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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작 Feb 01. 2017

당신의 여행 스타일은 어떤가요?

너무 다른 두 사람의 여행 방식.


연애만 6년. 사실 연애를 하면서 자주 싸우지 않았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나름 함께 여행을 다녔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난 매번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고,

혼자 다니는 여자 친구 덕분에 그도 혼자 여행을 즐기게 됐다.


그렇게 우리는 일주일도 아닌 한 달이라는 긴 신혼여행을 선택하게 되었고,

풍족하지 않은 예산을 가지고 긴 여행을 시작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시작부터 서로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달랐던 것 같다.

꼼꼼하고 세심한 남편은 한 푼이라도 아껴서 한 달을 보내자였고,

털털하고 노는 것 좋아하는 나는 일단 지르고 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으니...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누구와 여행 가든 어딜 가든 웬만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하자가 내 원칙이다.

여행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들 쯤이야. 그때 아니면 겪어보지 못하는 또 다른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추억이 되었지만, 정말 함께 여행 온 것을 후회할만한 사건이 있었다.

우리의 긴 여정의 시작인 영국에서였다.

입이 유독 짧아서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은 억지로 먹질 못한다.

즐기러 온 여행지에서까지 아프고 싶지 않기 때문에 타지에서는 유독 먹는 것을 조심하는 편이다.


완전 한국식 입맛인 나는 그래서 어딜 가든 음식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음식을 먹다가 맛이 없으면

그만 먹게 되고, 물가가 치솟는 런던에서 사 먹는 값비싼 음식을 남길 수 없는 남편은

내가 남긴 음식을 다 먹게 되고.... 밥을 먹다만 나는 금세 배가 고파지고,

그렇게 몇 번 반복되었을까..


"나 배고파..."

"또 배고파?"


이 한마디가 타지에서 어찌나 서럽던지... 내가 값비싼 가방을 사달란 것도 아니고

그저 배가 고파서 뭐 좀 먹자는데... 정말 이해가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던 그에겐 값비싼(?)던 수제버거.

그리고는 우리가 찾아간 햄버거 가게... 런던에서는 꽤 유명해 여행책자에도 나온 곳이었다.

맛있는 것 좀 먹자는 마음에 내가 가자고 추천했더니


"가격이 얼마나 해?"

"햄버거  하나에 7파운드 부터래~ 그럼... 먹을만한 건 한 10파운드 이상이겠지?"

"무슨 햄버거가 그렇게 비싸..."

"이 보세요... 크라제 버거도 1만 2천 원 이상은 해요... 여긴 영국이잖아... 이거 먹자 그냥~"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햄버거집...

역시 유명한 음식은 달라도 달랐다... 그동안 먹어왔던 햄버거와는 비교도 안 되는 맛.

그러다 문득 내 앞에서 허겁지겁 숨도 안 쉬고 밥 먹고 있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었다. 내가 오자고 할 때는 징징거리더니...

오지 않았으면 어떡할 뻔했나... 싶을 정도로 나보다 더 잘 먹는 꼴이라니...


이뿐만이 아니었다. 런던에 오면 버거 앤 랍스터를 꼭 먹어야 한다고 해서

그 와중에 난 갑각류 마니아다.. 이건 꼭 먹고 싶다고.. 먹으러 가자고 조르고 졸랐다.

버거와 랍스터 세트 각각 25파운드... 약 3만 5천 원이다. 둘이 먹으면 7만 원이라며...


점심을 이렇게 과하게 먹을 필요냐 있냐며... 그래서 내가


"한국에서 3만 5천 원으로 랍스터 못 먹잖아. 그러니까 먹으러 가자~"


그렇게 또 겨우겨우 졸라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거기서 또 우린 환상의 맛을 느꼈다.

내 앞에 있는 남자는 또... 허겁지겁 햄버거와 랍스터를 뜯고 계시네...

하... 참다 참다 나도 폭발해 버렸다.



혼자 여행을 많이 다닌 탓에 누구 눈치 볼 사람 하나 없다가

다른 것도 아니고, 먹는 것 가지고 이렇게 눈치가 보이기 시작하니 진짜 서러웠다.

내가 여행을 공짜로 다니는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눈치를 봐야 하나...


왜 자꾸 먹는 걸로 눈치를 주느냐... 내가 뭐 대단한 걸 사달라고 했냐...

그랬더니 이제 여행의 시작인데 지금부터 흥청망청 돈을 쓰면 안 될 것 같아서란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돈을 쓰러 오지... 돈을 벌러 오니? 그냥 일단 즐기고 써! 모자라는 돈은 나중에 생각해!"


돌이켜 생각해보면 경험차이였다.

해외여행은 처음인 남편과 이곳저곳 다녀본 나의 경험에서 나온 스타일이었다.


장기간 여행이고, 우리의 예산은 정해져있으니 무조건 아끼자라는 남편의 생각과

그동안 내가 그렇게 아끼고 아껴서 다녀봤더니 남는 건 후회뿐이다...

무조건 다 해보고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는 게 맞다라고 생각했던 나..


둘다 틀린 생각은 아니었지만, 여행을 시작하기 전 대화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서로 충분한 대화를 했더라면 이런 사소한 일로 감정 낭비 하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이렇게 먹는 걸로 싸우는 건 일단락되는 듯했다. 다음 여행지인 스위스를 가기 전까진 말이다...


보통 유럽 마트는 식재료는 저렴하지만, 반조리 식품이 많이 비싸다.

스위스에서 저녁을 먹고 맥주 한잔 하려고 마트에 들렸는데

맥주와 함께 먹을 안주를 고르다 또 폭발해버렸다.


그냥 과자로 먹으면 안 되냐는 남편과 과자 말고 배를 채울 수 있는 메뉴를 먹어야 한다는 나..


남편은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또 먹는 걸로 눈치 준다고 짜증 났던 나...

결국 데워먹을 수 있는 라자냐와 각종 맥주를 사 가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난 또 화를 내고야 말았다... 결국 너무 피곤한 나머지 우린 그 라자냐를 먹지 못했고,


다음날,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기차 안에서 아침 대용으로 먹어야 했다...


그. 런. 데.


별 기대하지 않고 먹었던 라자냐는 또 왜 이렇게 맛이 있던지...

나도 나지만, 남편은 포일 사이사이 박혀있는 치즈들을 다 발라 먹고 있었다.


"하... 진짜 너 왜 그러니..."


스위스에서의 사건 이후로 우리는 남은 일정 동안 먹는 걸로는 싸우지 않았다.

그렇게 24시간 붙어 있으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카메라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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