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이민 2개월 차, 당시의 나는 미국 '학위'는 없었지만, '학위를 하고자 하는 열정'은 있었다. 구직 당시, 말 그대로 서류 합격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모든 회사에 지원했고, 엑셀에 하나 하나 기록해서 서류 지원 칸을 채워갔다. 그 과정에서 미국에서의 경험도 경력도 없는 내가 그들의 눈에 어떻게 보였을지 깨달았다. 빠르게 집 앞 근처 전문대에 등록하고, 어렵사리 얻은 인터뷰 기회에서는 이미 학교에 등록금을 낸 상황을 강조했다. 그 결과, 이민 3개월 차에 풀타임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직무마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미국은 면접을 보기 전에 HR 매니저와 폰 스크리닝 인터뷰를 본다. HR에서 내 이력서에 관심이 있으면 보통은 이력서에 기입한 내 이메일 주소로 이 시간에 짧게 전화가 가능한지 묻는 인터뷰이다. 많은 경우, 나는 스크리닝 인터뷰에서 다음 단계로 가지 못했다. 물론 네이티브가 아닌 영어도 문제겠지만, 갓 미국으로 이민 온 당신이 어떻게 한 팀의 일원으로서 근무를 할 수 있겠냐는 의문 섞인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 것이 제일 컸다고 생각한다.
보통 스크리닝 콜 요청은 상기와 같이 간략하게 온다. 보통 전화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공통적으로 물어본다.
Why did you apply for this role?
Why would you like to leave your current role? (이직인 경우)
Could you introduce yourself?
How much are you expecting? / Benefits explanation
3번 질문에서 늘 태클이 들어왔다. '너가 한국인인거 알겠어. 근데 미국에서 아예 경험도 없고 경력도 없어서- 보통 우리 회사에 지원하는 인터네셔널들은 미국 학위나 인턴 경험이 있거든. 일단 너의 이력서를 관련 부서에 넘길게. 그런데 솔직히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서 좀 약한 것 같아' 라는 응답. 그래서 학교를 다니기로 했다. 시간도 촉박했고 돈도 충분치 않았기에, 당장 등록할 수 있는 커뮤니티 콜리지- 한국어로 굳이 바꾸면 지역 전문대- 에 개설된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 프로그램에 바로 등록했다.
그 다음부터는 스크리닝이 한결 쉬워졌다. '나는 학교에 다닐 것'임을 강조했고, '그만큼 미국 내의 나의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면접 기회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결국 풀타임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솔직히 직장을 다니며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일이 쉽지는 않고, 솔직히 풀타임 오퍼를 받은 후 등록을 취소할까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라는 생각에 파트타임 학생으로 등록하여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나는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받아본 적도, 유학을 한 적도 없다. 그래서 '잘 해보겠다는 열정'밖에는 내보일 것이 없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모든 직무가 요구하는 소양은 다르다. 하지만 다행히 내 직무는 전문대에서 수업을 제공하는 해당 자격증을 필수 요건으로 내세운 회사가 많았고, 따라서 다음에 내가 이직을 하게 된다면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학교를 비롯하여 내 직무에 추후 도움이 될 수 있는 인터넷 강의를 열심히 들으며 링크드인에 수료 이력을 추가하고 있다. 이왕 미국까지 이민 온 김에 최선을 다해 살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그 최선의 형태나 방향은 각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내 이민 생활을 추억할 때 '열정적으로 임했다'는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현재에 멈추지 않고, 오늘도 내일도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