을 음미해 본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탈무드 속에 유대인의 잠재력이 녹아 있다.

탈무드에도 나온 이야기처럼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역사적 과거의 경험을 자신들의 경험으로 삼을 수 있으며,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약 2,500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는, 유대인들의 지혜의 샘 탈무드.

이제는 유대인을 넘어 모든 이들에게 살아있는 지혜를 일깨워 주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