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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그림 Dec 03. 2022

공무원 퇴사 - 약간의 트라우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덴, 조금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악질 민원인들과, 민원 보던 것에서의 스트레스다.


1. 생각보다 사람들은 공무원에게 불만이 많다.

기대가 많아서일 수도 있고, 기대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기대가 많은 사람들은 과도한 친절을 요구하며 공무원이라면 마치 신처럼 자기 마음을 알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자신이 모른다고 말하지 않아도 처음부터 꼼꼼히 설명해주지 않느냐, 하는 식이다.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을 때는 모르니 도와달라는 말 한 마디를 하지 않고 역정부터 내며 자신이 수치를 당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은 “영문도 모르고” 죄인이 되어 있기 십상이다. 공무원도 특히 신규라면, 어디부터 설명해야할지 감이 안 잡힐 수 있으니 모르면 모른다고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거기서부터 나서서 도와줄 수가 있는 것이다. 괜히 국민 신문고까지 때리며 사람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어 하는 말이다..


공무원에게 기대가 없어 하는 민원인은 은근히 신경을 긁는 경우다. 솔직히 민원인이 자기 앞에 있는 브로셔나 전임자가 걸어 놓은 팜플렛을 보면서 물어보면 순간적으로 뭘 물어보는지 모를 수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한 번에 대답을 못 하면 “그것도 담당이 모르냐”는 식으로 구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에게 설명하다보면 굉장히 뭔가를 “아는척”하고 싶어하는 걸 느낄 수 있는데, 괜히 “깨어 있는 시민”인 티를 내고 싶은 사람에 해당한다. 자기가 높아지기 위해 다른 사람을 면박 주는 경우다.


게다가 수급자들은 왜 그렇게 자기 말만 늘어놓고 사람을 귀찮게 하는지, 다는 아니지만 옆의 사복직 직원들을 붙잡고 하소연을 그렇게 한다. 하소연만 하면 다인게 아니라 욕도 하고 나간다. 욕 하는 소리를 안 들은 날이 거의 없을 정도다. 사회복지직 들의 유튜브를 보면 에둘러서 업무를 설명하고 매일 욕한다, 같은 소리는 절대 안 한다. 나는 그런 유튜브들을 들으며 답답함을 느낀다. 매일 모르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야 하는 고통에 대해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면 누가 제대로 알고 사복직에 지원할 수 있겠는가. (옆에서 그 욕을 듣고 있는 나 같은 행정직의 멘탈도 털리게 마련이다..)


2. 공무원끼리 얘기할 땐 좀 자기한테 얘기하는 게 아닌 줄 알자. 한 마디로, 국민이 더 높다고 생각하며 서비스를 요구하지 말자는 말이다.


공무원끼리 일하면서 얘기할 때가 있다. 힘들다고 얘기하면서 서로 위로라도 하면서 그렇게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들으면서 자기 일이 귀찮다고 하는 걸로 생각하고 민원을 넣는 사람도 봤다. 인간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똑같은 일을 과도하게 했을 때 공무원도 힘들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동료와의 어떤 대화도 없이 그 때마다 웃으면서, “반가워하면서” 업무를 처리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과한 감정 노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공무원도 사람이다. 오히려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하며 다가가보는 것은 어떨까. 정말 하는 사람도 적고 일하면서, 들었을 때 많이 기억에 남는 말이다.


공무원이 국민의 종이다, 종이다 하니까 진짜로 국민이 인간 대 인간으로 더 높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공무원을 하대하는 문화가 없어져야 하고 현장에서도 느끼는 바가 많지만, 개선되는 데에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정말로 많은 폭력과 비겁함에 노출되어 있다.


3. 신청서 작성은 너무 어려워

각종 신청서들을 작성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기본적인 교육도 잘 못 받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 일을 해서 그런진 몰라도, 하나하나 사소하게 “폐기물명이라고 쓰인 칸 옆에 빈 칸 있죠? 거기에 버릴 거 쓰세요”라고까지 얘기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고 그나마도 못 쓰는 사람도 있었다. 신청서를 잘 못 쓰는 것을 메워주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나는 일행직이지,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에게 교육해주는 공무원이 아니지 않은가. 적성에 정말 안 맞는 일이었다. 공무원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가 불특정 다수에게 꽤 낮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 알려주는 일을 좋아하는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 일이 어렵지 않고 보람 있게 느껴진다면 공무원이 적성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4. 그럼에도 특이하게 응원해주는 시민도 있어


그만두기 전 어떤 아주머니가, 여기 딱 봐도 너무 힘들다며 이직한다니 박수를 쳐주셨다. 정말 기억에 남는 아주머니다. 수고하십니다라는 말 한마디,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떠났던 수많은 시민들이 공무원 생활을 그나마 5개월 이상 하게 도와주었던 숨은 공신이었다. 공무를 보러 갈 때에도, 마트에 가서 계산 교육을 아이들에게 시키듯이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고하신다”며 인사하기, 말 끊는다고 불만 갖지 말고 잘 모를 때는 공무원이 하는 말 잘 듣기. 기본적인 것만 잘 지켜도 된다. 이런 것이 지켜지려면 결국 국가와 공무원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서로 믿어주는 사회, 정중한 사회가 되어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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