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 면접까지
9급공무원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이 직종으로 들어오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60세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적은 돈이지만 연금이 나온다는 것 때문이다. 연금도 줄어드는 시대고 10년차 7급까지는 박봉으로 사고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잘 못 누리면서 근근히 산다. 그래서 안정성 하나 믿고 들어오지는 말고 적성을 고려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이 글을 보러 들어온 수험생은 “당장 들어갈 데가 없는데 공무원 시험이라도 붙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일 지도 모른다. 나도 중소기업에 가기보다 안정적인 공무원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간절함이 찾아왔다면 일단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어차피 시험을 한 번 붙어본 경험이 추후에 사회생활을 대할 때 자신감과 진지함을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공무원 적성을 고려하는 데 가장 바로미터가 되는 과목은 행정법이다. 행정법에 있는 모든 지식들이 바로 우리가 현장에서 사용하는 것들은 아니다. 구청 사업부서에서 일을 해보진 않았기에 주민센터에 관해서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통합민원대에서는 인감, 전입신고, 확정일자, 대형폐기물 처리 같은 것들을 전산으로 처리한다. 신청서를 빠짐 없이 받아 철을 해놓고 그것을 전산에 기입해 두는 것이 업무의 주라고 볼 수 있다.이 과정에서 주로 하는 일은 신청서 작성을 할 줄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칸을 잘 채우시도록 설명하는 것, 그리고 틀리지 않고 숫자 등을 시스템에 기입하는 것 등이다. 철도 잘 해놓아야 나중에 감사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 단순하게 업무를 설명하자면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 행정법이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는, 민원인들이 가져온 각종 서류를 판단하고 서류를 떼 주는 데 행정법의 내용이 가장 업무 성격에 맞기 때문이다. 신고 기간이라던지, 관할 기관에 대해서 파악한다든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행정 자체에 대한 관심이 없이 법만 머리에 넣고 외워서 시험만 잘 보겠다고 생각한다면 입사해서 조금 힘들 수도 있다. 영어, 국어 등은 기본적인 감이 중요한 시험이라 어느 정도 베이스가 있는 것이 시험을 붙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베이스가 전혀 없더라도 열심히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응원한다. 습관이 만들어지면 혹여 공무원이 못 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적응하고 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어는 이선재 선생님이 초보도 이해할 수 있게 워낙 강의를 잘 해주는 것 같고, 행정법은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보면서 개념은 책을 여러 번 회독하는 것이 내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나는 잘 하지 못해서 85점을 받았지만 재밌어서 좋아서 한다면 더 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어는 단어를 열심히 외우고 리딩 실력이 있어야 하고, 기타 과목들은 꼼꼼히 암기하고 기출문제를 통해 경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시험 준비를 할 때 기출 문제를 외워버리듯이 풀지 말고, 나는 조금 아껴가면서 풀었다. 어느 정도 개념 공부가 되었다고 느낄 때 실제 시험을 보듯이 기출문제로 모의고사를 봤고 한 과목당 시험 문제를 한 달에 한 번 또는 일 주에 한 번 정도로 풀어보면서 내게 필요한 만큼의 모의고사를 치렀다. 기출문제가 귀하니 그것으로 반복 연습을 해본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오답은 수능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따로 여러 번 모아서 체크하며 암기했다. 그렇게 기출 문제를 최신 5개년을 국가, 지방, 사복, 서울시로 총 20개 정도를 모든 과목을 반복해서 돌리며 공부했다. 이것만 해도 모의고사가 100번 정도 된다. 곱하기 4번 정도 하면 400번 정도 모의고사를 풀었네. 징하다(?)
면접은 시험 점수가 안정적인지 잘 모르겠어서 엄청 열심히 했다. 스티마와 피티윤 중에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나는 면접 준비는 온라인으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음성메모 틀어놓고 교재도 잘 나와있으니 강의 들으면서 혼자 연습해보면 된다. 이건 내 방식이고, 진짜 모르겠고 자신 없으면 돈 조금 받고 개인과외 해드릴 수 있으니 연락주세요. (급홍보) 멋진 정책제안도 여러 개 준비해서 도움이 많이 됐다.
면접장에 들어갈 때에는 바지도 너무 붙는 거 입지 말고 메이크업 받느라 5~10만원씩 쓰지 말고 그냥 최대한 정성껏 화장하고 수수한 모습으로 가도 된다. (혼자 하는 화장은 난 어떻게 해도 수수해보이는 것 같다.) 아이라인 빡세게 그리지 말자... 생각보다 보수적인 사람들 참 많다. 공무원 업계 뿐만 아니라 사람 바이 사람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이 있으니까 가장 보수적인 기준에 맞춰주는 것이 면접에서는 안전한 것 같다. 뭐 어떤 선생님은 개량한복이 얼마나 예쁘냐고 입고가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론 코웃음을 쳤다. 왜 면접 시험장에서 그런 걸로 잘 보이려고 하는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공무원 면접은 상식과 암기로 보는 것이다.
모쪼록 공순이 공돌이들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