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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Mar 07. 2020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이하루 작가님의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를 읽었다.

솔직 담백한 문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의 좋은 문구를 적어본다.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_ 이하루 지음 _ 상상출판사]


1)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이유

어른은 되도록 참아야 한다고 배운다. 직장인은 참기 싫어도 참는다. 어쩌다 보니 나는 생각하고, 느끼고, 묻기보다 참는 데 익숙해졌다. 덕분에 자신에게 인색한 사람이 됐다. 취미를 찾는 데 1년이나 걸린 이유이기도 하다. 표현하지 않으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2) 다작의 필요성

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던가.

졸작도 모이면 귀한 글쓰기 재료가 된다.

미완성도 상관없으니 다작해보길 바란다.


3) 솔직한 글쓰기

거짓말을 많이 할수록 자존감이 낮아진다. 거짓말은 대부분 타인을 의식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습관은 내상에 취약하다. '자아정체성 출혈'이라든가 '자존감 골절'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치료법도 없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솔직해져야 한다고 믿는다.


에세이는 작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장르다. 화려한 문장으로 자신을 감추는 것보다 깨닫고 변화되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편이 더 매력적이다. 일기가 아닌 '읽히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드러내야 한다. 진짜 나를.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과 '부족한 자신을 그대로 사랑해주지 못한다는 자책감'을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 종종 모순적인 두 마음이 부딪쳐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솔직한 글쓰기는 이런 갈등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 내 안에 숨은 특별함을 찾아주고,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글은 '신비주의'보다 '솔직주의'로 썼을 때 통하는 경우가 많다. 내 마음을 닫아놓고 상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길 기다리는 것보다, 마음을 전부 다 털어놓고 상대가 나를 공감해주길 바라는 쪽이 빠르다.

슬쩍 한마디 더 보태면 의외로 '나만의 흑역사'라 생각했던 일도 '우리들의 흑역사'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괜찮다는 말보다, 힘내라는 말보다 나와 비슷한 흑역사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게 백 배 천 배 더 위로된다.


4) 진짜 질문

당연한 관계, 다 안다고 믿는 관계, 언제든 내 편인 관계. 사실 '진짜 질문'이 필요한 건 이런 관계가 아닐까 싶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관계는 없다. 소중할수록, 사랑할수록, 더 많이 묻고 더 많이 대답해야 한다.

다 안다고 믿었던 사람에게도 모르는 모습이 더 많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글쎄다. 등잔 밑은 새롭다.


5) 상처를 보듬는 사람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은 지나간 기억 속에 있지만

내 상처를 보듬는 사람은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것.


6) 상처를 글로 치유하다

상처를 글로 옮기면 위로가 된다. 내가 나를 위로하고, 내가 남을 위로하고, 위로받은 남이 또 다른 타인을 위로한다. 삶을 지탱해주는 수많은 위로가 소리 없는 글에서 시작된다.


7) 내가 선택한 삶

삶은 '초이스(선택)'의 연속인 것 같지만 그 안을 채우는 건 수많은 '컨펌(확정)'과 '컨택(접촉)'이다. 더군다나 '좋아요'가 돈이 되고 인기가 되는 세상은 컨펌과 컨택, 즉 '타인의 인정'에 더욱 굶주리게 만든다. 나를 찾는 과정조차 누군가의 '좋아요'를 받아야만 힘이 되는 아이러니한 세상. 가끔 헷갈린다. 나는 내가 선택한 삶을 사는 걸까.


8) 짧은 글

짧은 글이 대세다.

긴 글이 맥락을 잃지 않고 독자의 눈을 끝까지 붙들어야 한다면, 짧은 글은 단숨에 읽히면서도 '뼈 때리는' 메시지로 여운을 남겨야 한다.


짧은 글은 금방 써질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오랜 시간 끓어야만 진한 사골국이 완성되는 것처럼, 짧은 글을 쓰는 이의 세계관이 압축되어야 한다. 따라서 긴 글을 쓸 때만큼 시간이 필요할 때가 많다.


9) 필명으로 글을 쓰는 이유

취미로 글쓰기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역시 '어떻게 하면 사람들 모르게 글을 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이나 나의 전작을 아는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줄 용기가 없었다.


일단 필명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0) 글을 쓰는 이유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는 것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고픈 감정이 있다는 것이다. 말은 내뱉으면 끝이지만 글을 수정할 수 있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공유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11) 이만하면 난 잘 살았어

나의 할머니는 그 순간에도 고왔다. 원래부터도 배려심이 깊었던 사람답게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썼다. 요양사가 식사를 내어주고 몸을 일으켜줄 때도, 의사가 진료를 올 때도, 옆 침대 할머니 손녀가 캐러멜을 줄 때도,

"고맙습니다."


하며 힘겹게 고개까지 숙였다. 요양원 사람들은 보기 드물게 예쁜 치매 환자라고 입을 모았다. 착하기만 해서 서러운 일이 많았던 이생이었건만, 이제는 아프다는 핑계로 화내고 원망할 수 있건만, 할머니는 조금도 삐뚤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이 답답했던 나는 '이제 싫은 사람은 싫어하셔도 된다'고 알려드렸다. 그러자,


"내가 마음을 곱게 써야 내 자식이랑 손주가 복 받지. 아가씨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이만하면 잘 살았어."


[책장을 덮으며]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이하루 작가님'


쉽사리 정의하기 어려웠던

내가 글 쓰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글쓰기 재료를 모으기 위해서.

상처를 글로 치유하기 위해서.

짧은 글을 좋아하는 이유.

필명으로 쓰는 이유를.


글을 쓰는

나의 이야기를 정리해 주고 있는 것만 같아

더욱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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