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나는 이미 학사와 석사 학위가 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미국의 커뮤니티 콜리지를 쉽게 생각한 경향도 있었다. '내가 석사까지 한 사람인데, 준학사는 누워서 떡 먹기겠지!'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나는 교수가 올린 방대한 양의 자료를 시간을 쪼개가며 읽어야 했고, 미국의 수업 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해 애를 먹어야 했다. 다양한 나이의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내가 느낀 점은, '내가 정말 오만했구나!'
내가 다니는 커뮤니티 콜리지는 지역의 주립대와 편입 결연이 비교적 잘 되어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나이를 별로 신경쓰지 않는 미국의 특성상 나이대도 다양하고, 학구열도 대부분 엄청나다. 절대평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점수가 보장되어 있기 않기 때문에, 다들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고 질문도 많이 한다. 문제라면- 나는 이러한 커뮤니티 콜리지의 특성을 알지 못하고, 회사와 알바를 병행하며 감히 최소 6학점, 최대 9학점씩 듣고 있다는 것이다.
저녁 수업인 관계로 모두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다. 카메라는 반드시 켜야 하고, 교수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우리 교수들은 한 명 한 명 짚어가며 수업에 관련된 질문을 (갑자기) 던진다. 수업이 끝나기 직전 오늘은 무엇을 배웠는지 랜덤으로 물어보기도 하고, 내가 집중을 하는 것 같지 않으면 이름을 호명하며 '괜찮냐'고 친절한 안부를(?) 묻기도 한다.
입학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영주권과 in-state 학비를 위한 세금 자료 및 거주지 증명용 집문서(!) 를 메일로 스캔해서 보내는 것이 첫 걸음이었다. 얼마 지나고 난 후, (나는 커뮤니티 콜리지 중에서도 certificate 코스였기에) 최소 학사 학위를 증명하라는 요청이 온다. 이 성적 증명을 내가 직접 할 수 없고, 제3자 성적인증 기관을 통해 인증해야 한다. 나는 WES라는 업체를 사용하였는데, 이들의 일처리 속도는 느렸고, 금액은 상당했다.
성적 증명이 되면 영어 시험을 본다. 일단 영어권에서 7년 이상 공부를 했는지 여부로 시험 종류가 달라지고, 그 시험의 종류 내에서 점수에 따라 English 101만 들을지, 혹은 다른 추가 ESL을 들어야 하는지 결정된다. 나는 다행히 English 101만 들으면 ESL을 수료할 수 있었지만, 과제의 양과 수업의 속도는 원어민 학생들도 버거워할 정도였기에, 비원어민인 나는 모든 자료를 프린터로 뽑아서 (나무야 미안해) 줄을 치며 읽고 수업에 참여했다. 난 영어권 국가에서 전공을 수료한 경험이 있었기에, 전공보다는 쉽겠지 하며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이것은 또 다른 산이었다. 하여튼 English 101을 C이상의 점수로 수료해야 비로소 다른 과목을 들을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생긴다 - 대부분의 과목을 수강신청하기 위해서는 English 101이 선제 조건이다.
이렇게 English 101의 산을 넘으면 정규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정규수업은 더욱 힘들고, 과제의 양도 많다. 심지어 조별 과제를 만나서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저녁 온라인 수업의 경우 주말에 따로 만나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나는 토요일마다 주말 아르바이트 하기 전 학교 도서관에서 모여서 - 학교 도서관에 자료가 있으므로 - 모두의 피곤한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개인 과제는 물론이고, 조별 과제까지 수행하다 보면, '커뮤니티 콜리지가 결코 쉬운 것이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통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중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지금의 힘듬이 나중의 결실의 토대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출근길 기차에서 과제를 하면서도, 주말을 반납하며 과제를 제출하면서도- 이것은 언젠가 나의 직무에 도움이 될 것이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출발점임을 믿는다. 물론 풀타임을 병행하며 MBA나 JD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나는 내 직무에 만족하고 Bar 시험을 보고자 하는 계획도 없으므로 커뮤니티 콜리지에 만족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보기에는 '왜 준학사 정도로 찡찡대지'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사람의 역량과 체력(강조)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혹시 나와 비슷한 상황을 거쳐가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나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모두,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