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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ZURE POET May 07. 2021

송영길 민주당 대표께

- 국민이라는 말 함부로 쓰지 말기

송영길 민주당 대표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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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당대표 당선 연설과 인터뷰를 보니 매우 거슬리고 '고민의 영혼'이 없는 두 가지 말이 있어 감히 한 밀씀 올립니다.


그 두 가지부터  말하자면 '국민'이라는 말과 '정권 제창출'이라는 말의 사용입니다.


국민이라는 말은 오염된지 너무 오래 되었습니다. 너무 많이 더렵혀지고 악취가 심해 백두산 천지 물을 다 퍼서 씻어도 깨끗이 빨아지지 않을 지경입니다.


이 누구도 오직 국민을 위하여

박 누구도 오직 국민을 위하여

황 누구도 오직 국민를 위하여

윤 누구도 오직 국민을 위하여

...


 이 부류 또는 종류의 정치인, 언론인, 검찰총장, 교수, 관료, 경제인, 종교인, 그리고 신종시민단체 등이 사용하는 '국민'의 뜻은 보통사람이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새로운 의미입니다. 그들에게


국민의 뜻은 =  자기, 자기 가족,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부모 형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일가친척,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학연 지연 혈연, 자기 지지자, 자기 당원, 자기에게 투표하는 유권자 등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타자와 공동체 부류만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자기들만의 국민'을 위한 세상만을 나라라고 말하고 국가라고 부릅니다.


그리고나서 그들은 입만 열면 '국민만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친다,  국민만 보고 나아간다' 하고 지껄입니다. '자기들만의 국민'의 이익에 털끝 만큼이라도 손해가 가면 '이 것도 나라냐?', '나라가 망하고 있다', 하고 나발 붑니다.


어떻게 보면, 실제로 사람들은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이러한 판단은 사실 부정확한  것이고 또 다른 고정관념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정신적으로 우리와 같은 세계 사람이 아닙니다. 의식 차원이 전혀 다른, 삶의 의미와 지향이 전혀 다른 딴나라 사람들임이 분명합니다.


 그들은 사전에 풀이 된 뜻과도 전혀 다른 국민'이라는 의미 또는 정체를 머리속에 의식의 운영체제, 또는 사유의 환경설정으로 장착하고 영악한 지적 휴면웨어를 작동시켜 그들의 목적과 이익을 위한 언어를 생산하여 맹렬하게 활동합니다.


이제 국민이라는 말은 더러워서 더 이상 쓸 수도 없게 만신창이가 되버린 '불쌍한 우리말'입니다.


지도자이자 선각자인 김대중 선생께서는 일찍이 이런 아사리판  입쓰레기들이 저지르는 모국어에 대한 오염 행위를 원초적으로 차단하셨습니다.

 

저류 정치인들이  자의적으로 자기 입맞과 이익, 유리한 목적에  '국민'이란 고귀한 우리 한글을 끌어다 씀으로써 애먼 국민 들의 정신만 혼탁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그 분은 구체적으로 '중산층과 서민'이란 용어를 썼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당,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마찬가지이셨습니다

다산이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에게  '애민'해야 한다 하셨을 때 누구나 다 '민'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목민심서 애민(愛民) 6조에서 '민'은 모두 6가지에 해당하는 사람들인데, 1)노인, 2)어린이, 3)홀아비ㆍ과부ㆍ고아ㆍ늙어 자식 없는 빈궁한 사람, 4)슬픈 애사를 당한 사람, 5)장애자와 중병환자, 6)재난을 당한 사람, 이렇게인 것입니다.


제1조 양로(養老)

제2조 자유(慈幼)

제3조 진궁(振窮)

제4조 애상(哀喪)

제5조 관질(寬疾)

제6조 구재(救災)


이제 오염되고 더러워져 우둥이 잡둥이 정치인이라면 모두 지껄이는 "국민을 위한다"는 말은 하지 말고 좀 구체적으로 - 세대별, 경제력별, 사회계층별, 성별, 지역별, 다양한 마이노러티 등 - 세밀화해서 표현하고 구체적으로 각각의 사회적 그룹에 어떻게 구체적인 이익을 줄 것인지 제시해야 합니다.


적어도 민주당 대표라면은 이렇게 해야 늘 국민의 의식을 건전하지 않는 혼돈한 상태로 오염시켜 가치판단력을 흐리게 해놓고 자기와 자기진영의 이익을 챙기고 지키는 도적 무리들의 현란하고 능숙능란한 농단으로부터 진정 '국민'을 보호하고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의 눈에 그게 보이고 정성을 다하고 노력하고 공들이면 당연히 국민은 지지하고 "촛불정권처럼 국민이 정권을 재창출해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당선 연설과 인터뷰에서 제1성으로 '첫째 목표는 정권제창출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떡 줄 사람한테 묻지도 않고 김치국부터 마시는 격인 천박한 정치적 언술과 욕심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공부했고, 영리하고, 영악하고, 세밀해졌습니다. 정책 하나 하나에 공들이지 않고 두리뭉슬하게 만들어 양치기 소년처럼 내놓는다면, 누구 좋으라고 내놓은 정책인지도 헷갈리는 상품을 선거시장에 내놓는 다면 예민한 유권자는 네버 맛보기도 안 할 것입니다.


분명히 당이, 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았는데 그 정책이 가진자를 위한 정책으로 둔갑해 극성스럽게 작동해버려 정책의 본래 목적과 목표는 효과를 못보고 대의와 명분도 잃고 실리도 주지 못하게 되어 이쪽 저쪽의 반발과 비난의 화살을 맞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사람은 이익에 민감하고 이익을 위하여 갖고 있는 능력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본성인데, 결국 돈, 지식, 정보, 인적 자원을 더 갖고 있는 층이 더 재빨리 새 정책을 분석하고 적응하여 오히려 활용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상대는 항상 진화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정책으로 보호하거나 배려할 대상을 선정하면  그 타겟의 범위를 분명히 하고 핀셋 정밀함으로 퍼팩트하게 다듬어 제시해야 해야 합니다.


더불어 이럴 땐 당연히 완강히 반대할 다른쪽 이해 당사자들, 이제는 그들을 과도하게 적대시해 몰아붙이려 하지 말고 그들을 설득하고 동의 얻기, 배려하기, 그들에게도 이익을 주는 정책 개발하기를 다해야 합니다.


그들에게도 명분을 주고 대의를 함께 따라갈 수 있도록 가치 있는 당근과 매력적인 째찍을 반드시 함께 마련해야 갈등과 저항이 순한 개혁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어서 빨리 '국민'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본래의 뜻을 되찾기를 소망합니다. 다시 한 번 당선을 축하드리고, 좋은 정치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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