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나라에서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기
재미없는 나라에서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기
나는 보통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07:00 - 16:00, 하루 9시간 일을 한다.
출퇴근 시간은 앞뒤로 ± 10-15 분 정도로 대부분 일정하다.
독일 노동법에 의해 6시간 근무 후에는 30분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으로 30분을 쓰는 편이고 나머지 30분을 초과근무로 일을 더 해둔다.
그리고 금요일엔 점심시간 없이 07:30 - 13:30 6시간 일을 하고 퇴근을 한다.
물론 길게 일하고 싶으면 정상 근무를 해도 상관은 없는데, 금요일은 13:30분부터 퇴근을 할 수 있다.
그 외 우리 회사는 오전에 10분 오후에 10분 휴식시간이 있고, 대부분 그때 동료들이 담배 피우러 가곤 한다.
회사 출근시간은 6시부터 9시 사이인데 내가 출근을 조금 이르게 하는 이유는 빨리 퇴근을 하고 싶어서 이다.
겨울을 좋아하긴 하지만 해가 짧아서 출퇴근 전후로 밝은 하늘을 볼 수 없는 건 별로라서, 겨울을 위해 (?)라는 마음으로 이른 출근과 이른 퇴근을 하는 편이다.
17시에 퇴근을 하면 조금 늦은 편이고 18시 퇴근은 야근인 느낌인데 출근이 이르기 때문에 실제로 그때쯤이면 보통의 근무시간을 초과하게 되는 건 맞다.
시골에서는 자차 출퇴근이 아니면 이동시간이 3-4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면허를 땄다. 마리오카트 게임을 너무 못해서 면허 딸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그런 식으로 운전하면 안 된다는 동료들의 격려(?)를 듣고 면허학원을 등록했었다.
자차를 몰고 다니는 시골 직장인은 퇴근을 하고 저녁시간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이동수단이 있는 것이다.
면허를 따기 전엔 퇴근하고 나서 고양이와 산책을 하는 것 외엔 딱히 활동적인 무언가를 하기가 어려웠는데, 운전이 가능해진 뒤부턴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했다.
독일에는 폭스혹슐레 -Volkshochschule (VHS)-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원과 비슷한 성격의 기관이 있는데, 어린이 수업이 있는 곳도 있고, 어른을 위한 수업은 좀 더 많은 편이다. 노인을 위한 수업들도 있는 편이라 딱히 한 연령대를 위한 곳은 아니고 그 지역 사람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보통 자기가 사는 곳에서 수업을 듣긴 하지만 인근지역의 VHS에 내가 원하는 수업이 있으면 등록해서 다녀도 무방하다.
보통의 학원보다는 약간 저렴한 편이고, 학생들은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나는 면허를 딴 뒤 겨울에 도예수업을 3년 정도 들었었고 -대학원 때 도예수업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또 듣고 싶었다- 간간히 요리수업을 듣기도 했다. 요리수업은 1회성 인 수업이 대부분인데 수강료와 재료비를 내고 수업을 듣고 같이 음식을 먹고 조금 싸 오는 구성이었다. 동료들 생일 선물로 요리수업을 들을 수 있는 수강료와 재료비 상품권을 주고, 같이 수업을 들었던 적도 있다.
어학수업도 있기 때문에 -주로 저녁수업- 관심이 있는 언어를 배울 수 있는데 시골러의 안 좋은 점은 수강생이 다 모이지 않아 수업이 열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본어는 대학원 3년 다니는 내내 VHS에서 잘 배웠는데, 직장에서 일본어 쓸 일이 없어서 이어서 배우지 않게 되었다. 2년 넘게 수업이 열리길 기다렸던 중국어는 결국 수업이 계속 폐강되었는데 선생님과 연락이 닿아 2:1 개인과외처럼 배우고 있다.
독일어로 다른언어를 배우면 독일어도 같이 배우게 되서 좋다. 스트레스 없이 두가지 언어를 습득하게 되는 시간이랄까.
독일은 생각보다 저녁을 조금 일찍 먹는 편인데, 나는 이제 거기에 습관이 맞춰져서 늦어도 18시에는 저녁을 먹으려고 한다.
모든 독일음식이 너무너무 맛이 없어서 죽을 것 같다 는 아니지만, 입맛에 맞는 독일요리는 매일 먹을 수는 없는 그런 요리들이라서 독일요리는 회사에서 먹는 점심이나 가끔 사람들 만나서 먹는 걸로 만족하기로 하고, 하루 한 끼는 최선을 다해 먹자 라는 내 다짐을 지키기 위해 저녁을 해 먹는 편이다.
퇴근하고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간단히 저녁을 요리해 먹을 시간은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 사이에 매일매일 요리를 하기 귀찮으니 이틀 치를 미리 해 두거나, 재료손질을 미리 해 둬서 금방 할 수 있는 요리를 주로 하는 편이다. 재료손질은 대부분 음쓰 수거일 하루 전 날 밀프랩 하는 것처럼 재료손질만 해 두는 편이고, 재택 하기 전날은 꼭 요리를 해 두는 편이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맛있는 거 먹고 행복하게 살자
나는 월세를 내는 만큼 집에 있자 라는 생각을 가진 편이라, 집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 들을 해봤고 하는 편이고 할 예정이다. 바느질하는 걸 좋아해서 바느질로 무언가를 만들기도 하고, 구슬을 꿰서 팔찌, 반지를 만들기도 하고 -비록 테무에서 산 스마일이 이틀 만에 하얗게 색이 벗겨지기 시작했지만- 프랑스 자수를 놓기도 했다. 코바늘을 배우느라 기초 코바늘뜨개질을 배우고 있는 -1년 전 겨울- 중이고, 펠트를 사서 바늘로 엄청나게 찔러서 고양이와 토끼를 만들기도 했다.
제빵은 시작하면 감당이 안될 것 같아서 먹고 싶은 몇몇 가지만 빵을 굽기도 하고, 잼을 만든다던가 요리를 하기도 한다. 김치는 3,4 킬로씩 자주자주 담그는 편이고 명이가 흔한 곳에 살아서 명이철에는 명이 김치나 장아찌를 담그고, 명이를 데쳐서 냉동해서 식재료 갈무리를 해 두는 편이다.
퇴근하고 내가 하는 것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건 고양이와 시간 보내기이고 고양이 쓰다듬기, 고양이 뒤치다꺼리하기, 고양이 예뻐하기, 고양이랑 산책하기 등등 이 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보면 기겁할 산책냥이인데, 고양이가 외출을 원했고, 의사와 충분히 상담을 한 뒤 하고 있는 일이며 이미 10년째 무탈하게 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외노자의 삶은 약간 심심하고, 약간 바쁘고, 조금 부드럽고, 조금 생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