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7

소설 연재

by 바달



한 주 뒤, 설이는 누런 천장을 바라보며 입원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창문이 잘 보이지 않는 자리였다. 하루 종일 온몸을 찔러대는 바늘을 견디며 쌓였던 긴장이 한순간에 풀린 탓에 기진맥진해 있었다.


근전도 검사, 폐 기능 검사, 유전자 검사, 혈액 검사, MRI 촬영, X-ray 촬영, CT 촬영, 인지 기능 검사, 요추천자…


옅은 빛을 내는 병원 천장 등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어지러웠다. 설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반대편 환자를 돌보고 있던 간병인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어왔다.

“젊은 사람이 무슨 일로 여길 왔대? 학생인가? 직장인?”

“대학생이요.”

“아이고, 대학생이구나. 전공은 뭣을 했는디?”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건너편 환자의 시선이 느껴졌다. 몸에 관을 여럿 꽂고 있는 짧은 머리의 중년 여성이었다. 미동도 없이 눈알만을 움직이는 얼굴이 보고 있기 힘들었다. 얼굴 근육도 거의 쓸 수 없게 된 듯해 보였다. 설이를 지그시 바라보는 눈빛과 달리 그녀의 표정은 텅 비어 있었다.

“대학생이래니까 그냥 이쁜가 보네. 이 언니 딸이 지금 중학생인디, 딸내미 대학 가는 거 보는 것이 소원이라데.”

간병인 아줌마가 포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환자는 말없이 두 눈을 깜빡였다.

두 사람의 관심이 불편했던 설이는 침대에 도로 누워 버렸다. 살아있는 게 소원이라는 말이 거슬렸다. 자식이 뭐길래 저 몸으로 몇 년을 더 살고 싶다고 말했을까.

설이는 몸을 돌려 모로 누웠다. 딱딱한 베개에 한쪽 귀가 눌렸다. 병실을 채운 소음이 절반만큼만 들렸다. 그녀의 눈에서 빛나는 삶의 의지가 설이에게는 없었다. 설이는 참을 수 없는 피부의 건조함을 느꼈다.


퇴원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넋을 잃은 듯이 노트북을 열었다. 한 달 넘게 켜지 않았던 노트북은 까맣게 방전되어 있었다. 병원에서 보았던 여자의 모습이 자신의 미래라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전원이 들어오고도 한참 뒤에야 인터넷 검색창을 열었다.


‘루게릭병’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병에 걸렸던 야구 선수의 이름을 따서 루게릭병이라고 불림.

온몸의 근육이 천천히 마비되고 위축되는 만성 퇴행성 질환.

감각신경과 인지 기능은 정상, 운동신경 세포만 파괴되는 질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음.


‘루게릭병 증상’


근육이 줄어들고 사지의 근력이 약화됨.

사레가 자주 들리고 말이 어눌해짐.

근육의 잔떨림이 발생함.


‘루게릭병 치료’


완치 방법 없음.

여러 약물이 개발 중이지만 효과가 입증된 약제는 아직 없음.

환자는 와상 생활을 하다가 수년 내에 사망.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