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더워지기 전에 하루라도 더 캠퍼의 갈증을 채우기 위해 아내와 나는 어김없이 캠핑장을 찾았다. 포천에 있는 모 캠핑장은 예약 페이지에 있는 후기들과 같이 만족스러운 느낌이었다. 일산에서의 접근성도 나쁘지 않았다.(한 달 전에 캠핑을 위해 양양을 간 것에 비해서 말이다.) 한 시간 반 정도 달려왔더니 당연히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체크인을 하러 왔다고 했다. 주인은 차를 끌고 따라오라고 했다. 화장실의 위치를 물었다. 여유 있는 표정으로 차를 끌고 따라오면 설명을 해 주겠다고 했다. 재차 화장실의 위치를 묻고자 했지만, 남의 집에 온 건데 시키는 대로 하자라는 생각으로 고분고분 따라갔다.
이어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안내서를 받았다. 긴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말미에 질문을 받았다. "담배는 피우시나요?" 담배냄새를 극도로 싫어하는 우리는(특히 싫음에 대한 표현을 신랄하게 하는 나는) 즉시 대답했다. "담배 냄새를 아주 싫어합니다. 신호 대기를 하는 앞 차 운전자가 창문 밖으로 팔을 걸치고 담배 든 손을 내밀면, 저는 바로 창문을 닫습니다. 연기가 싫어서 차선을 변경하거나, 거리를 두면서 운전을 합니다." 주인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어쩌면 흡족이 아니라 민망한 표정이었던 것 같다. '굳이 이런 말을 하나?'라는 표정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어 말했다. "전화도 드렸어요. 여기 자리가 입구 쪽 부근인데, 보니까 흡연 구역이 입구 쪽에 있더라고요. 혹시 냄새가 타고 들어올 수 있는지 여쭤 봤어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 주셨어요. 안심하고 예약했어요."
우리 집 밑에 어느 쪽에서도 저녁때면 꾸준히 담배를 피는 누군가가 있다. 환기 중인 창문을 급히 닫고, 복도 쪽 창문을 후다닥 열어 집에 잠시 스며든 담배 연기를 최대한 빨리 내보내려고 바짝 노력한다. 흡연자는 흡연자대로 흡연을 하는 거고, 비흡연자는 비흡연자대로 흡연을 도망 다니며 살아간다. 나도 한때 담배를 피웠었다. 분명 지금의 내 상황에 놓여 있던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담배 연기를 통해 내 안의 근심을 날려 보내며, 겨울의 입김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연기를 지긋이 바라보며 어떤 감각을 끌어올리려 애썼던 그때가 떠올랐다. '아유, 죄송해라.' 지금의 내 상황에 놓였을 과거의 모든 이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 저 때문에 참 정말 고생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로.