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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작 Feb 01. 2017

좌충우돌 야외 결혼식 이야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 날의 결혼식

결혼 준비를 하면서 고민하지 않았던 것 중 하나. 신혼여행과 스튜디오 촬영이었다.

신혼여행은 예전부터 유럽으로 가고 싶었고, 2주 정도 생각했지만 한 달 더 늘어났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리고 똑같은 배경에 사람만 바뀌는 스튜디오 촬영도 내 기준에서는 돈지랄이라

생각했다. 아무튼 신혼여행과 스튜이오 촬영 외에 많은 일들이 우리에게 남아있었다.


상견례, 결혼식, 신혼집, 가전, 가구 등등...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결혼식이었다. 남들처럼 예식장에서 찍어내는 결혼식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던 나는 서울 시민청 등 공공기관 결혼식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야외 결혼식...

야외 결혼식 사진에 꽂히고 나니 더 이상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예쁜 야외 결혼식장이야 많고 많지만, 결국 다 돈 문제 아니겠는가...

저렇게 꾸며놓은 포토존도 다 나의 정성이 묻은 흔적들..

여느 예비부부와 마찬가지로 예산은 한정적이고, 특히 나는 결혼식 자체에 투자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알게 된 서울 끝자락에 위치한 한 야외 예식장. 둘 다 아무 연고지도 없지만

우리의 예산과 나름 적절한 위치 덕분에 그곳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 엄마는 시작부터 반대가 심했다. 날씨의 영향을 좌지우지하는 야외 결혼식은

흥 아니면 패망... 이기 때문 그걸 고민해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욕심을 버릴 순 없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많은 투자를 하고 싶지 않았던 우리는 예산을 아끼기 위해

셀프 아닌 셀프 웨딩을 진행하게 됐다. 아늑한 잔디밭에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았던 1인...

돈은 없는 우리... 그래서 우리가 직접 다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전날 날씨와는 다르게 정말 날씨가 좋았던 결혼식날, 춥지 않아 다행이야.

가장 첫 번째는 조화로 꾸며주는 버진로드... 야외 결혼식에 걸맞게 높은 버진로드의 기둥보다는

작은 화분을 놓고 싶었다. 답례품으로도 사용하기 좋을 것 같아서 선택.

화분 포장은 우리와 엄마의 몫...

한땀, 한땀 포장했던 버진로드를 장식했던 화분들. 다들 잘 크고 있겠지?

그리고 동물원 원숭이처럼 신부가 앉아 있는 결혼식보다는 함께 즐기는 결혼식을 하고 싶어

신부대기실이 아닌 포토존을 만들었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

인터넷 서치를 통해 있어 보이는 포토존을 만들었다...


그 외 헤어 메이크업, 드레스는 정말 저렴한 곳을 알아봐서 진행했다.

남들 다한다는 드레스 투어 한번 해보지 않고 그냥 한 곳에서 딱!


앞서 말했든 복불복이 강한 야외 결혼식... 우리 결혼 날짜는 10월 31일... 가을도 아닌 늦가을...

결혼식 전날까지 태풍처럼 바람을 불고... 날씨는 춥고... 우리 엄마는 다들 밖에서 추운데

덜덜 떠는 게 말이 되냐고 난리를 치고... 결혼 전날 우리 집은 그야말로 초상 분위기였다.

나름 있어보이는 3만원 대 완성한 포토존 현수막, 지금은 창고행;;;

그러나, 이제 와서 어쩌겠는가... 당장 내일이 결혼식이고 결혼을 해야 하는데...

대망의 당일이 되었고,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예식장에 갔다.


그래도 가을이라고... 햇빛이 강해서 춥진 않더이다... 마당이 있어서 그런지 바람 한점 불지 않았고,

결혼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정말 하늘에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덕분에 만족스러운 결혼식 사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래도, 지금 결혼을 다시 한다면 난 결혼식이 아닌 결혼사진만 찍고 싶다.

아무래도 손님을 초대하는 자리인 결혼식은 내가 아니 타인을 먼저 고려해봐야 하는 행사라

오로지 나만을 위한 행사는 아닌 것 같다.


이렇게 결혼이라는 큰 행사를 마치고 나니,

뭔가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든다는 건 다 거짓말이고...


그냥 당장 내일 떠날 유럽 갔다 와서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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