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1

소설 연재

by 바달


거긴 호수야.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본다. 눈앞이 뿌옇다.


네가 서 있는 곳 말이야.


목소리가 또다시 말한다. 낯선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다정하다. 목소리를 향해 한 발을 내디딘다. 단단한 얼음 위로 하얀 눈송이가 사뿐히 덮여 있다.

얼어붙은 호수. 새하얀 눈이 발걸음마다 뽀드득거린다. 발밑이 미끄럽지는 않다. 몇 발자국을 더 걸어본다.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사람의 형체가 보인다. 가벼운 눈송이가 공중에 나른하게 흩날린다. 숨을 내쉴 때마다 뿌연 입김이 눈앞을 가린다.


이리 와서 앉아.


실눈을 뜨고 안개 너머를 바라본다. 너는 허리 높이의 커다란 나무판자 위에 앉아 있다. 네 옆으로 걸어가 나무판자 위에 올라앉는다. 고요하고 편안한 적막이다.

너는 두 팔을 뒤로 기대고 앉아 공중에 떠 있는 두 다리를 장난스레 앞뒤로 흔든다. 너의 발아래로 얼어붙은 호수가 보인다. 호수 위로 내려앉는 눈송이. 흰 소리가 가볍게 쌓인다. 공기가 차고 아늑하다.


저기…


내가 말을 걸자 먼 곳을 향하던 너의 시선이 살며시 나에게로 다가온다. 말문이 막힌다. 새까만 머릿결 사이로 드러난 두 눈. 나는 너의 표정을 읽어본다. 긴 눈매에 검고 따뜻한 눈동자가 담겨 있다. 너의 입에서는 입김이 나오지 않는다.

도톰한 아랫입술. 네가 싱긋하는 순간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너의 눈을 마주 볼 수가 없다. 목덜미로 시선을 옮긴다. 검은 셔츠는 윗단추가 풀려 있다. 검은 옷깃 사이로 드러난 너의 하얀 속살을 본다. 전율에 가까운 황홀감이 나를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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