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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는 봤나? H.O.T (상)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져 ; 에쵸티 인물소개

by 대전사람

결혼 직후 아내와 함께 처가댁 책장을 정리하다가 H.O.T 관련 책자 두 권을 발견했다.

아내가 고교시절 애장하던 H.O.T 멤버들의 자서전과 방송국 PD 세명이 기고한 문화평론집이다.

책 제목은 "H.O.T 포에버(책만드는 집, 1999년 2월 출간)", "에쵸티 즐거운 반항(중앙M&B, 1999년 7월 출간)" 이다.

25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책 표지는 물론 내지도 햇볕에 바라지 않았다.

또한 습기로 인한 책 곰팡이도 생기지 않았다.

박물관에 전시해도 될 만큼 관리가 아주 잘 된 고전물이라고 할 수 있다.

25년만에 책장의 그늘을 벗어나 빛을 보게 된 이 두권의 책으로 말미암아 H.O.T 가 활약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 본다.


H.O.T 포에버 ; H.O.T 지서전 (1999년, 책만드는집)


에쵸티, 즐거운 반항(1999년, 중앙M&B)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세기말의 추억을 되새겨본다.

1996년 9월, SM기획(현 SM. Ent) 에서 H.O.T 라는 5인조 보이그룹을 만들어 세상 앞에 내 놓았다.

당시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세상은 H.O.T에 열광했다.

그러나 그것은 여학생들에게만 한정되었다.

남학생들은 감성적이고 여리여리한 H.O.T에 대한 반감으로 남성미가 넘치는 젝스키스에 열광했다.

이렇게 남학생 VS 여학생.

또는 에쵸티 여학생 VS 젝키 여학생.

그리고 H.O.T VS 젝스키스의 대결구도가 형성되었다.

내 기억속의 H.O.T는 데뷔부터 그룹이 해체되기까지 그저 그런 5인조 보이그룹이었을 뿐이었다.

군대에서는 주말 저녁 SBS인기가요, KBS뮤직뱅크, MBC음악캠프에 H.O.T가 나오면 채널이 돌아갔다.

라디오를 듣다가도 전사의 후예, 캔디, 행복, 위아더퓨처의 전주가 나오면 주파수가 변경되었다.

이렇듯 2001년 5월 그룹이 해체되기 전까지 H.O.T는 남자들에게 있어 공공의 적이었다.


22년의 세월이 흘러, H.O.T 멤버들도 40대에 접어들고, 그룹의 리더는 아이 둘 키우는 아빠가 되어 있다.

나머지 4명의 멤버들도 아재스러움이 물씬 묻어난다.

내 나이 마흔이 넘어가고 나서야 비로소 그들의 삶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다섯명의 멤버들은 각자의 청춘을 걸고 최선을 다해 살았을 것이다.

어린 시절 성숙하지 못한 인식으로 그들을 폄훼했음을 반성한다.


두 권의 H.O.T 도서를 읽어가며, 음악과 댄스에 청춘, 그리고 인생을 건 그들의 삶에 투영되어 본다.


1999년 2월, 책만드는집 출간

우와~~~!

빛이 된 다섯 전사?

사랑과 추억을 나눠주고 싶다는데?

세기말 당시에는 정말 유치찬란한 문구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꽤 감성적인 문구라고 느껴진다.

집에서 4, 6세 아이들과 함께 헬로카봇, 차징탑스피너, 캐치 티니핑 같은 만화를 많이 봐서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키우면서 정신연령이 퇴행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지금 나는 저녁마다 아이와 함께 "쓰리, 투, 원, 챠아징~ 슛!" 을 외치며 팽이를 돌리고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고교 시절에는 모든것이 불만이었고 유치해보였다.

그러던 중 내 안의 분노와 불만을 받아 줄 H.O.T 가 등장했다.

그리고 H.O.T는 나를 비롯한 남학생들에게 있어 공공의 적이 되어갔던 것이다.


H.O.T 자서전 중 멤버 소개 ; 문희준

구) H.O.T 의 리더, 현) 아이 둘 아빠

위트 가이 "문희준"


지금의 아재스러운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날렵한 모습이다.

헤어스타일이 예전에는 비호감이었는데, 지금 보니 꽤 세련된 모습니다.

날렵한 턱선을 따라 컷팅한 머리카락과 밝은 주황색 톤으로 염색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포스터 출처 ; 세계일보

군대에 있을 때 플래시 에니메이션인 "오인용" 이 공전의 히트를 쳤었다.

이 당시 문희준 님이 군 복무를 계속 미루는 것을 두고, 여론의 비판이 있었다.

그 때마침 오인용이란 플래시 에니메이션에서 그를 등장시켜 희화했었다.

그런 내용들이 대한민국에 국방의 의무를 하고 있는 남자들에게 공감을 주며, 대박이 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To. 문희준 님.

"미안해. 형! 나 어렸을 때 H.O.T 멤버중에서 형 욕을 제일 많이 한 것 같아."

"아이 둘 예쁘게 잘 키우고, 오래오래 건강해야 돼."

"이젠 형 혼자가 아니잖아. 힘내! 형~"


H.O.T 자서전 중 멤버 소개 ; 강타

구) H.O.T 메인보컬, 현) 싱어송라이터 및 프로듀서

쎅씨가이 강타


음악이 하고 싶어서 연예인이 되었다는 강타.

본명인 안칠현이 유교스러운 선비느낌이어서, 강타를 예명으로 사용한다.

연예계를 강력하게 타격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만든 이름이 '강타' 이다.

최초 SM기획에서는 문희준 님과 강타 님의 보컬실력을 내세워 남성듀오로 가고자 했다.

그러나 프로듀서인 이수만님의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댄스와 외모를 추가하여 H.O.T가 탄생했다.

당시 이수만 님이 10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수의 우선순위를 뭐로 생각하냐는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조사결과 인기 가수의 조건은 1순위 댄스, 2순위 외모, 3순위 노래였다.

그렇게 문희준 님과 강타 님으로 계획되었던 남성듀오가 다른 3명을 영입하며 5인조 보이그룹으로 탄생하게 된다.


강타 님의 희망대로 음악이 하고 싶어서 연예생활을 시작했었고, 지금도 싱어송라이터 및 프로듀서 등 다양한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의 꿈을 향해 꾸준하게 노력했다는 점은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되는 부분이다.

또한 강타 님의 사례를 들어, 아이에게 재능이 있다면 그것을 특화시켜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배움도 얻을 수 있었다.


강타 님이 작사,작곡한 "빛(Hope)" 은 지금 들어도 꽤 괜찮은 노래이다.

퇴근길에 가끔 라디오에서 "빛" 이 흘러나올 때면 흥얼거리기도 한다.

가사 내용도 아주 희망적이어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퇴근길에 들으면 힘이 나기도 한다.

"이제는 힘들어도 지쳐도 쓰러지지 말고 당신의 내일을 생각하며 일어나요~~~"

"그 어떤 것도 당신을 쓰러뜨릴 수 없어~~"

"빛" 을 작사, 작곡한 것이 고교시절이었다고 하던데, 노래뿐만 아니라 다른 음악적 재능이 있었던 것 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대전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 대전 출신의 아티스트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신승훈 님이다.

누군가 음악을 한다고 하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음악을 할거면, 신승훈 님처럼 해야지."

"노래만 부르면, 그건 연예인이잖아."

"현실적으로 작사, 작곡을 해서 저작권료를 받아야, 음악활동도 계속 할 수 있는 거잖아."

신승훈 님의 모교에서도 "예술은 신승훈 같은 사람이나 하는 것!" 이라는 말이 전해져 온다.

가수가 단지 노래만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나는 이미 세기말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신승훈 님의 뒤를 잇는 인재가 이미 세기말에 배출되었다는 것은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멤버 5명이 H.O.T라는 그룹의 일원으로 출발선은 동일했지만 가장 선두에 선 사람은 강타 님이 아닐까?


H.O.T 자서전 중 멤버 소개 ; 토니 안

구) H.O.T 얼굴마담 또는 귀공자, 현) 잘생긴 미운우리새끼

무드가이 토니 안


토니 님은 H.O.T 보다는 미운우리새끼로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미운우리새끼에서의 인기도 사실, 토니 님보다는 그 어머님의 역할이 더 크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H.O.T 활동 당시에는 남자가 보아도 상당한 미남형의 외모였다.

지금은 아재화가 많이 진행되었지만, 훈훈한 외모는 그대로인것 같다.


아내의 이메일 계정은 OOOO7867@네이트 닷 컴이다.

이메일 계정에 "7867" 이란 숫자가 포함되어 있다.

토니 님의 생일인 78년 6월 7일을 기념하고자 이메일 계정에 7867을 포함했다고 한다.

영문+H.O.T 멤버생일은 세기말 H.O.T 팬들이 이메일 계정을 만드는 법칙이었다고 한다.

아직도 그렇게 만들어진 이메일 계정을 20년이 넘도록 쓰는 애엄마들이 있지 않을까?

아내의 썰을 풀면 "캔디" 라는 곡이 있는데, 그 중에 토니 님이 담당하는 킬링파트가 있다고 한다.

"단지 널 사랑해. 그렇게 말했지~"

여기에서 "단지" 가 누구냐? 라며 토니 님이 당시 비밀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팬들이 많았다고 한다.

연애를 하는 상대방의 이름을 "단지"로 암호화 시켜서 부른다나 뭐라나.

도시괴담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단지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이다.

즉,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너만을 사랑해." 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말이다.


미국 LA에서 이수만 님에게 오디션을 봤던 토니 님의 일화가 감동적이다.

늦은 밤 주유소 앞 공터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댄스를 하던 중 배터리가 나가면서 음악이 멈추었다.

음악에 맞추어 댄스로 오디션을 보고 있는데 음악이 멈춘 것이다.

이때 토니 님은 어떻게 했을까?

가게문 안 닫은 동네 마켓을 찾아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건전지를 구해왔다고 한다.

그렇게 어렵게 구해 온 건전지를 워크맨에 넣고, 다시 음악에 맞추어 댄스 오디션을 마쳤다고 한다.

그러자 이수만 님이 "넌, 참 열심히 하는 아이구나!" 라면서 H.O.T 멤버로 영입한다.

토니 님의 뜨거운 열정이 이수만 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H.O.T 자서전 중 멤버 소개 ; 장우혁

구) H.O.T 터프가이, 현) 춤 잘추는 멋진 아재

와일드가이 장우혁


H.O.T 시절의 장우혁 님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젝스키스의 한 멤버와 댄스배틀을 했던 것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책을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장우혁 님은 춤신춤왕이다.

댄스로 영남지방 챔피언을 따낸 화력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러한 댄스머신 장우혁 님은 서울로 상경하여, 문희준 님의 진공관 댄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문희준 님에 이어 장우혁 님이 합세하며 H.O.T의 댄스 투톱체제가 갖춰지게 된다.


아내의 썰을 풀면, 세기말 H.O.T의 극성팬은 두 부류라고 한다.

부류1은 장우혁 님 팬, 부류2는 토니 님 팬.

토니 님을 따르는 집단 구성원의 성향은 대체로 부드러운 편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비폭력 주의라고 하자.

장우혁 님을 따르는 집단 구성원의 성향은 대체로 거친 편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폭력 우선주의라고 하자.

장우혁 님의 극성팬이 어떤 수준인고 하니...

배우 김소연님이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장우혁 님의 등에 업혔다가 극성팬들로부터 보복테러 당한 사례가 있었다.

김소연 님 집 벽에 악담쓰기, 노래부를 때 침묵하고 욕하기 등의 추태를 부렸다고 한다.

그 당시에 극성팬으로 활동했던 분들, 지금은 사회에 물의 일으키지 않고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떤 사회학자가 말하길 "청소년 시절에 그런 비이성적 행위를 통해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려고 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을 비방하고 공격함으로써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려고 할 것이다." 라고 했다.

세기말 팬심으로 위장하여 타인을 괴롭히던 부류가 진화하여, 현 시대에 각종 갑질을 일삼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


구) H.O.T 귀요미, 현) 동네 착한 아재

샤이가이 이재원


H.O.T 멤버 중 가장 기억에 남지 않는 인물이다.

가끔 랩을 하거나 장우혁 님과 합을 맞추어 댄스를 했던 것 같다.

세기말 당시, H.O.T 멤버 중 확실히 얼굴과 이름을 아는 사람은 세명이었다.

문희준 님 (욕을 제일 많이 해서...)

강타 님 (이름 외우기 쉬워서...)

토니 님 (미국 이름이라서...)

장우혁 님의 이름은 몰랐으나 댄스는 잘 한다고 생각했었고, 이재원 님도 이름은 모르고 랩 하는 멤버인 줄 알았다.


이재원 님은 프로듀서인 이수만 님이 "넌 첫인상이 참 좋구나" 하면서 H.O.T의 마지막 멤버로 영입했다고 한다.

Shy(샤이)의 사전적 의미가 수줍음(부끄러움)을 많이 타는..이라고 하니, H.O.T의 강한 이미지를 조금 누그러뜨릴수 있는 유연함을 추가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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