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공무원의 일터일기-7.의원면직

퇴사를 결심하다

by 필그림

퇴사를 결심했다. 최근 하락하고 있다는 9급 공무원의인기에 편승한 것은 아니다. 공무원으로서 일하면서 무엇이 사명감과 보람을 약화시키는 지에 대해서 말해보려 한다.


처음 공무원에 들어올 때는 대민업무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 내 사명이라 생각했고 그를 통해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게 내 사명이라고 생각했기에 아프고 다친 마음에도 불구하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일을 했다. 그러기를 3개월차가 되었을 때. 이상적으로 일을 대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보면 그 이상대로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과도하게 질책하게 되고, 하나님의 사랑도 잘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죄인이었고, 내가 만나는 민원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대민 업무의 스트레스는 꽤 컸다. 자기가 잘못해 놓고도 우기고 불친절 민원이라는 것을 넣는 사람들. 최선을 다해 도와주어도 자기 마음에 안 든다며 또 불친절 민원을 넣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노력한 것의 대가가 이것이라면 정말 일할 맛이 안 난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돈이든 시간이든 보상이 충분해야 버틸 힘이 나는데, 9급 공무원의 실수령액으로는 하루 두 끼 밥을 사먹을 수가 없다. (저축을 하려면 말이다) 물론 대부분을 쓰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미래를 조금씩 준비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9급 공무원의 월급은 적어도 너무나 적다. 원하는 것을 즐겁게 사먹고 쓰기 어려운 정도다. 보상이 별로 없으니 대민 업무의 스트레스가 감축되지 않았다. 5만원이 안 되는 밥을 가족에게 사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느껴졌으니 돈 쓰는 데서의 스트레스가 어떠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민 업무의 대부분은 했던 말 다시 하기, 지문 스캐너나 서명 패드를 못 찾는 사람들에게 여기 있다고 가르쳐주는 업무 등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말귀를 잘 못 알아듣거나, 자기 생각대로 우기거나, 자기가 하기 귀찮은 거 공무원에게 시키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런 것들을 대면하는 일을 ‘봉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은 아무리 일을 하는 장소라도 존중을 받고 살아야 하지 않은가.. 기본적인 존중도 못 받고 업무를 하는 그곳에서 떠날 수 있음이 나에게는 다행이었다.


공무원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없는 이유는 충분한 금전적 보상의 부족과 공무원에 대한 적대적이거나 낡은 시각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친절하게 해줘도 “너같은 게 공무원을 하냐”며 자기 하고싶은 말 다 하고 스트레스 풀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네이버 댓글에 공무원 기사만 뜨면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현실에서 마주한 기분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공무원을 정말 오래 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결국 적성인 것 같다. 사회복지면 사회복지, 일반행정이면 일반 행정. 대민을 한다는 공통점 외에도 각자 업무에 관해 편람을 보며 일하고, 새로운 법령을 끊임 없이 익혀야 하는 업무 특성상 업무 자체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배움에 대해서 그래도 재밌다고 느낄 정도라면 일을 해도 되고 퇴사율도 낮아질 것 같다. 공무원 수험생이라면 행정법이 자신에게 재밌게 느껴지는지를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행정법이 그렇게 재밌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잘 하니까 그냥 한다, 는 수준이었고 시험 점수도 85점 정도로 보통이었다. 행정법이 특히 재밌다면 공무원을 하기에 적합할 것 같다. 정말 보상이 없기 때문에 그냥 그거라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옆에서 잘 근무하는 주임님들을 보면 적성에 그래도 잘 맞아하고 열의가 있어하는 점이 나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나는 이제 전혀 해보지 못한 새로운 분야로 간다. 많은 일터 경험을 통해 또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직업 세계에서 헤엄치며 길을 찾아가는 일이 눈물겹지만 의미있는 것 같다. 퇴직, 또 하나의 고난의 시작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난을 피하고자 선택한 대안은 아니기에 내 인생에 해가 되는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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